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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반도체 폐수의 핵심 물질 '불소'…추적해보니

칩 만드는 불산, 공정 뒤엔 폐수 속 불소로 남아
물환경보전법만으론 설명 안 되는 반도체 규제 체계
삼성·하이닉스, 통합환경허가 아래 사업장별 기준 적용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반도체 공장은 어떤 기준으로 폐수를 관리할까.

 

반도체 공장에서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 수준인 회로를 만들기 위해 '불산(HF)'이라는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공정이 끝난 뒤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소(F)가 폐수 처리 과정을 거쳐 배출된다.

 

그렇다면 반도체 공장에서 나오는 불소 폐수는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고 있을까.

 

취재 결과 물환경보전법상 불소 배출허용기준 외에도 대형 반도체 사업장에는 별도의 통합환경허가 체계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 수출을 이끄는 대표 산업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생산시설 확대와 첨단 공정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가 어떤 기준으로 관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많지 않다.

 

◇ 반도체는 왜 불소를 사용할까

 

취재는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불소'에서 시작됐다.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초미세 회로를 새겨 만드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고 표면을 세척하는 식각(Etching)·세정(Cleaning) 공정이 반복된다. 이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화학물질이 불산(HF)이다.

 

불산은 유리까지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산이다. 쉽게 말해 조각가가 돌을 깎아 작품을 만들듯 반도체 공장은 불산을 이용해 웨이퍼를 깎고 다듬어 회로를 완성한다.

 

문제는 공정이 끝난 뒤다. 사용된 불산은 폐수 처리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불소(F)가 남게 된다.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불소가 포함된 폐수 관리 중요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환경부는 불소를 수질오염물질 가운데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현행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불소 배출허용기준은 청정지역 3mg/L, 일반지역 15mg/L다.

 

◇ 반도체 폐수, 일반 공장과 무엇이 다를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반도체 공장 역시 일반 사업장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는 정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규모 반도체 사업장은 일반 사업장과 다른 통합환경허가 제도 안에서 관리된다.

 

통합환경허가는 대기·수질·폐기물 등 개별 환경 규제를 각각 적용하는 대신 사업장 전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허가 기준을 부여하는 제도다.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등 대규모 산업시설이 주요 대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반도체 업종은 통합환경허가 대상 업종"이라며 "배출영향분석 결과에 따라 일반 배출허용기준보다 강화된 한계배출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합환경허가에서는 사업장 위치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사업장별 한계배출기준을 부여한다.

 

쉽게 말해 모든 반도체 공장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특성과 입지 여건, 환경 영향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물환경보전법상 3mg/L 또는 15mg/L만으로는 대형 반도체 사업장의 실제 폐수 관리 체계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환경부 확인 결과 대형 반도체 사업장은 통합환경허가 제도에 따라 사업장별 한계배출기준을 적용받고 있었다. 단순히 물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만 적용받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위치와 주변 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의 기준이 부여되는 구조다.

 

같은 반도체 업종이라도 사업장 입지와 환경 여건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하이닉스 2.1mg/L, 삼성은 "법보다 더 엄격"

 

그렇다면 실제 현장은 어떨까. SK하이닉스는 본지 질의에 "국내 최고 수준의 폐수처리 시스템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불소의 경우 방류수 기준 2mg/L 미만으로 처리해 방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사업장 입지를 고려해 통합환경허가상 부여받은 불소 배출기준은 2.1mg/L"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환경보전법상 일반지역 기준인 15mg/L는 물론 청정지역 기준인 3mg/L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또 "수질오염물질에 대해 법적 기준보다 강화된 자체 관리 기준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도처리 시스템을 통해 방류수 수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법정 기준보다 더욱 강화된 수준으로 폐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S부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장과 공정별로 적용되는 기준이 다양해 특정 수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대체적으로는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을 넘어서는 수준을 확보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처럼 환경 기준 역시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환경안전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협력사들까지 ESG 경영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환경 규제가 단순한 준수 의무를 넘어 기업 경쟁력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환경 규제는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

 

환경정책 분야의 한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용수와 공공 인프라를 사용하는 산업"이라며 "국가적 지원을 받는 만큼 일반 사업장보다 높은 수준의 환경 관리 책임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관리 기술과 측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더 정교한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수질 관리 체계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더 많은 물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차세대 기판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시설 규모 역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환경 규제가 기업 입장에서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달라지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은 제품 성능뿐 아니라 생산 과정의 환경 기준까지 함께 평가하고 있으며 ESG 역시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환경 기준을 단순한 규제 준수 차원이 아닌 경쟁력의 일부로 보고 있다. 환경안전 투자 확대와 협력사 ESG 지원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된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 여부가 아니었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통합환경허가 체계 아래에서 사업장 특성에 맞는 기준을 적용받고 있었고, 주요 기업들은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다.

 

결국 반도체 경쟁력은 생산량과 기술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사용한 물을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느냐 역시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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