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임대인이 파산해도 보증금 못 받는 건 아니다'

2026.03.12 10:26:56

파산선고와 면책은 별개 절차…"면책 불허가되면 잔여 채무 추심 가능"
대법원 "면책돼도 채권 소멸 아냐"…악의 누락·고의 불법행위는 비면책채권
임차인, 채권신고·면책 이의신청으로 적극 대응해야

(조세금융신문=김영기 기자) 임대인이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보증금반환채무까지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고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밝혔다.

 

파산선고와 면책은 별개의 절차이고, 면책이 불허가되거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여전히 보증금을 추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접수된 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사건에서 이 같은 법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에서 임대인 A씨는 2023년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결정을 받았고, 30명이 넘는 채권자가 파산절차에 참여했다.

 


그런데 서울회생법원은 2026년 1월 A씨의 면책신청에 대해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파산은 선고됐지만 면책은 거부된 것이다.

 

이로써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파산배당 이후에도 잔여 채무에 대해 추심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2일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임차인들 사이에 '임대인이 파산하면 보증금은 끝'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파산선고는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해 배당하는 절차일 뿐이고, 잔여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별도의 면책 결정"이라며 "면책이 불허가되면 채무자는 파산배당 후 남은 채무에 대해서도 계속 변제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파산절차를 모두 마치더라도 당연히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에 따라 면책이 불허가되거나 기각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4조는 재산 은닉, 허위 서류 제출, 과다한 낭비나 도박, 사기파산에 해당하는 행위 등이 있을 때 면책을 불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사용한 임대인의 경우 이러한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특히 무리한 갭투자로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를 준 임대인이나, 보증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 임대인의 경우 과다한 채무 부담이나 재산 상태에 관한 허위 진술 등의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면책이 허가된 경우에도 보증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2025년 6월 12일 선고한 2022다247378 판결에서 면책결정의 효력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 전부에 미친다고 판시했지만, 이는 채무자를 상대로 직접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미일 뿐 채권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임차인은 주택이 환가되는 경우 그 환가대금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채무자가 보증금반환채무를 채권자목록에 악의로 기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면책결정이 확정되더라도 비면책채권으로서 여전히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7호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한 청구권에 대해서는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66조 제3호에 따라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역시 면책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크게 세 가지"라고 정리했다. 첫째, 파산절차에서 채권신고를 반드시 해야 한다.

 

채권조사기일에서 이의 없이 확정되면 파산채권자표의 기재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어, 별도 소송 판결 없이도 강제집행의 기초가 된다.

 

둘째, 면책심문기일에 출석하거나 이의신청 기간 내에 면책불허가 사유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채권자는 면책심문기일부터 30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셋째, 면책이 불허가되거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는 경우 재산명시신청이나 재산조회를 통해 채무자의 현재 재산을 파악하고 추심 절차에 나서야 한다.

 

엄 변호사는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임대인의 파산 사건이 늘고 있지만, 임차인이 파산이라는 단어에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산과 면책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면책불허가나 비면책채권 해당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것이 보증금 회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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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kbj66@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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