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재계, 삼성전자 美 ADR 상장 가능성 두고 '설왕설래'하는 이유

2026.07.15 18:24:13

삼성전자, 1995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 후 대규모 자금 확보
재계 일각 "충분한 현금보유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美 ADR 상장 추진 매력 없어"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SK하이닉스가 ADR(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입성하면서 재계·업계의 시선은 삼성전자의 향후 움직임에 쏠렸다.

 

특히 최근 블룸버그 통신이 다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다수 금융기관들과 ADR 발행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예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재계·업계 뿐만아니라 증권가·시장의 관심까지 증폭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거 삼성전자가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 등 해외 증시 상장을 추진한 사례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삼성전자, 과거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 후 대규모 자금 유입…美 ADR 상장 기대감↑

 

앞서 지난 1991년 삼성전자는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성과 자금조달 등을 위해 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해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최초 상장한 바 있다.

 

1990년대 초반 룩셈부르크는 미국 뉴욕 및 영국 런던 등 금융 선진국과 비교해 상장 유지 요건과 공시 의무가 적은데다 세제혜택까지 있어 한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창구로 활용됐다.

 

이후 2024년 10월말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DR 3868만5850주를 상장폐지하고 해당 DR을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로 이전 상장했다.

 

다음으로 1995년 6월 삼성전자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보통주 GDR(글로벌 주식예탁증서)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삼성전자 보통주 GDR은 발행 직후부터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기 시작했고 주가는 한 달만에 발행가 92.25달러 보다 높은 137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보통주 GDR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자 삼성전자는 같은 해 11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GDR을 추가 발행했다.

 

1994년부터 1995년까지는 PC(개인용 컴퓨터) 보급 확대와 윈도우 95 출시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였다. 이로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역시 처음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이하게 됐다.

 

당시 시장은 삼성전자의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이 글로벌 하이테크 우량주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해외 대형 기관 자금이 집결하는 유럽 금융의 허브인 런던 상장을 기점으로 베어링증권 등 유력 글로벌 증권사들이 시장 조성자로 나서며 삼성전자로의 해외 자금 유입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해외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당사는 GDR 또한 발행했다. 당사의 보통주·우선주 GDR은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각각 ‘SMSN LI’와 ‘SMSD’라는 종목 코드로 거래되고 있다. 당사의 우선주 GDR은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에서도 ‘SAMDR’이라는 종목코드로 거래 중이다. 당사는 현재 보통주 866만1570주에 해당하는 총 1732만3140주의 GDR을 유통하고 있다”면서 해외 증시에서의 거래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과거 해외 증시 상장 성공 사례로 인해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입성이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 재계·업계 “삼성전자 美 ADR 상장, SEC 규제 및 집단소송제 우려 등 ‘득보다 실’”

 

이에 반해 재계·업계 내 일부에선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대규모 시설 투자와 AI 반도체 공급 대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외부에서 수혈해야 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 보유 현금량에 여유가 있어서다.

 

실제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해 1분기보고서(연결기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현금성자산은 73조3067억원 규모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2분기 잠정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171조원, 89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인 만큼 삼성전자의 현금·현금성자산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즉 이미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데다 충분한 현금 창출력까지 갖춘 상황에서 미국 ADR 발행과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외부자금을 수혈해야할 이유가 없다.

 

이와함께 재계·업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회계·공시의무를 갖춘 미국 증시에 대한 부담감, 현지에서 활성화된 집단소송제 등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ADR 발행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ADR 발행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의 경우 국내 금융당국에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를 단순 번역해 제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방대한 양식(Form 20-F)에 맞춰 사업 위험요소, 지배구조, 경영진 정보, IFRS 및 US GAAP에 따라 작성된 최소 3년치 재무제표, 국내 법규와 미국 나스닥·NYSE가 각각 요구하는 규정에 따른 기업의 지배구조 차이 등 세부적 항목들을 완전히 새로 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 기업자금이 부당하게 유출되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주요 주주 및 이해관계자간 거래’ 항목도 공개해야 한다”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 현황과 이들의 최근 지분 변동 내역, 특수관계인간 대여금·자산양수도·주요 거래 내역도 투명히 공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가장 높은 ‘Level-3’에 속하는 신주 발행을 통한 ADR 상장을 추진할 경우 SEC의 까다로운 심사와 함께 SOX(Sarbanes-Oxley,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른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등 각종 규제가 잇따른다”며 “대표적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정기 공시하는 재무보고서의 정확성과 내부통제의 완전성을 본인이 직접 서명·인증해야 한다. 만약 허위보고·부실 은폐 등이 적발될 시에는 경영진 개인에게 한국과 비교해 더 큰 벌금·징역형 등의 처벌이 가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현지에서 활성화된 ‘집단소송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라며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한다면 주주들은 법률대리인(로펌)을 통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소송이 개시되면 기업은 주주측 법률대리인이 요구하는 이메일, 사내 메신저, 이사회 회의록, 경영진의 개인 메모 등 방대한 내부 자료를 강제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기밀이 노출되거나 사건과 무관한 경영진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언론에 공개돼 치명적인 평판 훼손을 입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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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기자 sierr3@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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