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세청이 메리츠증권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 조사에 이어 사흘 만에 증권사까지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메리츠증권 본사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회계 자료와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장에서는 국세청 조사 절차가 실제로 시작된 상태로 확인됐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탈세 혐의나 비정상 자금 흐름 등을 들여다보는 비정기 조사 조직이다. 국세청은 개별 납세자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사를 단순 정기 점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메리츠증권의 세금 탈루 가능성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조사 범위가 어디까지 뻗을지에 쏠려 있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한 만큼 PF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 처리와 특수목적법인(SPC) 자금 흐름, 임직원 이해상충 거래는 물론 관련 성과보수 체계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PF 수수료와 SPC 자금 흐름 주목
메리츠증권은 PF 시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보여왔지만, 그만큼 내부통제와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논란도 반복됐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4년 메리츠증권과 계열사를 상대로 PF 현장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쟁점은 PF 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금융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와 이자를 요구했는지 여부였다. 금융자문 수수료와 추가 이자를 합산할 경우 법정 최고금리 한도를 넘을 가능성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검사 이후 PF 수수료 구조를 둘러싼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강원도 강릉 생활형 숙박시설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브이씨바빌론은 2019년 약 580억원 규모 PF 대출 과정에서 지급한 금융자문 수수료를 문제 삼아 약 56억원 규모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 측은 실질적 자문 제공 없이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됐다고 주장했고, 피고 측인 메리츠 계열 금융사와 관련 SPC 등은 대출 계약 성사를 위한 정당한 조건이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PF 시장 침체 이후 시행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커지면서 과거 대출 구조와 수수료 산정 방식을 둘러싼 분쟁도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한 법인세 점검을 넘어 PF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수수료와 비용 처리, SPC를 통한 자금 흐름까지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직 임원 사건까지 다시 수면 위로
임직원 이해상충 논란 역시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대표적인 내부통제 이슈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 왔다.
메리츠증권 전직 임원들은 재직 중 알게 된 PF 관련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가족회사 명의로 1000억원대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올해 1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전직 전무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으며, 대출 알선과 금품 수수 혐의가 함께 다뤄졌다. 재판 과정에서는 가족회사를 앞세운 부동산 투자, 대출 알선, 금품 수수, 가족회사 직원 허위 등재와 급여 지급 방식의 자금 이전 정황 등이 드러났다.
금융권에서는 국세청 조사 과정에서 관계사·가족회사 간 거래 구조와 자금 이동 내역, 임직원 성과보수 지급 체계 등이 세무상 쟁점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연이어 조사 대상에 올린 점은 금융권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 조사가 은행권에서 증권업권으로 옮겨붙은 모양새가 되면서, 금융사 전반의 세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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