(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66)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 무효형을 면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제2 형사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오늘(24일) 서관 302호 법정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김 회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법 70조에 따르면 당선인이 해당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자신의 기고문을 실은 신문을 대의원 조합장들에게 발송해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김 회장이 2015년 5~12월 대의원 105명을 접촉해 지지를 호소한 부분도 원심은 87명에 대한 것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상당 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김 회장 등이 투표 당일 함께 투표장 안을 돌면서 지지를 호소한 것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범행 횟수가 적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고인은 후보자로서 자신 또는 주변인이 위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신중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잘못이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위탁선거법 하에서 치러진 첫 농협 선거로, 느슨한 규제 하에서 치루는 농협 선거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며 "위탁선거법으로 인한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립되기 전에 선거가 치러져 피고인이 분명한 행위 기준을 세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위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2017년 12월 선거 당일 소견 발표나 문자 메시지 전송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며 "피고인에 대한 유죄 부분은 상당 부분 이와 관련돼 있으니 피고인의 행위들은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가벌성을 그리 높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김병원 회장은 4년 임기 가운데 3년 2개월 동안 재판을 받으며 농협중앙회장직을 수행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선거법을 위반하고 당선된 회장이 재판을 받으면서 임기를 마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이라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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