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정부가 오는 12월부터 가상자산과 해외 간편결제를 이용한 이른바 '신종 환치기'를 정조준한다. 관세청은 불법 환전영업 적발 시 즉시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비트코인과 테더(USDT), 위챗페이·알리페이 등을 활용한 국경 간 자금 이동까지 집중 단속 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최근 대법원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를 무등록 외국환업무로 인정하면서,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관세청은 16일 지난 3월부터 우범 환전영업자 104개소를 대상으로 상반기 집중검사를 실시한 결과, 47개 업체에서 총 63건의 외국환거래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률은 45.2%에 달했다.
적발 유형은 환전장부 허위 제출 및 미제출이 3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통화 매각 한도 초과(8건), 고액현금거래보고(CTR) 미이행(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관세청은 이 가운데 3개 업체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27개 업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최근 환치기는 과거처럼 단순한 현금 거래에 머물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원화를 입금받은 뒤 해외 지갑으로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를 송금하거나,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해외 간편결제 계정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외화가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국가 간 지급을 대행하는 구조라면, 외국환거래법상 무등록 외국환업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사법당국의 판단이다.
대법원도 최근 해외 비거주자의 가상자산을 매도해 대금을 국내 지정계좌로 송금해 준 행위에 대해 무등록 외국환업무를 인정하고 유죄를 확정했다.(2025. 9. 4. 선고 2024도16540 판결)
대법원은 해당 거래 구조가 시중은행의 타발송금 업무와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수행했다고 봤다. 형식상 외환이 국경을 넘지 않았더라도,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조한진 관세청 조사국 외환조사과장은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QR코드를 활용하면 외화를 환전영업자의 해외계좌로 즉시 송금하고 원화를 수령하는 등 국경 간 송금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송금은 외국환거래법상 외화관리 체계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위챗페이 등은 불법 송금을 업무로 영위할 경우 불법자금의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며 “개인은 소액해외송금업체 등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간편한 송금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지난해 대림지역 환전영업자 일제검사 과정에서도 위챗페이를 통한 불법 송금 현장을 적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간편결제 수단이 사실상 비공식 외환송금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러시아,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국적 환전소의 불법행위 적발률이 각각 100%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적발한 대표자 국적별 환전검사 결과에 따르면 검사 업체 59곳 중 24곳이 적발돼 40%를 웃도는 적발률을 보였다. 특히 중국은 42곳 중 20곳이 적발돼 47%의 적발률을 기록했다.
다만 관세청은 일부 국적의 경우 검사 횟수가 각 1건에 불과해 해당 국적의 환전소에서 불법행위가 유의미하게 많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해당 국적 환전영업자들에 대해 의무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외국인 자체 네트워크를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일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법률로 공포하면서, 가상자산의 해외 이전에 대한 보고 의무를 신설했다. 개정법은 공포 6개월 후인 올해 12월 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외국환거래법은 가상자산의 국경 간 이전 업무를 제도권 감독 틀에 명시하고, 관련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해 ‘신종 환치기’ 차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가상자산이전업무 등록제가 신설돼 국경 간 가상자산이전업무를 하려는 사업자는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의무 등록해야 한다. 기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마쳤더라도 별도 등록이 필요하다.
행정제재도 강화된다.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가 등록 범위를 벗어나 영업하면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도 구체화돼 미등록 영업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부당이익 목적의 지급절차 위반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신설된다.
현재 환전영업자 대상은 미화 2천달러(환전장부 전산관리업자는 미화 4천달러) 초과 매입시 환전증명서를 사용하고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동일자, 동일인 기준 1천만원 이상의 현금 거래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고액현금거래보고(CTR)를 진행 해야 한다.
관세청은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단속 패러다임을 ‘시장 퇴출’과 ‘추적 수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단속부터는 위반 업체에 대해 즉각 등록을 취소하고 영업을 중단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할 계획이다.
조한진 외환조사과장은 “최근 불법 가상자산 거래소가 명동, 강남 등 서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위챗페이·알리페이와 같은 간편송금을 활용하는 등 시중 환전소의 환치기 수단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가상자산 등을 이용한 초국가범죄 자금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자체 정보분석 역량을 집중하고 유관기관과 공조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환치기를 영위하는 환전영업자에 대해서는 범칙조사를 통해 엄정 조치하는 한편, 환치기 자금이 탈세, 자금세탁, 재산도피 등 불법행위와 연관될 경우에는 의뢰인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출기업이 수출 가격을 고의로 낮춰 신고한 뒤, 그 차액을 불법 환전소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송금받아 국내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등 변칙적인 무역 결제를 감행하는 사례도 관세청에 의해 적발 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부당 환차익이나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한 이 같은 꼼수 거래도 당국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처럼 수출입 기업들이 부당 환차익을 노리고 불법 외환거래를 진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기획수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관세청의 이러한 강력한 제재 조치는 앞으로 전통적인 현금 중심 환치기 단속에서 벗어나 가상자산과 해외 간편결제 수단을 활용한 고도화된 불법 외환거래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제도권 안의 합법적인 소액해외송금 영역과 무등록 불법 환치기 사이의 사법적 경계선도 한층 더 엄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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