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오는 30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 총회가 다가오면서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수주전도 막판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양사는 각각 설계 방향과 사업 조건을 담은 자료를 공개하며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이번 경쟁은 단순한 하이엔드 설계 대결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구정5구역은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상징성이 큰 사업지인 만큼 브랜드 경쟁도 치열하지만, 최근에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 분담금 유예 등 실제 조합원 부담과 직결되는 조건 경쟁 비중도 커지는 분위기다. 결국 조합원 입장에서는 “누가 더 화려한가”보다 “어떤 조건이 내 상황에 더 유리한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단기 현금 부담이 걱정된다면…유예 기간과 이주비부터
입주 시점 목돈 마련 부담이 큰 조합원이라면 분담금 유예 조건과 이주비 한도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DL이앤씨는 추가 분담금 납부를 입주 후 최대 7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4년(2+2년)보다 더 긴 구조다. 이주비 역시 DL이앤씨는 LTV 150% 조건을 내걸며 자금 부담 완화에 무게를 뒀다.
반면 현대건설은 금융권 조달이 어려울 경우 책임 조달에 나서겠다는 조건을 함께 제시했다. 단순 유예 기간보다 사업 안정성과 실제 자금 조달 가능성을 함께 강조한 셈이다.
다만 유예는 결국 부담을 뒤로 미루는 구조라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유예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 부담과 상환 구조에 따라 장기적으로 실제 부담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공사비가 불안하다면…‘확정’과 ‘올인원’ 구조 차이 봐야
공사비 증액 가능성을 우려하는 조합원이라면 양사의 공사비 구조 차이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DL이앤씨는 평당 1139만원 수준의 확정 공사비를 제시했다. 조합 예정 공사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공사비 증가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현대건설은 총 공사비 약 1조4960억원에 하이엔드 특화 비용과 조합이 추가 부담할 수 있는 항목까지 포함한 ‘올인원 공사비’를 제시했다. 대안설계 인허가 비용과 공사비 검증 비용, 커뮤니티 운영 비용 등을 공사비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겉으로 보면 DL이앤씨 조건이 단순하고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현대건설은 사업 후반부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확정 공사비든 올인원이든 향후 인허가 변경이나 설계 조정 과정에서 추가 협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결국 공사비 총액뿐 아니라 적용 범위와 예외 조건까지 함께 봐야 실질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 금융비용은 수치로 따져야…금리·공사기간 차이가 만드는 부담
금융 조건은 표면 금리만 보면 DL이앤씨가 유리해 보인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대여금리로 COFIX+0.49%를 제시했고, DL이앤씨는 신잔액 COFIX 기준 가산금리 0% 조건을 내걸었다. 최근 신잔액 COFIX가 2.4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실효금리 차이는 약 0.49%포인트다.
얼핏 작아 보이는 수치지만 규모로 환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 사업비 약 1조5000억원에 이 금리 차이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약 73억원, 사업기간 5년 기준으로는 360억원 이상의 이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조합원 1397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약 25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사업비 전액이 동시에 집행된다는 가정 하의 추정치로, 실제 집행 속도와 금리 적용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사기간 10개월 차이도 금융비용과 직결된다. DL이앤씨는 57개월, 현대건설은 67개월이다. 이주비 대출을 가구당 5억원, 금리를 연 5% 내외로 가정하면 10개월 연장은 가구당 약 2000만~2500만원 수준의 추가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DL이앤씨가 공사기간 단축을 조합원 실익으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현대건설은 지하 5층 굴착과 최고 68층 초고층 시공이 동시에 진행되는 고난도 사업 특성상 67개월이 현실적인 기간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무리한 공기 단축이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낮은 금리와 짧은 공사기간이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조건의 적용 범위와 예외 항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 결국 남는 건 브랜드인가…장기 자산가치도 변수
현금 조건보다 장기 자산가치를 우선적으로 보는 조합원이라면 브랜드 상징성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압구정2구역을 수주한 상태다. 5구역까지 확보할 경우 압구정 일대가 하나의 ‘압구정 현대’ 브랜드 타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압구정이라는 지역 자체가 현대건설의 역사성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DL이앤씨는 ‘아크로 리버파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한강변 하이엔드 단지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아크로 브랜드가 가진 희소성과 한강변 최고급 주거 이미지 역시 압구정5구역 경쟁력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다.
업계가 이번 압구정5구역 수주전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공사 한 곳이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압구정5구역은 현재 압구정 재건축 구역 가운데 드물게 경쟁 입찰 구도로 진행되는 사업지다. 이번 결과는 향후 여의도·목동·성수 등 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어떤 조건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울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설계 상징성이 핵심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 사업 안정성까지 함께 따지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압구정5구역 조합원들의 선택이 향후 정비사업 수주전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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