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가상자산 환치기 직원 방조' 혐의 우리은행 1심서 무죄

2026.05.14 19:03:09

"이익귀속주체 아냐…확인 의무 미이행 혐의도 지나친 확대해석"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가상자산 환치기 일당과 공모해 거액의 외환 송금을 실행한 직원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법인이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임혜원 부장판사)은 외국환거래법 및 은행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리은행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우리은행 소속 지점장 A씨 등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받자 우리은행 법인에도 책임이 있다며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21∼2022년 이른바 '가상자산 환치기'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2023년 6월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가상자산 환치기는 외국에 거주하는 이로부터 가상자산을 이전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매매한 후 그 대금을 외화로 송금하는 행위로, 국내 거래를 실행하는 이들은 일정 비율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 거래소에서의 거래 금액이 외국 거래소보다 크다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해 차액을 거두는 방식이다.

 

A씨는 가상자산 환치기 일당들이 허위 인보이스 등을 제출하며 수입 대금을 가장해 거액의 외환을 송금하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담당 직원에게 송금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송금한 액수는 1조원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외국환거래법 31조의 양벌규정(직원이 위법 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에도 책임을 묻는 조항)을 근거로 우리은행을 기소했다. 즉, 우리은행이 A씨의 불법적 외국환 업무를 방조했고, 담당 직원이 법령상 10억원 이상 자본거래를 할 때 한국은행 신고 의무 이행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등록 외국환 업무 및 미신고 자본거래의 실질적 업무 주체는 가상자산 매매를 통해 외화를 송금한 이들"이라며 우리은행은 양벌규정 및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은행 직원이 송금 과정에 일부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반 행위의 귀속 주체가 아닌 은행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검찰이 핵심으로 문제 삼은 '증빙서류 미확인' 부분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은행 직원들이 해당 송금 요청을 외국환거래법상 별도의 신고나 허가가 필요 없는 일반적인 수입대금 지급으로 인식한 이상, 허가 여부까지 추가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단순히 허위 인보이스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확인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벌법규의 지나친 확장 해석이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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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현 기자 sgh@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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