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와 실질적으로 소통해야”…금감원, 운용사 ‘복붙 공시’ 정조준

2026.07.13 10:20:27

의결권 행사율 91.8%로 상승했지만 판단 근거는 여전히 부실
500조원대로 커진 ETF 시장 과장광고·괴리율 관리도 도마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는 이전보다 활발해졌지만, 공시 내용과 내부통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왔다. 빠르게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거짓·과장광고와 가격 괴리 문제가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투자협회장과 20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가 참석한 간담회를 열고 의결권 행사 내실화와 주주권 행사 체계 정비, ETF 시장 질서 확립 방안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지수 상승 등 유례 없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쏠림 현상, 변동성 심화와 같은 리스크 요인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며 “자산운용사의 역할과 책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자체는 이전보다 활발해졌다.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지난해 91.6%, 올해 91.8%로 상승했다.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비율도 같은 기간 5.2%에서 6.8%, 8.2%로 높아졌다.

 

문제는 행사 여부보다 이를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점검 대상 285개사 가운데 121개사(42.4%)는 전체 안건의 절반 이상에 대해 ‘주주총회 영향 미미’나 ‘주주권 침해 없음’과 같은 상투적인 문구를 사용했다. 임원 선임과 정관 변경처럼 성격이 다른 안건에도 같은 사유를 반복해 적어 실제 판단 근거를 알기 어려운 사례도 확인됐다.

 

이 원장은 “여전히 다수의 ‘복사·붙여넣기’ 식 의결권 행사 공시가 확인된 점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라며 “투자자와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의결권 행사 정책 및 공시 체계를 내실 있게 정비해달라”고 주문했다.

 

주주권 행사를 뒷받침할 내부통제 체계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금감원 점검에서는 의결권 전담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를 두고 관련 활동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 운용사일수록 경영진 면담이나 주주서한 발송 등 주주 활동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원장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한 내부통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내 연기금이 위탁운용사를 평가할 때 수탁자책임 활동의 반영 비중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관련 조직과 의사결정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최고경영자가 직접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을 올해 모범사례로 선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에 이어 주주권 행사 체계와 활동 수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도 주주권 행사 체계에서 개선 성과를 보였다.

 

ETF 시장을 둘러싼 경고 수위도 높아졌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말 78조5000억원에서 올해 5월 말 507조4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상품 선택 과정에서 운용사 광고가 투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광고 심의와 투자위험 안내도 그에 맞게 강화돼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이 원장은 “운용사의 거짓, 과장 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업계에 모범이 되어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고 제작 및 자체 심의 과정에서 정확한 투자 정보가 투자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ETF 운용 과정에서 LP 증권사와 함께 괴리율 관리 등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실제 순자산가치 사이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날 참석자들은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전담조직과 전문인력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주권 행사 우수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 등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비슷한 ETF를 잇달아 출시하는 이른바 ‘상품 베끼기’ 경쟁에 대해서는 운용업계 스스로 시정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단기적인 시장점유율 경쟁보다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신인의무를 중심으로 상품 개발과 운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 공·사모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점검 기준과 미흡·모범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의결권 행사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판단 근거와 내부 절차까지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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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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