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국세청이 유럽 주요국과 체납세금 징수 공조 체계를 구축하며 해외 은닉재산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국외에서 차명 사업을 이어가는 고액 체납자에 대해 각국 과세당국이 동시에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면서 국제 공조 수위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임광현 국세청장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헝가리·벨기에·영국을 차례로 방문해 각국 국세청장과 양자회의를 열고 ‘징수공조 실무협정(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협정은 기존 아시아·태평양 중심이었던 징수공조 범위를 유럽까지 확대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해외 재산 압류와 환수 절차를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세청은 현재 해외 재산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인 사례도 공개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다 세금을 체납한 뒤 유럽 리그로 이적한 한 외국인 프로운동선수의 경우 국세청 요청에 따라 해당 국가 과세당국이 현지 재산 압류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내국인 고액 체납자는 장기간 세금을 내지 않은 채 해외 곳곳에서 차명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료를 해외법인 계좌로 우회 수취한 뒤 어느 국가에도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사례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들 사례와 관련해 상대국 과세당국과 신속한 과세정보 교환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 시 양국이 동시에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방안까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동시 세무조사는 양국 조사당국이 각각 자국 내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확보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식이다.
◇ 헝가리 “AI 활용 탈세 분석” 관심
임 청장은 지난 8일 헝가리에서 페렌츠 바구이헤이 국세청장과 제4차 한-헝가리 국세청장회의를 열고 징수공조 실무협정을 체결했다.
헝가리는 배터리·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300여곳이 진출한 국가다. 임 청장은 현지 진출 기업들이 겪는 부가가치세 환급 관련 애로를 전달하고 세무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례 협의를 요청했다.
양국은 세정협력 실무협정도 갱신하고 AI 기반 탈세 분석과 빅데이터 활용 체납 추적 시스템 등 디지털 세정 사례를 공유했다. 헝가리 국세청은 한국 국세청의 AI 기반 탈세 혐의 분석 기법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벨기에, OECD 체납관리 협의체 참여 제안
벨기에에서는 지난 11일 필립 반 데 벨데 국세청장과 첫 양자회의를 열고 처음으로 징수공조 실무협정을 체결했다.
반 데 벨데 청장은 한국 국세청의 국제 징수공조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OECD 산하 ‘체납세금 관리 협의체(Tax Debt Management Network)’ 참여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임 청장은 “차기 회의부터 적극 참여해 국제사회의 공조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현재 해당 협의체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유럽 주요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참여 중이다.
◇ 영국과도 체납재산 환수 공조 강화
영국에서는 지난 13일 존-폴 마크스 국세청장과 제3차 한-영국 국세청장회의를 열고 양국 간 징수공조 실무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은 탈세제보 포상제도와 체납징수 현황 등 세정 현안을 공유하고 국경을 넘은 체납자 재산 환수를 위한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임 청장은 회의에 앞서 현지 진출 기업들과 세정간담회를 열고 세무 애로사항을 청취했으며 이를 영국 국세청 측에 직접 전달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국세청은 “새 정부 들어 결실을 맺고 있는 체납자의 해외재산 환수 작업이 이번 유럽 3개국과의 징수공조 실무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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