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황성필 변리사의 스타트업 이야기...(주) 나노포지에이아이

2026.07.10 08:42:36

 

(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2019년 여름, 일본이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같은 몇 가지 “소재”의 수출을 막자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가 흔들렸다. 그 사건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분명했다.

 

대한민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자동차·조선에 있어서는 제조업 강국이지만, 그 제조업의 가장 안쪽인 즉 '소재'로 들어가면 여전히 일본·미국·독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소재의 개발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IBM 리서치에 따르면 신소재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비용은 100억에서 1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발견은 우연에 가깝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누적되어야 비로소 하나가 나온다.

 

그리고 이 거대하고 느린 게임의 룰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다시 쓰겠다고 나선 두 청년이 있다. 주식회사 나노포지에이아이(NanoForge AI)의 창업자 김동현 대표(CEO)와 배재원 CTO다. 두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은 아니다.

 

이들과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딥테크 생태계에 몸담으며, 조용하지만 묵직한 기준으로 유망한 인재들을 발굴해 온 신뢰할 만한 “멘토들”의 안목이 다리를 놓아준 덕분이다.

 

■ AI 서비스가 아닌, 소재 개발 방법론을 바꾸는 회사

 

김동현 대표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기계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2016년 NASA 우주설계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대상을 받았다. 옥스퍼드 바이오 해커톤, 유럽 화성탐사선 대회에서도 수상한, 글로벌 무대에 익숙한 엔지니어다.

 

그가 강조하는 회사의 정체성은 분명했다. “우리는 인공지능 모델을 서비스로 팔아 매출을 내려는 회사가 아닙니다. 소재 개발이라는 방법론 자체를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다시 쓰겠다는 것이 본질이고, 그 결과로 회사에는 소재 IP가 자산으로 누적되는 구조입니다.” 기존 소재 개발은 연구자 한 사람이 한 번에 한 가지 소재를 시행착오로 만들어내는 “One-by-One” 방식이었다.

 

데이터는 기록되지 않고 연구자의 머릿속에만 남는다. 나노포지의 접근은 다르다. AI가 후보 물질을 설계하고, 자율실험실의 로봇이 그것을 자동 합성하고, 측정 결과를 다시 AI가 학습하는 폐루프(closed-loop)를 구성하는 것이다. R&D를 반복할수록 AI가 똑똑해지고, 5~10년 걸리던 사이클을 1~2개월로 압축한다.

 

성과는 빠르게 나왔다. 2025년 4월 설립 후 5개월 만에 딥테크 팁스 15억원에 선정되었고, 같은 해 K-딥테크 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상(대상)을 받았다. 같은 시기 싱가포르 최대 딥테크 행사인 SWITCH 2025의 “AI for Materials” 세션에 패널·연사로 초청되어 한국 신생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글로벌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 해 말에는 과기부 1차관이 회사를 직접 찾아와 인공지능과 자동합성 기술 시연을 참관하고 소재 개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올해 초에는 삼성 C-Lab Outside와 IBK 창공에 잇따라 선정되었고, 현재 국내 대기업 3곳과 실증 프로젝트(PoC)를 진행하고 있다.

 

 

■ 하나의 모델로 모든 소재를 꿰뚫는다

 

배재원 CTO는 KAIST 수리과학과를 총장장학생으로 입학해 단 2년 만에 상위 3% 최우등으로 조기 졸업한 수재다. 창업 1년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 학회인 ICLR과 ICML 워크숍에 논문을 채택시켰고, 관련 특허도 꾸준히 출원하며 독보적인 연구 역량을 증명해 가고 있다. 그의 설명은 복잡한 수식 없이도 비전공자의 머릿속에 또렷하게 꽂혔다.

