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사회공헌인가 광고인가…금융권 ‘2조 영수증’ 본다

2026.06.19 17:55:13

우리·KB 이어 신한 조사 착수…행사·캠페인 비용 분류가 핵심
은행권 사회공헌 2조1560억원…총액보다 쓰임새 검증 본격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의 사회공헌 현장 조사가 4대 금융지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다음주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이 점검 대상에 오른다. 이달 말에는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사회공헌 집행 규모 자체보다 비용의 성격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금융회사가 공익 목적이라고 설명해온 광고, 행사, 캠페인, 후원 사업이 실제 사회공헌 비용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 홍보성 지출이 사회적 기여 실적으로 반영된 것은 아닌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 사회공헌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당국의 검증도 ‘얼마나 썼는가’에서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썼는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사회공헌 현장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부터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조사는 금융지주와 핵심 계열 은행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룹별로 약 4일 안팎의 일정이 배정됐다.

 

앞서 금감원 은행검사1국은 지난 9일부터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과 광고 업무 집행 현황을 점검했다. 이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으로 조사 대상을 넓혔다.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조사가 다음 주 시작되면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점검도 이달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4대 금융지주 조사를 끝낸 뒤 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지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커진 규모만큼 검증 필요성 확대

 

금감원이 사회공헌 장부를 들여다보는 배경에는 은행권 사회공헌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사회공헌 지원 규모는 2조1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조8934억원보다 2626억원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은 13.9%다. 분야별로는 지역사회·공익 분야가 1조4350억원으로 전체의 66.6%를 차지했다. 서민금융 분야는 5389억원으로 25.0%였다.

 

금융권은 사회공헌 규모 확대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 성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 입장에서는 총액이 커진 만큼 집행 내역의 적정성과 분류 기준을 확인할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사회공헌으로 집계된 비용이 실제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공급, 지역사회 기여 등과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회공헌 총액이 늘었다고 해서 사회적 기여도가 같은 비율로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취약 차주 지원이나 서민금융 공급처럼 수혜 대상과 효과가 비교적 명확한 사업이 있는 반면, 지역 행사 후원이나 공익 캠페인, 문화·체육 행사 협찬처럼 공공성과 홍보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업도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사회공헌비와 광고비의 경계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회사가 지역사회 발전이나 금융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비용을 집행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브랜드 노출이나 이미지 제고 효과가 크다면, 해당 비용을 어디까지 사회공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진다.

 

◇ 비용 분류 기준이 쟁점

 

금감원이 이번 조사에서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광고 업무 집행 현황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사회공헌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각 비용이 어떤 목적과 기준으로 분류됐는지를 살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 사회공헌 사업은 성격이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지역 축제 후원, 문화행사 지원, 공익 광고, 스포츠 행사 협찬, 금융교육 캠페인 등은 공공성과 홍보성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라고 판단한 사업이라도 당국이 보기에는 광고성 지출에 가까운 항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광고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회공헌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취약계층 지원, 지역사회 기여라는 목적이 분명하고 실제 수혜 대상과 효과가 확인된다면 홍보 효과가 일부 수반되더라도 사회공헌으로 인정될 여지는 있다. 결국 이번 조사의 관건은 비용의 명목이 아니라 목적, 수혜 대상, 집행 방식, 실제 효과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있다.

 

금융회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대목도 이 지점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회계상 지출 여부만으로 성격을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행사 후원이라도 지역사회 기여도가 클 수 있고, 같은 캠페인이라도 금융소비자 보호나 서민금융 접근성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사후적으로 광고성 비용 여부가 판단될 경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사회공헌도 공공성 잣대 위로

 

이번 조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공공성 강화 요구가 커지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 강화를 주문하며 금융의 공적 역할 확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7일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고 금융기관의 공공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산업은 민간기업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국민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예금, 대출, 결제, 신용 공급 등 금융회사의 영업 활동은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고금리와 경기 둔화, 취약 차주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금융회사에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포용금융 확대 계획을 잇달아 내놓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사회공헌과 포용금융은 엄밀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금융권의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 안에서는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이 사회공헌 실적을 들여다보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내세우는 공공성 강화 노력이 실제 집행 단계에서도 일관되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정책 방향과 별개로 평가 기준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공헌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지역사회 관계, 금융교육, 문화 지원, 취약계층 지원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영역이다. 금융회사마다 영업 기반과 고객 구성, 지역 네트워크도 다르다. 전국 단위 대형 금융지주와 지역 밀착형 지방금융지주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히 비용 항목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며 “지역사회 기여나 금융교육, 문화 지원처럼 공익성과 홍보 효과가 함께 나타나는 사업도 적지 않은 만큼 사전에 어느 정도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공시 세분화 가능성

 

금감원 조사가 4대 금융지주를 넘어 다른 금융지주로 확대될 경우 이번 점검은 금융권 전반의 사회공헌 비용 분류 체계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특정 회사의 비용 집행 내역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공헌 실적 산정 방식과 공시 기준에 대한 논의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사회공헌 공시는 총액과 분야별 집행 규모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앞으로는 비용의 성격, 수혜 대상, 집행 목적, 성과 지표 등을 더 구체적으로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지역사회 공헌, 문화·체육 지원, 공익 캠페인 등으로 항목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업이 어떤 사회적 효과를 냈는지 설명해야 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이번 조사의 핵심은 사회공헌 비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설정에 있다. 광고와 공익사업, 마케팅과 사회공헌의 경계가 불분명한 영역이 적지 않은 만큼 당국이 어떤 판단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비용 집행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은행권 사회공헌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지금, 금융권의 공공성 경쟁은 단순한 금액 싸움에서 벗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얼마를 썼는지보다 어떤 돈을 사회공헌으로 분류했고, 그 돈이 누구에게 어떤 효과를 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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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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