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정부 부처가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아주 잘하고 있다", "지적할 것이 별로 없다"라는 평가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이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 해당 조직이 추진해 온 혁신과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다.
지난 15일 대통령 주재 제2차 업무보고에서 임광현 국세청장이 이끄는 국세청이 바로 그런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큰 칭찬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른다. 이제 국세청은 성과를 인정받는 기관을 넘어 국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국세행정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통령이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체납관리단 운영과 통합징수 혁신이었다.
80일 동안 42억원의 예산으로 100억원이 넘는 체납세금을 징수한 성과도 의미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주목한 것은 적은 비용으로 조세정의와 국가재정 확충, 행정 효율을 동시에 높인 혁신의 방식이었다. "1석5조"라는 표현에는 국세청의 실행력과 정책 혁신에 대한 높은 평가가 담겨 있었다.
실제 임광현 청장 취임 이후 국세청 곳곳에서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과거처럼 제도를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과 납세자의 의견을 먼저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각 부서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세청이 지향하는 '열린 세정'이자 세정 혁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다.
국세청은 제도를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행 과정에서도 기업 재무·세무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현장의 애로사항과 개선 의견을 제도 운영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정책학회와 조세금융신문이 공동 개최한 '조세정책 TF 콜로키움'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분명하게 확인됐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세무조사 시기 선택제의 도입 취지와 운영 방향을 설명한 뒤, 기업 재무·세무 실무자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현장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도 개선 과제를 직접 경청했다.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제도 운영에 반영하려는 모습에 참석 기업들은 "국세청의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납세자를 단순한 행정의 대상이 아니라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국세행정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장을 찾아 답을 구하고 그 목소리를 제도에 연결하려는 노력은 임광현 청장이 강조하는 '현장 중심·소통 중심 세정'이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제 행정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세무조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체납관리 역시 데이터 기반 분석과 모바일 안내,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독촉과 압류 중심에서 예방과 맞춤형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성실납세자에게는 납부 편의를 높이고, 고의·상습 체납자에게는 보다 촘촘한 관리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선의에는 배려를, 악의에는 엄정함을'이라는 원칙이 행정 전반에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AI 기반 스마트 세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고 분석과 탈루 위험 예측, 상담 서비스 등 세정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AI 시대일수록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다.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보호, 공정한 데이터 활용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AI 세정은 '신뢰받는 AI 세정'으로 완성될 수 있다.
세무조사의 방향 역시 달라지고 있다.
조사 시기 선택제와 사전 안내 강화, 현장 상주조사 최소화는 납세자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강한 조사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조사문화다.
납세자 권익 보호도 혁신의 중요한 축이다.
상습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하되 경제적 어려움으로 납부 능력을 잃은 납세자에게는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는 균형감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엄정함과 배려가 조화를 이룰 때 국민은 국세청을 공정한 기관으로 신뢰하게 된다.
국세청은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기관인 동시에 국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기관이다. 이번 대통령의 "아주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는 임광현 청장과 국세청이 추진해 온 혁신에 대한 인정이지만, 그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앞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세수를 거두는 능력이 아니다.
기업과 국민이 먼저 신뢰하는 국세행정을 완성하는 일이다. 체납관리 혁신도, AI 기반 스마트 세정도, 세무조사 개편도 결국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칭찬은 최고의 격려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격려를 국민의 신뢰로 증명해야 한다. 기업과 납세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열린 세정과 현장 중심 행정이 국세행정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때 이번 대통령의 극찬도 비로소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앞으로 완성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더 많은 세금을 걷는 국세청이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 먼저 신뢰하는 국세청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세정 혁신이며, 대한민국 국세행정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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