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배달앱에서 음식을 고르다 보면 마주치는 문구가 있다. “포장 주문 시 3000원 할인.”
소비자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이다. 비싼 배달비를 내지 않아도 되고, 음식값마저 깎인다. 집 앞 식당이라면 직접 다녀오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1000원도, 5000원도 아닌 하필 ‘3000원’이라는 액수를 두고 의문이 남는다.
외식업계는 이 3000원이 식당 주인의 단순한 선심에서 나온 액수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배달앱 중심으로 재편된 비용 구조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불가피하게 짜낸 일종의 타협점이라는 분석이다. 포장 주문으로 배달비를 없애도, 앱을 거치면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가 남는다. 식당 입장에선 배달비가 빠진 자리를 할인액으로 채우고, 그 뒤에 다시 앱 수수료가 따라붙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41조 배달 시장…“포장 주문도 수수료 뗀다”
배달앱은 동네 식당 매출을 좌우하는 거대 유통 채널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41조48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배달은 외식 보조 수단을 넘어 식당 장사의 핵심 통로로 자리 잡았다.
업주들의 고민은 플랫폼 이용에 따른 대가다. 배달앱 주문 한 건에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업주 부담 배달비가 일괄적으로 붙는다.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 최종안을 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거래액 구간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2.0~7.8%로 차등 적용하고, 업주 부담 배달비 역시 1900~3400원 범위에서 부과하고 있다.
손님이 직접 음식을 가져가는 포장 주문은 여기서 배달비가 빠진다. 이 절감분이 “포장 3000원 할인”의 재원으로 쓰인다. 하지만 배달비가 사라졌다고 식당 부담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앱을 통한 포장 주문 역시 수수료 과금 대상이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은 2025년 4월부터 기존 점주에게도 포장 주문 중개수수료 6.8%를 적용했다. 쿠팡이츠도 지난달부터 대다수 매장에 6.8%를 부과했다. 전통시장 등 일부 영세 매장에는 무료 정책을 연장했으나, 전반적인 업계 흐름은 포장 주문 유료화로 굳어졌다. 포장 주문은 ‘배달 기사가 없는 주문’일 뿐, 플랫폼 관점에서는 여전히 수수료가 발생하는 주문이다.

◆ 2만원 치킨, 배달·포장 간 점주 부담 엇비슷해
비용 구조를 분해해 보면 식당 점주가 체감하는 실질적 비용 부담은 배달과 포장 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배달앱으로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중개수수료(6.8%)와 결제수수료(약 3%), 수수료 부가세, 업주 부담 배달비(2600원 가정)를 단순 적용하면 앱과 배달 관련 비용으로 약 4700~4800원이 빠져나간다.
반면 동일한 치킨을 ‘포장 3000원 할인’으로 판매하면 소비자는 1만7000원을 결제한다. 식당 측은 배달비를 아끼지만, 점주가 부담한 할인액에 플랫폼 수수료를 더하면 총부담액은 다시 4800원 안팎으로 올라간다. 플랫폼별 정산 방식에 따라 1800~2100원가량의 앱 수수료가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식재료비나 인건비를 제외하고 ‘앱·배달·할인’ 관련 부담만 놓고 보면, 배달 주문 시 지출하던 배달비와 수수료가 포장 주문 시엔 할인액과 수수료로 이름표만 바뀌는 구조다. 포장 할인은 점주가 배달비로 나갈 돈을 마케팅 비용으로 전환한 결과다.
◆ 왜 하필 3000원?…소비자 유인 '최소치', 식당 '마지노선’
그렇다면 왜 3000원일까. 업계에서는 이를 소비자와 자영업자 간의 심리적·경제적 임계점으로 풀이한다.
1000원 할인은 소비자를 집 밖으로 이끌어내기에 동인이 부족하다. 반면 5000원을 인하할 경우 식당 수익성은 직격탄을 맞는다. 2만 원짜리 메뉴 기준 5000원 할인은 단번에 매출의 25%가 증발한다는 의미다. 결국 3000원은 소비자가 방문을 결심할 만한 유인책인 동시에, 배달비 절감분을 통해 자영업자가 감내할 수 있는 재무적 마지노선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앱 대신 매장으로 직접 전화해 포장 주문을 해달라고 당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 결제하면 앱 중개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3000원을 깎아줘도 점주 수중에 남는 현금이 더 크다. 하지만 소비자는 메뉴와 조리 시간 확인, 결제까지 단번에 끝나는 앱의 편의성을 선호한다. 포장 할인은 수수료를 아끼려는 점주와 편의성을 좇는 소비자 사이에서 형성된 절충안이란 분석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손님이 직접 와서 음식을 가져가도 배달앱으로 접수된 주문이면 떼이는 수수료는 똑같다”며 “3000원 할인은 수수료 늪에서 어떻게든 배달비라도 줄여서 팔아보려는 자영업자들의 생존 발버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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