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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2.5조 지역신보 ‘유령 보증’…그 피해는 누구에게

중앙회 파악 6155억원, 실제 미해지 보증 2조5340억원
수도권 재보증한도 7546억원 과지급…지역 간 보증 배분 불균형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상환 완료 보증을 제때 해지하지 않은 사이 장부상 ‘유령 보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해지되지 않은 보증이 잔액에 포함되면서 재보증한도와 법정 출연금, 재보증료율 산정 기준까지 왜곡됐다. 장부상 오류가 지역별 보증 여력과 소상공인 지원 재원 배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감사관실의 ‘지역신용보증재단 및 신용보증재단중앙회 특정감사 감사보고서’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파악한 보증 미해지 규모와 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실제 규모 사이에 1조9000억원이 넘는 차이가 확인됐다. 2024년도 기준 중앙회가 각 지역신보를 통해 파악해 관리하던 보증 미해지 금액은 약 6155억원이었지만, 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실제 미해지 보증 규모는 약 2조5340억원에 달했는데, 두 금액의 차이가 약 1조9185억원이다.

 

지역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소기업·소상공인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서를 발급하는 기관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지역신보가 발급한 보증을 재보증해 보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금액의 일부, 통상 50%를 지역신보에 보전한다.

 

◇ 상환 끝난 보증도 장부에…보증 여력 ‘착시’

 

문제는 대출이 상환된 뒤에도 보증이 제때 해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피보증인이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금융기관은 상환 내역을 지역신보에 통보하고, 지역신보는 상환된 금액만큼 보증을 해지해야 한다. 이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피보증인의 대출 잔액과 보증 잔액이 일치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의 상환 통지 누락과 지역신보의 확인 업무 소홀로 보증 해지가 지체되거나 누락됐다. 이에 대해 감사보고서는 보증 해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잔액과 보증잔액이 불일치하고, 해당 재단의 보증 운용배수가 부풀려지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중앙회는 이 보증 운용배수를 토대로 재단별 재보증한도와 법정 출연금, 재보증료율을 산정한다.

 

결국 장부상 남아 있던 미해지 보증은 단순한 전산상 오류에 그치지 않았다. 실제보다 보증 여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중앙회의 재보증한도 배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사보고서는 각 재단이 중앙회에 남아 있는 보증 규모를 실제보다 적게 보고하면, 중앙회가 해당 재단의 보증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보증 미해지 금액을 실제보다 적게 보고한 재단은 보증 여력이 부족한 것처럼 평가돼 더 많은 재보증한도를 배정받을 수 있고, 다른 재단의 보증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 수도권에 7546억원 과지급…비수도권 보증 여력 왜곡

 

보증 장부 왜곡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보증 여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감사보고서가 실제 보증 미해지 금액 약 2조5340억원을 기준으로 재단별 재보증한도를 다시 산정한 결과, 수도권 재단에 재보증한도가 과다 배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4359억원의 재보증한도를 반환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752억원을 추가 배정받았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인천신용보증재단도 각각 1377억원, 179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706억원, 173억원을 더 배정받았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소재 재단이 2024년에 배정받은 금액은 1631억원으로, 전체 재단 배정 총액 3545억원의 약 46%를 차지했다. 특히 과지급 재보증한도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소재 재단에 총 7546억원이 과지급됐다. 이는 전체 과지급 재보증한도 9613억원의 약 78%에 해당한다. 보증 여력이 실제보다 부족한 것처럼 집계된 재단에 한도가 더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수도권 재단이 과지급 재보증한도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

 

재단별 총한도액 대비 과지급 재보증한도 비중도 수도권이 높았다. 서울재단은 10.8%, 경기재단은 4.4%, 인천재단은 3.0%로 전체 재단 평균 2.3%를 웃돌았다. 감사보고서는 수도권 소재 지역재단이 다른 지역재단보다 높은 비중으로 과지급 받으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재단 간 보증 공급에 불균형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보증 관리 오류는 재보증한도뿐 아니라 법정 출연금 배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각 재단의 보증사업평가 순위가 바뀌면서 서울재단은 전남재단에 배분됐어야 할 법정 출연금 1억8162만7300원을 과다 배분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보증료율 산정에도 영향이 있었다. 대구·제주·경북·대전재단은 평가 순위가 바뀌면서 적용받는 재보증료율이 달라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재단은 재보증료를 실제보다 더 내거나 덜 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 소상공인의 대출 탈락 사례가 적시된 것은 아니지만, 재보증한도 산정 결과 비수도권 보증 여력이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은 확인됐다.

