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주가가 6000억원대 과징금 철퇴에도 오히려 랠리를 펼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안도감’과 ‘불확실성 해소’가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CPNG)은 전날보다 5.25% 오른 18.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과징금 부과 발표 직전인 지난 10일 종가(15.12달러) 대비 4거래일 만에 19.25% 급등했다. 개인정보 유출 악재로 이달 초 14.92달러까지 밀렸던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고, 시가총액 역시 300억달러(약 41조원) 선을 회복했다.
주가 반등은 역설적으로 대형 악재가 확정된 직후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쿠팡에 국내 개인정보 관련 제재 중 역대 최대 규모인 6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린 배경으로는 ‘불확실성 해소’와 ‘악재의 선반영’이 꼽힌다.
◆ “1조원 철퇴 피했다”…불확실성 걷어낸 시장
증권가 일각에선 개인정보보호법상 최고 요율 적용 시 과징금이 최대 1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실제 부과액이 시장의 우려를 밑돌면서 안도감이 형성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번 과징금은 당사 예상치인 4억달러(약 5500억원) 수준에 부합하며, 시장이 우려했던 1조원대 사태는 피했다"며 "주가를 짓누르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 선반영된 악재, 일회성 비용 관측
악재가 주가에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점도 반등의 요인으로 꼽힌다. 쿠팡 주가는 지난해 말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장기간 하락세를 보였고, 제재 발표 직전인 8일에는 52주 최저가(14.92달러)까지 추락했다. 최종 제재안이 나오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최악의 우려보다 온건한 제재안이 확정되며 매수세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회사의 빠른 리스크 정량화도 시장을 안심시켰다. 쿠팡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과징금 합산액 약 4억1000만달러를 올해 2분기 판매관리비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체불명의 리스크가 ‘계산 가능한 일회성 비용’으로 확정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과징금은 쿠팡의 2025년 매출액의 1.4% 수준에 불과해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진단했다.
◆ 견고한 물류망…2분기 실적 타격은 과제
쿠팡의 본업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주가를 떠받쳤다. 쿠팡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물류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전국 단위 로켓배송망과 2000만명 규모의 ‘와우 멤버십’ 회원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이다.
다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4억달러 규모의 과징금이 단번에 반영되는 2분기에는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쿠팡 측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장기적인 법적 분쟁에 따른 피로감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훼손된 소비자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에도 쿠팡의 배송 인프라와 시장 장악력이 당장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막대한 재무적 출혈 이후에도 로켓배송의 속도와 가격 경쟁력 등 쿠팡만의 강점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