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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대의 나를 다시 만나다"…낸시랭 상상력의 원점, ‘PLAY’

1999년 홍대 미대 시절 상상력, 20여 년 만에 재탄생
버블코코·터부요기니, '변이' 통해 새로운 회화 언어 구축
"관람객도 각자의 새로운 챕터 시작하는 계기 되길 바라"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이번 PLAY 전시를 준비하면서 20대 때의 저를 다시 만났습니다.“

 

팝아트 작가 낸시랭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1층 카페 공간에 놓인 오래된 자료들을 먼저 가리켰다. 1999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절 작성한 석사 논문과 첫 개인전 자료였다. 화려한 색채의 신작들이 가득한 전시장에서 그녀의 시선은 가장 오래된 자신의 흔적에 머물러 있었다.

 

12일 서울 강남구 아트스페이스Y에서 열린 개인전 'PLAY'에서 만난 낸시랭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신작 발표가 아니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오히려 가장 처음 품었던 상상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많은 분들이 이번 작품을 새로운 작업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에게는 전혀 새로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20대 때부터 품어왔던 상상력이 다른 형태로 다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가 시작되는 1층 카페 공간에는 낸시랭의 자서전과 홍대 미대 시절 석사 논문, 첫 개인전 자료가 함께 놓여 있었다. 지하 전시장에 걸린 PLAY 신작들보다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낸시랭은 현재의 작품과 과거의 작업을 직접 비교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료들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제 석사 논문 제목이 '생태 발현을 통한 상상력에 관한 연구'였어요. 지금 PLAY 시리즈를 보면 굉장히 새롭게 보일 수 있지만 논문 속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닮은 부분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작업이죠.“

 

 

그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현재 PLAY로 이어지는 상상력의 출발점이었다.

 

당시 그녀는 세계적인 예술가를 꿈꾸며 누구보다 먼저 개인전에 도전했다.

 

낸시랭은 "당시 전시장 대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친구와 공간을 반씩 나눠 첫 개인전을 열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무모함과 열정이 오히려 PLAY를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그 이후 개인전은 모두 초대전으로 이어졌지만 지금도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첫 개인전"이라고 웃었다.

 

전시장 한편에 놓인 석사 논문 속 도판들은 지금 PLAY 시리즈와 전혀 다른 작품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닮아 있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유로운 선과 상상력 중심의 이미지들은 형태만 달라졌을 뿐 현재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과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듯 보였다.

 

낸시랭은 "관람객들이 과거 작업과 지금 작품을 직접 비교해 보면 왜 제가 새로운 작업이 아니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랭은 PLAY를 "현실을 넘어서는 상상력의 힘"이자 "두려움 없이 꿈꾸는 용기"라고 정의했다. 또 "잊고 있던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나는 순간"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녀는 "우리는 모두 한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면서 그런 자신을 조금씩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도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력과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작품을 보며 '나도 한때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었지'라는 감정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선,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이미지들이 공존한다. 기존 낸시랭의 작업을 기억하는 관람객이라면 버블코코와 터부요기니, 스칼렛 시리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 그것들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다.

 

버블코코는 낸시랭 자신을 투영한 대표 캐릭터이자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존재로, 터부요기니와 함께 지난 20여 년간 낸시랭 작업 세계를 대표해 온 캐릭터다.

 

이번 전시의 핵심 개념은 '변이(Mutation)'다. 낸시랭은 20여 년 동안 자신을 대표해 온 버블코코와 터부요기니, 스칼렛 시리즈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다만 반복하지는 않았다. 기존 이미지를 해체하고 흔들고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화면으로 옮겼다.

 

낸시랭은 "팝아트가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장르라면 PLAY는 그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작업 자체를 변이시키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러한 변화를 디지털 시대의 페르소나와 연결했다. "SNS와 유튜브,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속에서 사람들은 여러 개의 자아를 만들어 살아가잖아요. 현실의 나와 온라인 속 내가 다르고 또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버블코코와 터부요기니, 스칼렛이 더 이상 고정된 캐릭터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작업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변이시키고 싶었어요. PLAY는 반복이 아니라 변이를 선언하는 전시입니다."

 

이어 "20여 년 동안 이어온 작업들을 다시 흔들고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회화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며 "이번 PLAY는 낸시랭만의 새로운 조형 언어를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PLAY 시리즈는 기존 팝아트 작업과도 결이 다르다.

 

낸시랭은 버블코코와 터부요기니, 스칼렛 시리즈를 변이시키는 과정에서 보다 추상적인 화면 언어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번 작품들은 추상표현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며 "기존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낸시랭만의 새로운 회화 언어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블코코와 터부요기니, 스칼렛은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온 작업들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낸시랭은 여러 신작 가운데서도 'PLAY No.3 Becoming'을 이번 전시를 가장 잘 설명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강렬한 형광빛 색채와 자유롭게 얽힌 선들 사이로 버블코코와 슈퍼캣 시리즈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작품 옆에 놓인 드로잉을 함께 보고 다시 화면을 바라보면 익숙한 이미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낸시랭은 관람객들이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안 보여요. 그런데 드로잉을 보고 다시 작품을 보면 보여요."

 

그녀는 기존 캐릭터를 그대로 반복하는 대신 해체하고 흔들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버블코코와 슈퍼캣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으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변이를 거쳐 새로운 형태로 화면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작품 제목인 'Becoming'에는 이번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낸시랭은 "Becoming은 결국 원래의 나로 돌아간다는 의미"라며 "하나가 된다는 뜻도 있지만 결국 진짜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PLAY가 20대의 나를 다시 만나는 전시라면 Becoming은 그 의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며 "그래서 저에게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PLAY를 완성된 결과물보다 진화의 시작점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작품 제목 역시 PLAY No.1, No.2, No.3처럼 연속성을 갖고 있다.

 

낸시랭은 "PLAY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상상력이 살아 있는 한 이 작업도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하나의 완결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PLAY 시리즈의 출발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눈물의 이미지 역시 그녀의 시간을 담고 있다.

 

낸시랭은 "학창 시절부터 작품 속에 눈물을 많이 표현해 왔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어머니의 투병이 이어지면서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 고통이 자연스럽게 작품 안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홍대 미대 학사와 석사 과정을 거치던 시기 그녀는 예술가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낸시랭은 "미술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며 "방송 활동도 했지만 제 정체성은 처음부터 예술가였다"고 말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이후에도 작업을 놓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PLAY는 그녀에게 더욱 특별하다. 20대 시절 품었던 상상력과 지금의 자신이 하나의 전시 안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낸시랭은 "이번 전시는 새로운 회화 언어를 선보이는 자리인 동시에 예술가 낸시랭의 제2막이 시작되는 순간"이라며 "수많은 드로잉과 고민, 그리고 세계관 구축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PLAY를 통해 저처럼 각자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다시 꺼내 또 다른 꿈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낸시랭은 전시장 곳곳을 돌며 작품 설명을 이어갔다.

 

그녀는 신작보다 오래된 드로잉 앞에서 더 자주 발걸음을 멈췄다. 관람객들에게는 신작이었지만, 그녀에게는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상상력의 연장선이었다.

 

20여 년 전 홍대 미대 작업실에서 시작된 상상력은 그렇게 PLAY라는 이름으로 다시 현재와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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