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새 늘어난 빚의 수명…정부가 ‘멈춤 버튼’ 누른다

2026.07.15 10:18:56

정부,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 폐지…장기 연체채권 정리 유도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기관이 지급명령을 이용해 채권의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해온 관행이 제한된다. 정부는 금융기관과 일부 공공기관에만 허용된 지급명령 공시송달 특례를 없애고,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 연체채권의 반복적인 시효 연장도 막기로 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신청해 강제집행에 필요한 권원을 확보하는 절차다. 채무자가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뒤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민사소송법상 지급명령은 원칙적으로 공시송달로 진행할 수 없다. 공시송달은 채무자의 주소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서류를 직접 전달하지 못할 때 법원 게시 등을 통해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2014년 특례법을 개정해 은행과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화전문회사 등 26개 금융·공공기관에는 지급명령 단계에서도 공시송달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채권·채무 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비교적 명확한 기관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상환 가능성이 낮은 채권에 대해서도 지급명령을 신청해 소멸시효를 반복적으로 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채무자가 지급명령 사실을 실제로 확인하지 못해도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장기간 추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금융기관의 업무 편의를 위해 간소화한 공시송달 요건이 채무자에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기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현행 제도를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특례 조항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특례 대상 기관도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을 직접 송달할 수 없는 경우 공시송달 방식으로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금융위는 법 개정과 별도로 개인 연체채권의 소멸시효 관리 원칙을 ‘원칙적 완성, 예외적 연장’으로 전환한다.

 

먼저 금융회사가 세법상 손실로 처리한 뒤에도 소멸시효를 연장해 채권 회수를 이어가는 관행을 손질한다. 금융위는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을 7월 중 개정해 오는 9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상각한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소멸시효를 최초 도래 시점에 완성하는 경우에만 대손 인정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은 우선 은행·보험회사의 경우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는 3000만원 이하 채권이다. 계좌 수를 기준으로 금융권 개인 연체채권의 90% 이상이 해당한다.

 

다만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새로 발견됐거나 회생·파산 절차에 따라 시효가 중단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 또는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때에는 예외적으로 연장을 허용한다.

 

금융회사별 관리 실적도 외부에 공개한다. 금융위는 채무조정과 채권 매각, 소멸시효 완성 현황을 보고·공시하는 체계를 마련해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각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상환 여력과 채권 회수 가능성을 심사한 뒤 시효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내부 기준도 정비한다. 시효를 연장한 채권은 3년이 지나면 다시 심사하도록 해 일률적인 연장을 줄일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상환 능력이 희박한 채무자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소멸시효 연장을 위한 지급명령을 신청해 장기간 추심하는 잘못된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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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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