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하루 앞둔 서울 주택시장이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전체로는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보다 높게 유지됐지만, 강남3구는 이미 하락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조정 흐름이 나타났다. 반면 노도강은 상승 거래가 하락 거래를 웃돌며 상대적으로 버티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대거 출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거래 흐름은 예상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급격한 하락 거래 확대나 ‘매물 폭탄’ 양상은 아직 제한적인 가운데, 시장 관심은 세금보다 전세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임박…시장 예상과 달랐던 서울
9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이 다시 적용된다. 유예 종료 이후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추가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유예 종료 전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매물을 대거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과거 세제 강화 시기에는 급매물이 증가하거나 거래가 단기간 위축되는 흐름이 반복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시장 흐름이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절세 목적 매도는 계약과 잔금 일정을 고려할 때 통상 수주 전부터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시장에서는 유예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는 과정에서도 기대했던 수준의 급격한 매물 출회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집계한 서울 상승·하락 거래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 가운데 상승 거래 비중은 46.3%, 하락 거래 비중은 39.6%, 보합 거래는 14.1%로 집계됐다.
서울 전체로는 상승 거래가 하락 거래보다 6.7%포인트 높았다. 다만 상승 거래와 하락 거래의 격차는 2월 31.8%포인트, 3월 13.7%포인트에서 4월 6.7%포인트로 빠르게 좁혀졌다. 시장이 급격히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상승 탄력은 둔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강남3구는 하락 거래 우위…서울 전체와 온도차
서울 전체 흐름과 달리 강남3구는 하락 거래 비중이 상승 거래를 웃돌았다. 4월 강남3구 평균 상승 거래 비중은 33.9%에 그친 반면 하락 거래 비중은 53.1%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상승 거래가 28.2%, 하락 거래가 58.9%로 집계됐다. 서초구 역시 상승 거래 31.7%, 하락 거래 57.1%로 하락 거래가 우세했다. 송파구는 상승 거래 41.8%, 하락 거래 43.4%로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역시 하락 거래 비중이 더 높았다.
이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 가격 조정 거래가 먼저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금 부담과 가격 부담이 동시에 큰 지역일수록 매수세 위축이 먼저 반영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를 강남권 전반의 급락 신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거래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거래가 통계 비중을 크게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전체 기준으로는 여전히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핵심은 서울 전체가 급락세로 돌아섰다기보다 강남과 비강남의 온도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권 현장에서는 거래 위축 속에서도 집주인들의 가격 방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시장은 매수 문의 자체는 이전보다 줄어든 분위기인데도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도 급매물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는 것은 집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노도강은 상대적 버티기…외곽 실수요 시장 움직였다
노도강은 강남3구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4월 노원·도봉·강북의 평균 상승 거래 비중은 45.5%, 하락 거래 비중은 40.4%로 집계됐다.
노원구는 상승 거래 45.1%, 하락 거래 39.3%를 기록했다. 강북구 역시 상승 거래 44.9%, 하락 거래 36.0%로 상승 거래가 우세했다. 도봉구는 상승 거래 46.4%, 하락 거래 45.9%로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는 최근 서울 주택시장이 고가 지역과 중저가 실수요 지역으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남권은 세금과 가격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노도강 등 외곽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과 전세 불안에 따른 실수요 매수세가 시장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전세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점도 외곽 지역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와 매매 가격 차이가 줄어들 경우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국면에서는 서울 시장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보다 지역별로 분화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김 소장은 “강남권은 거래 자체는 조용한 편이지만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된 데다 전세가격까지 다시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도해야 할 이유가 약해진 상황”이라며 “입주물량 부족과 전세 불안이 계속되면 서울 외곽과 경기권의 상승 흐름이 다시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강남3구 매매 비중 59.3%…노도강은 90.4%
매물 현황에서도 지역별 차이는 확인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매물정보망 ‘한방’에 따르면 5월 6일 기준 강남3구의 매매 물건은 총 2835건으로 집계됐다. 강남구 1049건, 서초구 912건, 송파구 874건이다.
전세 물건은 총 1102건, 월세는 842건이었다. 전체 물건 가운데 매매 비중은 59.3% 수준이었다.
반면 노도강의 매매 물건은 총 1836건이었다. 노원구 842건, 도봉구 550건, 강북구 444건이다. 전세는 101건, 월세는 94건으로 집계됐으며 매매 비중은 90.4%에 달했다.
특히 강남3구의 전세 물건은 노도강보다 약 11배 많았고, 월세 역시 약 9배 수준이었다. 이는 강남권이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까지 함께 움직이는 지역인 반면, 노도강은 실수요 중심의 매매 시장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해당 자료는 5월 6일 기준 등록 매물 현황으로, 지역별 매물 규모와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 성격이다.
◇ “세금보다 공급”…시장 변수 달라졌나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과거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본다. 이전에는 세금 강화나 대출 규제 같은 정책 변수만으로도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급 부족과 전세시장 흐름이 가격 하방을 지지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금리 급등과 거래절벽 국면을 거치며 급매물이 상당 부분 정리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미 조정기를 거치며 팔 사람은 상당수 정리를 마쳤고, 현재 남아 있는 집주인들은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과 장기보유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국면에서 시장을 읽는 핵심은 “매물이 얼마나 늘었느냐”보다 “가격 하방 압력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느냐”에 있다.
강남3구에서는 하락 거래 비중이 높아지며 조정 흐름이 나타났지만, 서울 전체와 노도강은 여전히 상승 거래 우위를 유지했다. 세금 부담은 커졌지만 공급 부족과 전세 불안이 시장 하방을 지지하는 상황에서는 정책 변수만으로 시장이 일시에 꺾이기는 쉽지 않은 흐름이다.
다만 거래량 감소와 대출 규제 강화,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향후 시장 방향은 양도세 부담 자체보다 전세가격 흐름과 입주 물량,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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