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험 약관 한 줄이 만든 2465억 소송…자살보험금 논란의 전말

2026.05.14 14:57:55

동국대 손해사정 최고위과정서 이예람 중사 사건·약관 해석 집중 조명
“보험 분쟁은 결국 약관과 판례 해석의 영역” 실무 쟁점 공유
교통사고 중상해·형사합의 구조 등 손해사정 핵심 쟁점 다뤄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보험 약관 속 짧은 문구 하나는 때로 수천억원 규모의 보험금 분쟁으로 이어진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논란 역시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동국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손해사정 최고위과정 강의에서는 실제 자살보험금 판례와 보험약관 해석 문제를 중심으로 보험업계와 손해사정 실무에서 반복돼 온 쟁점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강의에는 보험설계사와 손해사정사, 변호사, 기자, 방송인 등 다양한 직군의 원우들이 참석했다. 강의는 단순 상품 설명보다 실제 소송 사례와 대법원 판례 흐름, 약관 해석 기준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 이예람 중사 사건으로 시작된 강의…“심신상실·소멸시효 모두 쟁점”

 

이날 강의를 맡은 임동섭 광주보건대학교 손해사정학과 교수는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보험금 소송 사례를 소개하며 자살보험금 분쟁 구조를 설명했다. 유족 측은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소멸시효 경과와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순직 결정이 공식 통보된 시점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판단해야 한다며 유족 측 손을 들어줬고, 약 6억원의 보험금 지급 판결을 내렸다. 현재 사건은 서울고법 2심이 진행 중이다.

 

임 교수는 이 사건이 자살보험금 분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심신상실’과 ‘소멸시효’ 문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의실에서는 수강생들이 판결문 구조와 판례 흐름을 메모하거나 자료를 촬영하며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이날 강의는 단순 보험상품 설명보다 자살보험금 판례와 보험약관 해석 구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임 교수는 삼성화재와 손해사정 실무 현장을 거쳐 현재 광주보건대학교 손해사정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보험연수원 교재인 ‘보험전문가를 위한 제3보험 손해사정론’을 펴냈다.

 

그는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단순히 ‘자살이냐 아니냐’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와 약관 문구가 어떻게 작성돼 있었는지가 함께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 “그러하지 아니합니다”…약관 한 줄이 만든 2465억원 분쟁

 

강의 핵심은 자살보험금 약관 해석 문제였다.

 

임 교수는 과거 재해사망 특별약관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 아래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지급 책임 논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해당 조항이 일본 재해사망 특별약관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이후 해당 문구가 작성 과정의 실수였다고 주장했지만 보험금 지급은 거부했고, 결국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의에서는 금융감독원이 2016년 발표한 미지급 자살보험금 통계도 함께 소개됐다. 당시 미지급 보험금은 2980건, 1886억원 규모였고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약 2465억원에 달했다. 소멸시효 경과분도 2314건, 약 2003억원 규모였다.

 

임 교수는 2016년 대법원 판결이 자살보험금 분쟁의 흐름을 바꾼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법원은 재해사망 특별약관과 관련해 “고의 자살은 원칙적으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보험 계약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일괄적인 지급 거부 관행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법원이 ‘약관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명시적으로 적용했다는 점도 강조됐다. 약관 문구가 모호할 경우 작성자인 보험사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강의에서는 자살보험금 약관 변화 과정도 함께 소개됐다. 2005년 2월 이전에는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라는 표현이 사용됐지만, 2005년 2월 15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 문구가 추가됐고, 2010년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약관 문구가 다시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 “최근 판례는 계획성보다 정신 상태를 더 본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심신상실 판단 기준과 최근 판례 흐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임 교수는 자살보험금 분쟁에서 대법원이 나이와 성행, 정신질환 발병 시기, 유서 여부, 자살 장소와 방법, 주변 정황 등 7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우울증 진단 이력만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2021년 이후 대법원이 주요 우울장애와 자살 사이의 관련성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에도 유사 취지의 판결이 이어졌으며, 최근에는 특정 시점의 행동만으로 면책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최근 판례 흐름과 판단 기준 변화 등을 설명하며 “보험은 결국 약관과 판례 해석의 영역”이라는 취지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 “사망사고와 중상해는 법적으로 다르다”

 

강의는 생명보험 영역인 자살보험금 분쟁에서 자동차보험과 교통사고 손해배상 실무 영역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시간에는 백주민 주임교수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형사합의 실무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백 교수는 교통사고 사망사고와 중상해 사고가 법적으로 서로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사고는 반의사불벌죄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중상해 사고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종합보험 특례와 12대 중과실 적용 구조, 피해자 직접청구 제도, 운전자보험 약관 해석 문제 등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짚었다. 특히 형사합의 과정에서 활용되는 채권양도 절차를 주요 실무 쟁점으로 소개했다.

 

백 교수는 형사합의금이 민사 손해배상금 일부로 인정될 경우 보험사가 지급액 공제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에서는 피해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넘겨받는 채권양도 절차가 중요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운전자보험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추가 진단 인정 여부도 다뤄졌다. 백 교수는 단순 초진 여부보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진단인지 여부가 실무상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원우들은 교통사고 사례와 약관 구조를 자료와 비교하며 강의를 들었다.

 

강의 말미에는 원우들의 자유 발표 시간도 이어졌다. 발표에 나선 원우들은 직접 준비한 PPT를 활용해 최고위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자신의 경력, 관심 분야 등을 소개했다.

 

보험설계사와 기자, 변호사, 방송인 등 다양한 직군의 원우들이 참여했으며, 당초 ‘3분 스피치’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발표가 이어질수록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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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기자 lupin7@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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