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토론회] “청년이면 다 실수요자냐”…주거사다리 해법 충돌

2026.07.15 18:41:33

“자산 없어도 상환능력 충분”…미래소득 반영한 선별 지원론
‘부모 찬스’ 청년은 이미 주택시장 큰손…일률 지원에 경고음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넓히기 위해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청년을 일률적으로 실수요자로 보고 금융지원을 확대하면 집값 상승과 부채 위험만 키울 수 있다는 반론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15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부동산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토론자들은 부모의 지원과 보유 자산에 따라 청년층 내부의 구매력이 크게 갈리는 만큼, ‘청년·무주택자=실수요자’라는 단순한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대열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현재 자산은 부족하지만 향후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의 특성을 대출 심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본부장은 “현재 자산만 보고 대출 한도를 결정하면 안정적인 직업과 상환 능력을 갖춘 청년이라도 주택을 구입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부모의 지원 여부에 따라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돼 청년층 내부의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6·27 대책 이후 정책대출 한도를 축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집값 상승 가능성을 관리하되 청년층의 주거복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행복주택과 청년전세임대, 버팀목대출 등 다양한 정책과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이런 제도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홍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반면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안정과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금융정책 본연의 목적에 비춰보면 대출 규제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정책은 부동산 대출 쏠림으로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차주가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져 금융기관까지 부실해지는 상황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부채 위험도 근거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행 자료를 인용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40%를 넘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고위험 가구 가운데 20·30대 청년가구 비중이 2020년 22%에서 2025년 34%로 급증했다”며 “고위험 가구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청년가구인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청년층의 대출을 늘리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국의 지분형 모기지 확대 사례도 언급했다. 영국은 2016년 주택 구매자를 지원하기 위해 런던 지역의 지분형 모기지 한도를 집값의 20%에서 40%로 확대했는데, 주택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런던의 신축주택 가격이 비교 지역보다 7.9% 더 올랐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이 결과가 시사하는 것은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금융 지원을 늘리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라며 “청년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의도와 달리 집값만 올리고 혜택은 매도자와 개발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는 정확히 ‘목마른데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며 “대출 규제 완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 특별공급과 같은 공급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영수 SK증권 상무는 청년층을 곧바로 실수요자로 간주하는 접근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봤다. 주택 보유 수만을 기준으로 무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는 투자자로 구분할 경우 실제 수요의 성격을 제대로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2020년 7월 이후 20·30대가 오히려 ‘영끌’ 투자에 나서고 갭투자까지 했으며, 그 뒤 전셋값과 집값이 모두 급등했다”며 “지금도 실수요자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한다면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청년층 내부에서도 지원이 필요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예를 들어)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상당한 자기자본으로 구입하는 청년들도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모나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다”며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지원하면 집값이 다시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아파트 거래의 약 40%를 30대가 차지하고 있다”며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수요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실수요의 정의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장 삼프로TV 부사장도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 뚜렷한 구매력을 가진 일부 청년층과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다수의 청년층이 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사장은 “올해 5월까지 서울 주택 거래의 약 40%를 30대가 매입했다”며 “정부는 2007~2008년 무렵부터 청년층을 우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왔고 당시에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2~3년 사이 부모의 자산 이전을 바탕으로 강한 구매력을 갖춘 청년층이 등장했다고 봤다. 그는 “주택 매매 한 건당 부모로부터 상속이나 증여 형태로 들어오는 금액이 평균 6200만원가량”이라며 “3~4년 전 서울 주택 매매에 투입된 상속·증여 자금은 3조~4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조원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직장과 소득도 뒷받침돼 최대 5억원가량의 주택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서울 서남부와 분당, 과천, 광명, 동탄 등에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계층으로 뚜렷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모의 지원 없이 소득을 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다수의 청년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열심히 일해 조금씩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양주와 오산, 일산, 도봉, 노원 등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강한 구매력을 가진 청년층과 그렇지 않은 청년층을 현재의 제도로는 구별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청년 대출을 풀 것인지 여부보다 누구를 실수요자로 보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에 모였다. 부모 자산을 바탕으로 이미 강한 구매력을 갖춘 청년과 소득을 모아 자력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청년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주거 사다리를 놓기 위한 금융지원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려 사다리를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회사명 : 주식회사 조세금융신문 사업자 등록번호 : 107-88-12727 주소 : 서울특별시 은평구 증산로17길 43-1 (신사동 171-57) 제이제이한성빌딩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713 등록일자 : 2011. 07. 25 제호 : 조세금융신문 발행인:김종상 편집인:양학섭 발행일자 : 2014. 04. 20 TEL : 02-783-3636 FAX : 02-3775-4461 Copyrigh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