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200% 무너졌다 살아난 킥스…회복의 질 따져보니

2026.05.13 16:12:08

1분기 200% 붕괴 뒤 연말 210% 회복
ALM 부담·시장 변동성은 여전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보험회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지난해 1분기 200% 아래로 떨어진 뒤 연말 들어 다시 210%대를 회복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보험업권 건전성이 빠르게 안정된 흐름이다.

 

그러나 분기별 수치를 뜯어보면 이번 반등은 보험영업 체력 개선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 확대와 자본성증권 발행, 경과조치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숫자를 끌어올린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험업권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은 212.3%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말 197.9%까지 하락했던 수치는 6월 말 206.8%, 9월 말 210.8%, 연말 212.3%로 반등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서 말하는 ‘경과조치 후’ 수치는 IFRS17 및 새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경과조치는 보험사 자본 변동성을 급격히 키울 수 있는 제도 변화 부담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킥스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 건전성 지표다. 보험사가 보유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보험업권에서는 지난해 1분기 킥스가 200% 아래로 떨어진 시점을 IFRS17 체제 안착 과정에서 누적된 건전성 부담이 수치로 본격화된 구간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했다.

 

실제 당시 보험사들은 새 회계체계 아래에서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었다.  IFRS17 체제에서는 미래 예상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핵심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데, 일반적으로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CSM 확보에 유리한 구조다.

 

다만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어날수록 장래 보험금 지급 부담도 함께 커지면서 요구자본 증가 속도 역시 빨라졌다. 수익성 확대 전략이 오히려 킥스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 CSM 확대 뒤 숨은 부담

 

이런 구조적 부담은 지난해 1분기 수치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당시 보험업권 경과조치 후 요구자본은 126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장해·질병위험액이 3조원 늘었고 금리위험액도 1조7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금리 변동성 확대와 자산부채관리(ALM) 부담까지 겹치면서 보험사 건전성 압박은 더욱 커졌다.

 

보험사는 수십 년 뒤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장기 계약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가 맞지 않을 경우 금리 변동 시 자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금리위험액 증가 역시 이런 구조적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자산 듀레이션 확대뿐 아니라 부채 듀레이션 축소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장기 채권 비중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금리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일부 보험사의 경우 킥스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확산됐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 킥스는 119.9%, 동양생명은 127.2%, 푸본현대생명은 145.5%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154.1%, 현대해상은 159.4% 수준까지 낮아졌다. MG손해보험은 마이너스(-18.2%) 킥스를 기록하며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를 드러냈다.

 

◇ 숫자 반등에도 남은 과제

 

다만 2분기 이후 킥스 흐름은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보험업권 킥스는 지난해 2분기 206.8%로 반등한 데 이어 3분기 210.8%, 4분기 212.3%까지 상승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건전성이 안정 구간에 재진입한 모습이다.

 

그러나 분기별 가용자본 증가는 보험 본업 개선보다는 시장 변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분기 보험업권 가용자본은 260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당기순이익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확대, 자본증권 신규 발행 등이 가용자본 증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에는 증시 상승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당시 가용자본은 27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4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주가 상승으로 보유 자산 평가이익이 늘어나면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무려 7조1000억원 증가했다.

 

연말에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보험업권 가용자본은 284조원으로 증가했다. 보험계약마진(CSM)이 5조4000억원 감소하고 결산배당으로 3조6000억원이 줄었지만, 당기순이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가 이를 상쇄했다. 특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 규모는 15조9000억원에 달했다.

 

보험사들의 킥스 반등이 보험영업 자체의 구조 개선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가 상승에 따라 평가이익이 늘면서 가용자본은 확대됐지만, 동시에 주식위험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요구자본은 133조8000억원으로 3조5000억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주식위험액 증가 규모만 9조3000억원이었다.

 

즉 증시 상승이 보험사 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장 변동성 민감도 역시 높인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보험사들이 최근 킥스의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에 더 집중하는 흐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금리와 증시 변동에 따라 평가이익과 요구자본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커지면서 단순 수치보다 자본 안정성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최근 금리 변동성 대응을 위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장기채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자산·부채 만기 구조를 조정하고 있으며, 메리츠화재는 자산과 부채의 금리 민감도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변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킥스 반등만으로 건전성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분기별 발표 때마다 금리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ALM 관리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최근에는 중동 리스크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보험사의 자본 관리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중동 정세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험사가 위기 대응 능력과 직결되는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감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특히 자본구조가 취약한 보험사는 자본의 질을 높이고 위험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최근의 킥스 비율 반등은 보험사들의 근본적인 체력 개선보다 시장 환경 변화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 보험사는 장기 보험부채 비중이 높아 금리 변화에 민감한 데다, 주식·채권 등 보유자산의 평가손익 역시 자본비율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킥스 비율 역시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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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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