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만 골라낸다지만…‘비거주 1주택자’ 규제의 딜레마

2026.07.14 14:00:08

전세보증 축소·정책대출 총량 관리…실수요자까지 묶일 우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의 초점을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까지 넓힌다. 주택을 한 채 보유하고도 다른 집에 거주하며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 가운데 투기성이 인정되는 경우 주택 관련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보증은 점차 줄이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대출도 늘린다. 정책대출은 지원 기준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대신 공급 규모와 금리를 보다 촘촘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부동산 투자에 활용되는 대출의 문턱을 높여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권의 주택금융 쏠림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금융당국은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은 채 다른 주택의 전세대출 등을 이용하는 1주택자 가운데 투기성이 인정되는 차주를 대상으로 별도 규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주택 한 채를 보유하면서 추가 대출을 활용하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규제 수단과 적용 기준은 후속 대책에서 제시될 전망이다. 정부가 모든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을 일괄 제한하기로 한 것은 아닌 만큼 투기성 여부를 판단할 세부 기준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투기 목적’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의 사정으로 보유 주택에 살지 못하는 1주택자도 적지 않다. 비거주 사실만으로 대출을 제한하면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에 사는 실수요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투기 수요와 실제 거주 목적의 대출을 구분할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DSR 적용 범위도 단계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전세대출과 정책대출 등 현재 DSR 산정에서 제외된 대출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인 적용 대상과 시행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이 대출금의 상당 부분을 보증해 은행의 손실 위험을 낮춰주는 구조다. 보증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이 줄어 대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보증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규제지역 80%, 그 밖의 지역 90%인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보증기관이 책임지는 몫이 줄면 은행이 직접 떠안아야 하는 위험이 커져 대출 심사와 한도가 자연스럽게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무주택 청년과 취약계층에는 기존 보증비율을 유지해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까지 막히는 상황은 피하기로 했다.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 정책대출의 지원 기준도 손질한다. 상품별로 일정 금액 이하의 연소득을 요구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물가와 가구원 수를 반영한 기준 중위소득 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같은 소득이라도 부양해야 할 가족 수에 따라 실질적인 상환 여력이 달라지는 점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지원 요건을 현실화하는 것과 별개로 정책대출의 전체 공급량은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를 때 정책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낮게 유지되면 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 주담대와 정책대출 사이에 적정한 금리 차이가 유지되도록 정책대출 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은행의 주담대 취급에 따른 자본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고위험 주담대에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등 부동산 금융의 위험 비용을 금융회사가 부담하도록 관련 제도 손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올린 데 이어 25%까지 추가 상향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은 같은 규모의 주담대를 취급해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의 주담대 취급 여력이 줄거나 대출 심사와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하반기 대출정책의 성패는 투기 수요만 골라내면서 실수요자의 자금줄은 남겨둘 수 있느냐에 달렸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구체적인 판별 기준과 DSR 편입 대상, 전세대출 보증비율 인하 폭은 후속 가계대출 대책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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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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