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현 정부가 지속가능성 의무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제화하기 위해서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국제 정합성‧기업 수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 별도의 기준 제정 기관, 해석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한국회계기준원이 개최한 ‘투명한 회계와 지속가능성 공시를 통한 자본시장의 성장과 혁신’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현 정부는 국정과제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채택하고, 지난 2월 금융위를 통해 2028년부터(2027년 회계연도)부터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2029년부터 30조원 미만 상장사, 2031년부터 스코프3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ESG 공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는 글로벌 투자환경이 기업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기존의 기업 재무 정보로는 기업의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며, 비재무 영역을 잘 관리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더 높다는 실증 사례가 등장하면서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 판단에 필수적(특히 ESG 공시 등)이 되어 가고 있다.
기업은 지속가능성 정보 없이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없으며, 글로벌 투자환경에서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에도 지속가능성 정보가 절실하다. 낮은 출산율,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한국형 녹색 전환(K-GX) 등 정부의 다양한 중요 과제들은 정확한 지속가능성 정보 없이 달성하기 어렵다.
◇ 비재무정보, 유용하고 신뢰
정 교수는 신뢰로운 공시 정보 확보를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는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기준 및 공시 근거가 없어, 기업 자율판단에 따라 공시되고 있다. 비교가능성이 낮고, 정확하다고 볼 수 없고, 유용하지도 않으며 허위 공시를 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관련 법이 있으면 ▲공시기준 의무화‧허위 공시에 대해 제재할 수 있고 ▲녹색전환 등 기업 지원을 위한 정보 인프라 확보 ▲IFRS 재단의 ISSB 기준을 수용해 지속가능성 정보의 비교가능성 등 국제적 정합성‧신뢰성 확보 등이 가능하다.
또한,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해석 토대 마련 ▲주요국이 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안 함으로써 발생하는 공시 정보 역차별 및 경쟁력 저하 우려 해소 ▲의무이행과 더불어 면책 조항을 마련함으로써 기업의 법률리스크 완화 등의 이익이 발생한다.
◇ 법적 불안정성 해소 위한 전담 조직 필요
정 교수는 이미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여러 건이 국회 제출된 상황에서 추후 지속가능성 공시 법제화를 위해선 ▲국제적 정합성 ▲기업 수용성 ▲정보 유용성 등 세 가지 요인을 충족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제적 정합성 측면에선 EU 등 해외 주요국 ESG 공시제도, ISSB 기준 등 비교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기준, 수용성 측면에선 제조업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 및 기업의 역량‧준비 상황에 맞춘 이행계획, 투자자가 믿고 쓸 수 있도록 신뢰롭고 유용한 ESG 정보를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선 지속가능성의 공시 법제화의 토양은 자본시장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자본시장법은 현재 자본시장과 시장 내 투자자들을 위한 규정을 담고 있다.
기업 공시 문서는 사업보고서에 담아 한 곳에서 보는 게 현 상황에도 맞고, 주요 국가들과도 맞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공시 대상은 자산규모, 투자자 수,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전했다.
또한, 법에서 공시 기준을 제정‧해석하는 주체(기관)을 명시하고, 해당 기관의 조직‧예산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만든 지속가능성 정보가 해외에서 통용되고,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만든 정보가 국내에서 통용되면, 중복 공시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그러려면 현재 국내 각 기관이 추진해온 것처럼 ISSB을 바탕으로 기준 마련하고, IFRS 재단 및 EFRAG 기준과 우리나라 기준의 정합성 평가 가능 여부를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보 정확성을 확보하려면, 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숨길 수 없게 종속기업이나 공급망에 포함된 기업들에게 자료를 요청할 필요가 있고, 부당 경영 관여, 하도급법 위반, 불법 파견 등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 요구권을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고의 등 의도적 허위공시가 아닌 단순 실수, 제3자의 자료 공급 오류, 에측 정보 등에 대한 적절한 면책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 정보도 재무 정보와 대등한 수준으로 양과 질을 확보하고, 공시‧인증‧평가 등의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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