 

“지금까지의 AI 소재 모델은 ‘이 물질의 구조를 줄 테니, 얼마나 단단한지 바로 맞춰봐’라고 묻는 일차원적 방식이었습니다. 당연히 데이터도 부족하고, AI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사람이 검증할 수도 없죠. 우리는 그 사이에 물리적 징검다리를 하나 더 둡니다. 물질의 구조적 형태를 보기 전에, 그 물질이 가진 전기적·열적 ‘본질(기초 물리량)’을 먼저 학습시키는 겁니다. 실제 물성(단단함, 전도성, 내열성 등)은 그 본질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이 가져오는 강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버려지던 데이터의 극적인 회생이다. 기존 방식은 ‘단단함이 몇인지’, ‘전도성이 몇인지’와 같은 최종 결과 데이터만 학습에 활용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풍부하고 본질적인 물리량 데이터가 잠들어 있었다.

 

나노포지는 이 중간 물리량을 학습 프로세스에 결합함으로써 데이터의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둘째, 사람이 검증 가능한 “해석력”의 확보다. AI가 어떤 물리적 근거와 인과관계를 거쳐 해당 물성을 예측했는지 연구자가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예측이 틀렸을 때 어느 알고리즘과 물리 값을 보정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방식이 도달하는 최종 목적지는 결국 ‘소재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다. 전기적 특성이 핵심인 반도체와 초전도체, 이온 이동이 핵심인 배터리, 기계적·열적 특성이 핵심인 세라믹까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소재군을 단 하나의 거대한 모델 안에서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소재 개발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바꾸겠다는 도전은 단일 학문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인공지능(AI), 소재 공학, 그리고 자율실험실을 구동할 로보틱스라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현재 나노포지에는 두 창업자를 필두로 이 세 분야의 하이엔드 전공자 12명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다. 융합의 시너지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실행력으로 발현되는 구조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셈이다.

 

 

 

■ 한 스타트업의 사업이 아닌, 국가적 과제

 

변리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나노포지의 독보적인 자산 구조다. 회사에는 현재 세 겹의 자산이 동시에 수직 계열화되어 쌓이고 있다. 바로 자체적인 AI 모델, 자율실험실이 생산하는 표준화된 데이터, 그리고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발굴된 소재 IP(지식재산권)이다.

 

이는 후발주자가 자본력만으로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진정한 기술적 해자(Moat)다. AI 모델 자체를 서비스로 파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이 만들어낸 고부가가치의 결과물을 독점적 자산으로 축적하는 비즈니스 구조다. 이는 한국 딥테크 스타트업의 IP 전략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모범 사례라고 평가한다.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는 이미 일개 스타트업의 상업적 레이스를 넘어선 패권 경쟁이다. 미국은 이미 에너지부(DOE)의 3억2000만달러 재원과 24개 민간 기업이 손잡은 “Genesis Mission”을 통해 소재 AI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Periodic Labs, Lila Sciences, 영국의 Cusp AI와 같은 유망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거액 투자를 유치했다. 반면 한국에는 아직 이 거대한 담론을 이끌어갈 적임자의 자리가 비어 있는 실정이다.

 

제조업의 가장 깊숙한 안쪽인 소재를 잃으면, 대한민국이 가진 제조업 강국이라는 명함도 결국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노포지가 추진하는 소재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단순한 한 스타트업의 사업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다음 30년을 좌우할 국가적 과제다. 이제는 국가의 전략적 인프라 차원에서 이러한 담대한 도전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공자는 일이관지(一以貫之), 즉 “나의 도(道)는 하나로 꿰뚫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각개전투식으로 파편화되어 흩어져 있던 방대한 소재들을 단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로 꿰뚫겠다는 나노포지의 접근은 이 고전적 현자의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하부 구조를 다시 쓰고 있는 김동현과 배재원, 이 두 청년의 이름을 우리가 앞으로도 깊이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현)이엠컨설팅 대표

•(현)LESI YMC Korea Chair, INTA Trademark Office Practices Committee

•(현)서울시, 연세유업, 파일러, 레페리, 아이스크림키즈, 스냅테그, SBSCH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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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필 변리사 hwangpa-hsp@hwang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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