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읽기] 금값은 21만원 가는데… ‘골드러시’ 왜 식었나

2026.06.18 13:08:30

골드뱅킹 잔액 올해 첫 2조원 하회
금값 변수, 전쟁보다 금리·자금 흐름으로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연초 뜨겁게 달아올랐던 금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올해 1월 2조4000억원대까지 불어났던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다시 2조원 아래로 내려왔고, 골드바 판매액도 연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금값 자체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국내 금값은 최근 1g당 21만원선에 다시 근접했다. 국내 개인투자 수요는 식었지만, 가격은 글로벌 금리 변수에 반응해 반등하는 엇갈린 흐름이다.

 

18일 한국거래소 금시장 시세에 따르면 국내 금 가격은 이날 오전 9시56분 기준 1g당 20만9960원을 기록했다. 전일보다 260원 오른 수준이다.

 

최근 흐름만 보면 반등세가 확인된다. KRX 금시장 일별 시세 기준을 살펴보면 국내 금값은 지난 11일 1g당 20만30원까지 내려갔다. 이후 12일 20만4000원, 15일 20만8820원, 16일 20만9640원, 17일 20만9700원으로 올랐다가 이날 장중 20만9960원을 나타냈다.

 

다만 금값이 21만원선 회복을 앞두고 있음에도, 이를 국내 개인투자 수요 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근 은행권 골드바 판매와 골드뱅킹 잔액은 줄어든 상태인데, 이는 최근 반등을 국내 매수세가 되살아난 결과라기보다 국제 금 가격과 환율, 미국 금리 전망이 함께 작용한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종전 기대가 국제유가를 낮추고, 유가 안정이 다시 미국 금리 부담을 덜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확전 우려가 줄면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도 낮아지며 이는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물가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물가 부담이 줄면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완화된다. 결과적으로 금리 부담이 낮아지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의 상대적 매력은 커진다.

 

종전 기대 자체는 안전자산 선호를 낮추는 요인이지만, 유가 안정과 금리 부담 완화 기대가 이를 상쇄할 여지가 있다. 시장이 전쟁 리스크보다 미국 금리 경로에 더 크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금값을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아직 조정 구간으로 읽힌다. 국내 금값은 지난 1월 29일 1g당 26만9810원까지 올랐는데, 현재 가격은 고점 대비 22%가량 낮다. 또한 금값이 반등했지만, 금 투자 수요가 곧바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은행권 지표에서도 금 투자 수요 둔화가 확인된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달 456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판매액이 900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반토막 수준이다.

 

골드뱅킹을 운영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해 말 1조9296억원에서 올해 1월 2조4434억원까지 빠르게 늘었다가 지난 16일 기준 1조9850억원으로 내려왔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연초에는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어서 골드바를 먼저 확보하려는 고객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만큼 매수 시점을 다시 따져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증권가에서는 최근 금 투자 수요 약화를 단순히 전쟁 리스크 완화만으로 이해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 수요는 줄었지만, 금값은 국제 금 가격과 달러, 미국 금리 전망에 연동되는 만큼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국제 금 가격이 온스당 400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온 배경으로 글로벌 자산시장 조정, 금 ETF 자금 유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 둔화 등을 제시했다. 금 가격이 조정받는 동안 금 관련 투자자금도 함께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 ETF 자금은 올해 1월 말 이후 유출 흐름이 이어졌다. KB증권에 따르면 2월 말 미국과 이란 사태 이후에도 14주 중 10주간 금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중앙은행 수급에서도 매수 강도 약화 신호가 나타났다. KB증권은 세계금협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 3월 각국 중앙은행이 합산 기준 121톤의 금을 순매도한 것으로 분석했다. 월간 기준 중앙은행 금 거래가 순매도로 돌아선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 강세도 금 투자 수요를 낮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금으로 향하던 투자자금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이 반도체 주식 등 일부 자산으로 쏠리면서 금에 대한 투자도 위축된 모습”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의 금값 조정이 수요 구조가 훼손된 결과라기보다 중동발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에 따른 금리·달러 상승의 영향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지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금·은의 최근 조정은 강세장의 종료가 아니라, 금리와 달러가 단기 상단을 누르는 구간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금값이 장기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 부담이 남아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오 연구원은 “2026년 들어 유가 상승과 함께 달러 및 금리가 상승하고 긴축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은 한동안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 구간 4000달러 레벨에서 지지되지 못한다면 3000달러대 중반까지도 열어둘 필요가 있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금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유효하며 미국과 이란 전쟁이 종결된 후 3~4분기 내 금 가격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금 시장의 온도는 연초와 달라졌다. 당시에는 가격이 오를수록 투자 수요가 붙었지만, 지금은 21만원선에 다가서도 관망세가 더 짙다. 골드뱅킹 잔액과 골드바 판매액 감소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앞으로 금값은 전쟁 리스크보다 미국 금리 전망과 글로벌 자금 흐름에 더 민감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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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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