 

 

◇ 은행은 통지 누락, 재단은 확인 소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는 은행의 자동 통지 시스템 부실과 지역신보의 업무 소홀이 함께 지목됐다. 중기부 감사실이 2023년 1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분할상환 보증 건을 표본으로 확인한 결과, 은행들이 지역재단에 해지 통지를 해야 했던 보증은 139만8263건, 6936억80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실제 통지된 것은 129만7131건, 6059억500만원에 그쳤다. 나머지 10만1132건, 877억300만원은 제때 통지되지 않았다.

 

은행별 통지 누락 규모도 컸다. 일부 은행은 해지 통지 대상의 90% 이상을 지역재단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은 통지 대상 1240건, 6억8500만원 가운데 2건, 60만원만 통지했다. 다른 은행은 9만6463건, 542억3000만원 중 113건, 8억5800만원만 통지했고, 또 다른 은행은 16만6612건, 864억6500만원 중 1만4263건, 89억5400만원만 통지했다.

 

은행의 통지 누락이 있었더라도 지역신보의 관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감사보고서는 지역신보가 은행의 통지가 없다는 이유로 보증 해지 여부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보증기일이 지난 뒤에도 상당 기간 보증해지 통지가 오지 않을 경우, 채권기관에 보증해지 여부를 조회하는 방식으로 주채무가 소멸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 147세까지 갚는 약정도…보증 관리 부실의 민낯

 

보증 해지 누락은 소상공인이 돌려받아야 할 보증료 환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보증료는 피보증인이 주채무를 분할 상환하면 상환 금액만큼 보증잔액이 줄고, 이에 따라 실제 부담해야 할 보증료도 줄어드는 구조다. 지역신보는 보증 해지 시점 이후의 보증료를 피보증인에게 환급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 등 14개 지역신보는 분할상환 조건으로 보증을 실행한 뒤 피보증인이 상환 주기에 맞춰 주채무를 갚았음에도 반환 보증료를 잘못 정산했다. 일부 건은 반환 보증료를 0원으로 확정하는 등 환급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3971명의 피보증인에게 총 5억5744만3523원의 보증료가 반환되지 못했다. 정산 오류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소기업·소상공인 등 피보증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규정을 벗어난 장기 분할상환 약정도 확인됐다. 경기 등 5개 지역신보는 총 113건, 34억2562만8942원에 대해 분할상환 허용기간을 초과해 약정을 체결했다. 경기재단은 약정금액 1억556만7588원 건에 대해 최장 허용기간 16년을 72년 초과한 88년으로 약정을 맺었다. 이 경우 채무자는 147세까지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셈이다. 강원재단과 충남재단은 각각 106세, 울산재단은 121세까지 상환하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장기 상환 약정은 채권 회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신보가 채무관계자로부터 회수한 금액 중 중앙회가 지급한 재보증 보전금 상당액은 다시 중앙회에 반환돼야 한다. 상환 기간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지역신보의 채권 회수 기회가 늦어지고, 중앙회의 재보증 재원 건전성에도 부담이 된다.

 

이번 감사는 지역신보의 관리 부실이 개별 기관의 행정 착오를 넘어 소상공인 금융지원 체계의 기초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난 보증이 장부에 남고, 그 숫자가 재보증한도와 출연금, 재보증료율 산정에 활용되면서 지역별 보증 여력까지 달라졌다. 보증 장부의 오류가 결국 현장의 소상공인 금융 접근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후속 관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기부 감사실은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 직원 54명에게 주의·경고, 4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기관에 대해서는 시정 30건, 개선 2건, 통보 14건의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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