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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읽기] 적자인데 1.7조달러…스페이스X 몸값 논쟁

공모 수요 2500억달러…AI 기대까지 몸값에 반영
지수 편입 기대 속 고평가 부담도 확산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모 규모는 750억 달러, 기업가치 목표는 1조7500억달러 안팎으로 거론된다. 상장 전 투자 수요는 이미 공모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공개(IPO)는 우주기업의 초대형 상장을 넘어, AI 투자 열풍이 비상장 성장주의 몸값을 어디까지 밀어 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스페이스 X IPO에 2500억달러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고 보도했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공모 규모인 750억달러의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장기 투자 성향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이미 주문을 넣었고, 일부 기관 주문은 아직 반영되지 않아 최종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요예측 성적표가 나오자, 스페이스X를 둘러싼 관심은 흥행 기대감에서 몸값 논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가 주당 135달러 수준의 공모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한 기업가치는 약 1조7500억달러다. 예정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스페이스X는 상장과 동시에 미국 증시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스페이스X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로켓 발사와 위성인터넷 사업이 핵심이었다면, 이번 IPO에서는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과 우주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 기대까지 기업가치에 반영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투자자 대상 설명에서 우주 기반 AI 컴퓨팅 인프라를 장기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생성형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통신망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흐름이다.

 

특히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부지 제약에 직면한 가운데 우주 공간을 컴퓨팅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구상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새 재료로 부상했다. 아직 상업성이 입증된 사업은 아니지만, 시장은 미래 가능성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기업가치가 실적보다 미래 기대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스페이스X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이용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더 넓은 지역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려면 위성을 계속 쏘아 올리고 통신망을 확장해야 한다. 그만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우주선이다. 여러 차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발사 비용을 낮출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실제 상업 서비스로 자리 잡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우주 공간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구상은 이보다 더 초기 단계다. 아직 실적을 뒷받침할 사업 모델은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또 다른 분석 보도를 통해 스페이스X IPO가 이른바 ‘일론 프리미엄’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025년 매출 18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49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아직 손실을 내는 기업에 1조달러를 훌쩍 넘는 몸값이 매겨진 만큼, 매출 대비 기업가치가 과도하다는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결국 이번 IPO의 가격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더 크게 기대고 있다. 투자자들은 스타링크의 성장성, 스타십의 상업화 가능성, 우주 기반 AI 컴퓨팅 사업의 확장성까지 함께 사는 셈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일정이 늦어지거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상장 후 밸류에이션 논란은 커질 수 있다. 스페이스X IPO를 혁신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로 볼지, AI 열풍이 끌어올린 고평가인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는 이유다.

 

수급 측면에서는 상장 초기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공모 규모는 750억달러로 크지만,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5%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스페이스X가 주당 135달러에 5억5555만5555주를 매각해 약 7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수요에 비해 유통 물량이 적으면 상장 초반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

 

지수 편입 기대도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글로벌 지수 산출업체 MSCI는 8일(현지시간) 대형 IPO 조기 편입과 관련해 기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염두에 두고 새 기준을 마련한 것이 아니라, 2007년부터 공개해온 대형 IPO 조기 편입 규정을 따르겠다는 설명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스페이스X처럼 상장 직후 초대형주로 분류되는 기업은 주요 글로벌 지수에 예상보다 빨리 편입될 수 있다. 편입이 확정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인덱스펀드의 매수 수요도 뒤따른다.

 

이 같은 구조는 상장 전부터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공모 단계에서 물량을 선점하려 하고, 지수 편입 가능성은 상장 이후 추가 매수 기대를 자극한다. 편입이 현실화하면 해당 지수를 따라 움직이는 ETF와 인덱스펀드 자금도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스페이스X IPO가 단순한 대형 공모를 넘어 글로벌 증시 수급을 흔들 변수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다만 수급 기대가 주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상장 초기에 지수 편입 기대와 적은 유통 물량이 맞물리면 주가가 빠르게 뛸 수 있다. 하지만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부터는 매물이 늘고, 차익 실현 압력도 커질 수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기 전에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면, 차익 실현이 시작되는 순간 하락 압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술주 전반에도 부담이 번지고 있다. 미국 금융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1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공모 참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기술주를 팔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도 간접 영향권에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에 민감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초대형 성장주 IPO가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면, 한국을 포함한 비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밀릴 수 있다. 특히 국내 반등을 이끈 축이 AI 반도체와 성장주였다는 점에서, 미국의 AI·우주 테마로 투자 시선이 옮겨가는 흐름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술주 약세를 스페이스X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금리 부담, AI 반도체주 차익 실현, 성장주 밸류에이션 논란이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대형 IPO가 기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경계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의 자금 이탈을 스페이스X IPO 하나로 단정하는 것도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외국인 매매는 환율, 미국 금리, 국내 기업 실적, 위험자산 선호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스페이스X는 그중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체력이 약해진 시점에 글로벌 자금이 AI와 우주산업을 앞세운 미국 대형 성장주로 더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IPO의 관전 포인트는 상장 첫날 주가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모 흥행 이후에도 현재 몸값을 설명할 실적이 따라오느냐다. 스타링크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고, 스타십이 상업화 속도를 높이며, AI 인프라 구상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져야 1조7500억달러 가격표를 방어할 수 있다.

 

스페이스X IPO는 시장이 차세대 성장 기업에 얼마나 높은 값을 매기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그 수요가 실적에 대한 평가인지, AI와 우주산업을 둘러싼 기대감에 먼저 베팅한 결과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상장 뒤 주가 흐름에 따라 시장의 평가도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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