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주식시장 활황과 맞물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신용대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한 달 전보다 줄었지만,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타대출이 크게 불어나면서 가계부채 관리의 부담이 다시 커졌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신용대출 자율조치를 시행했다. 고액 연봉자를 포함한 신규 신용대출 신청 차주의 대출 한도를 연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마이너스통장 관리도 강화한다. 하나은행은 기존 한도대출 만기 연장 과정에서 미사용 한도를 감액하되 일부 상품에 적용하던 예외 조항을 없애기로 했다. 앞으로는 실제 사용이 적은 한도에 대해 규정에 따라 감액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취급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했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주요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들어오는 신용대출 신규 접수도 멈췄다.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대면과 비대면 신용대출의 하루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넘을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권 전반에서 신규 한도 축소, 비대면 채널 제한, 플랫폼 유입 차단 등 신용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은행권의 대응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과 맞물려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3000억원 늘었다. 4월 증가폭 3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 증가 규모가 5조8000억원 커졌다. 지난해 같은 달 증가폭 5조9000억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증가세를 키운 쪽은 주담대가 아니라 기타대출이었다. 5월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증가해 4월 5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용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신용대출은 3조4000억원 증가했고, 이 중 마이너스통장 증가액만 2조600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가정의 달 자금 수요와 주식시장 상승세가 겹치면서 한도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이 주목하는 지점은 신용대출 증가가 단순 생활자금 수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증시 호조 속에 개인투자자의 차입 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마이너스통장이 투자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과도한 차입 투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질 때 차주의 상환 부담과 금융회사 건전성 리스크를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될 때까지 비상관리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관리목표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매주 점검회의를 열고, 각 회사가 제출한 관리계획 이행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금은 관계기관과 전 금융권이 전력을 다해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추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관리목표 미준수 금융회사에 대한 점검회의를 매주 열어 관리계획 이행현황 등을 집중 점검하는 가계부채 비상 관리체계를 가동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신용대출 관리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담대 규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우회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가계부채 관리의 전선이 다시 넓어질 수 있어서다. 은행권의 이번 조치는 주담대만 눌러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어렵다는 당국의 판단이 신용대출 관리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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