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플랫폼 쿠팡이츠를 운영 중인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신청한 동의의결을 모두 ‘기각’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의의결은 민사재판상 ‘합의’와 유사한 개념으로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보상·시정방안 등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하다고 인정할 때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거래상 지위 남용 혐의를 받는 애플이 신청한 동의의결을 ‘기각’한데 이어 2023년에는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를 저지른 카카오모빌리티의 동의의결을 ‘기각’한 바 있다.
18일 공정위는 쿠팡과 우아한형제들의 시장지배적 남용 행위 건 등과 관련한 동의의결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 9일 ‘최혜대우요구 건’과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쿠팡은 ‘최혜대우요구 건’과 함께 공정위가 안건 상정한 ‘끼워팔기 건’은 동의의결 절차개시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5월 7일 우아한형제들은 ▲‘최혜대우요구 건’ ▲‘자사 배민배달 서비스 우대 행위 건’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건’과 관련해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쿠팡·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츠·배민 앱에 입점한 업체를 상대로 자신들 외에 경쟁 배달플랫폼에 음식가격, 최소주문금액 등을 더 저렴하게 설정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최혜대우요구(MFN : Most-Favored-Nation Clause)’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 우아한형제들은 배민 앱 내에서 운영 중인 ‘배민배달’을 우대한 반면 ‘가게배달’에는 불이익을 제공해 ‘가게배달’을 사용하는 입점업체가 ‘배민배달’로 전환하도록 강제한 혐의도 있다.
또 우아한형제들은 ‘가게배달’ 대비 수익성이 높은 ‘배민배달’의 ‘배달예상시간’을 더 빠른 것처럼 광고한 사실도 적발됐다.
쿠팡은 ‘최혜대우요구’ 혐의와 함께 쇼핑 멤버십(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를 연계해 쿠팡 앱을 통해 쇼핑을 이용한 고객들이 ‘쿠팡이츠’ 서비스를 자동 이용토록 강제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동의의결 개시 신청과정에서 쿠팡은 ▲상생협력 기금 320억원 ▲입점업체 대상 수수료·배달료 지원 78억원 ▲광고·마케팅 지원 124억원 ▲국내 외식산업 해외진출 프로그램 15억원 ▲외식산업 활성화를 위한 프로모션 및 마케팅 지원 63억원 등 향후 4년간 총 600억원을 입점업체에게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또한 쿠팡은 ▲와우매장 제도와 무료배달 혜택을 연계 정책 중단 ▲상생협의체 설립, 입점업체 간담회 정례화, 핫라인 구축 ▲쿠팡이츠 관련 공정거래 주요사항에 대한 별도 교안 제작, 교육 프로그램 신설 등 상생방안도 공정위에 제안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가게배달’ 입점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하 ▲‘가게배달’ 입점업체에 대한 배달비 지원 ▲창업 및 재기 지원 등을 위한 상생협력 기금 총 1400억원과 파트너 상생협력 지원금 1600억원 등 총 3000억원을 향후 3년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함께 우아한형제들은 배민클럽 선정 기준에 포함된 ‘다른 배달앱에 비해 최소주문금액, 할인혜택, 메뉴가격 등을 높게 설정하지 않는 경우’ 폐기, ‘가게배달’ 품질 및 정산능력 제공방안 마련 등이 담긴 경쟁질서 시정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 공정위 “쿠팡·우아한형제들 시정방안, 기존 시행 중인 지원 방안 중복돼 진정성 결여”
하지만 공정위는 쿠팡·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피해보상 및 시정방안이 모두 미흡하다고 판단해 두 회사가 신청한 동의의결 개시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원회에서 동의의결 개시를 결정할 때는 ‘사건의 성격’, ‘시간적 상황’, ‘공익적 부합성’ 등 세 가지 요건을 고려한다”며 “위원회에서는 이 세 가지 요건을 고려했을 때 쿠팡·우아한형제들이 내놓은 시정방안이 모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에 앞서 심사관은 위원회의 심의단계부터 동의의결과 관련해 ‘기각’ 의견으로 대응했다”며 “‘기각’ 의견을 제시한 이유는 우선 ‘사건의 성격’ 측면에서 쿠팡·우아한형제들이 저지는 행위들로 인해 다수 입점업체나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 점, 현저한 경쟁 제한 효과가 있었던 점을 주장했다. ‘시간적 상황’에서는 이들 두 업체가 내놓은 시정방안이 진정성 있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해관계자들도 해당 시정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다 ‘공익적 부합성’ 측면에서 두 업체가 제시한 시정방안의 내용을 살펴보는데 일부 내용의 경우 쿠팡·우아한형제들이 이미 기존에 시행 중인 프로모션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시정방안에 포함된 지원금액 600억원·3000억원이 제3자가 보기에 상당한 규모일 수도 있으나 시정방안을 개별적으로 들여다보면 두 업체가 입점업체 모집 등 영업을 위해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프로모션들이 상당부분 섞여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입점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수수료·배달비 인하 부분인데 시정방안에 담긴 수수료·배달비 인하 관련 부분은 실효성이 없어보여 이 점을 심사관이 위원회에 피력했다”며 “결국 위원회는 심사관 주장과 ‘사건의 성격’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여러 사항을 종합 고려해 ‘기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심의 재개 과정서 위법 행위로 발생한 쿠팡·우아한형제들 매출액도 재산정 가능
한편 공정위는 쿠팡·우아한형제들이 신청한 동의의결이 ‘기각’된 만큼 본 사건에 대한 심의를 재개하는 등 정식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두 업체가 법 위반 행위에 따라 벌어들인 매출액 재산출, 과징금 부과 결정 등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는 쿠팡·우아한형제들이 ‘최혜대우요구’로 각각 매출 7100억원, 73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 우대와 ‘부당광고’를 통해 각각 약 7조7800억원의 매출을, 쿠팡은 ‘끼워팔기’로 약 5조2600억원의 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금일 보도자료에 나온 두 업체의 매출액은 이들의 위법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매출액을 심사보고서에 추산한 것”이라며 “추후 공정위 내부 행정규칙 중 과징금 고시에 따라 각종 부과기준을 적용해 과징금을 결정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두 업체가 거둔 매출액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은 공정위 관계자에게 동의의결 ‘기각’과 관련해서도 사업자들이 소송 등 불복절차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문의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충분한 심의 과정이 있었기에 소송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며 “소송이 제기되면 법원에서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성 등이 인정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동의의결 ‘기각’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소송이 제기된 적은 없다. 이전 동의의결 ‘기각’ 관련 법원 판결이 없기에 소송 여부 부분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의 건별로 편차가 크기에 본 사건에 대한 심의 기간이 통상 얼마나 걸릴지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단 금일 브리핑을 통해 조속히 심의할 것이라고 말씀드린 만큼 연내 심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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