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최근 열린 제4차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지목하며 폐수·공정수 방류량을 줄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추미애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7일 열렸던 제4차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에서 다뤄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행정지시 내용을 공개했다.
추미애 지사는 “인텔과 TSMC 미국공장은 반도체 용수를 재활용하고 무방류 또는 최소방류 방향으로 기술투자를 하고 있다. 인가가 없는 사막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서도 환경피해를 줄이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지사 주재 반도체 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용수 공급망을 점검한 결과 일 110만톤 규모로 풍부한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함께 발전용 화천댐 물 공급도 가능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용수를 값싸고 풍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급대책을 공공의 힘으로 세워 주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이를 역이용해 폐수 방류량을 줄이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추미애 지사는 제4차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 도중 내린 행정지시사항 내용도 공개했다.
먼저 추미애 지사는 행정지시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상대로 앞서 행정지도한 대로 공정수의 방류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경기도가 기후환경에너지부에 안성 고삼저수지 방류 기준 등 더 엄격한 수준의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 2가지가 이행된 이후 ▲그간의 회의 경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측에 요구한 사항 ▲이들 두 기업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감독 과정 등 모든 과정을 지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한다고 지시했다.
끝으로 추미애 지사는 “지난 2021년 상생협의안에 따라 생태저류지가 조성되고 그 공정이 차질 없이 지켜지고 있으며, 이 과정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폐수·공정수를 방류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고 주민들이 직접 눈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과정이 선행돼야 비로소 주민 설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지사가 국내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글로벌 기업 수준의 물 재활용을 요구함에 따라 재계·업계의 관심은 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물 재활용 현황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향후 행보에 집중됐다.
◇ TSMC Fab 21, 2028년까지 물 재활용률 90% 달성
실제 TSMC와 인텔은 물 재활용 뿐만아니라 수자원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대만 금융·비즈니스 플랫폼 ‘빅고파이낸스(BigGo Finance)’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글로벌 전체 공장 기준으로 약 88%에 달하는 압도적인 용수 재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신규 공장(Fab 21) 역시 ‘무방류(Near Zero Liquid Discharge)’에 가까운 목표를 설정했다.
TSMC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의하면 회사의 물 재활용률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90.3%, 88.1% 수준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TSMC의 높은 물 재활용률이 첨단 정화 시스템을 통해 폐수를 초순수로 재처리하는 순환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TSMC의 이러한 기술력은 심각한 물 부족 지역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북쪽 사막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됐다고 분석했다.
TSMC Fab 21은 하루 약 1만8000톤의 물을 사용하지만 필요한 물의 65%를 재활용수로 충당하고 있다.
TSMC는 물 재활용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지난 2025년 9월 미국 애리조나 주도(State Capital)인 피닉스 북부 지역에 폐수 재처리 시설을 착공한 바 있다. TSMC는 해당 폐수 재처리 시설이 오는 2028년 완공될 경우 물 재활용률을 9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 인텔, ‘넷 포지티브 워터’ 전략 통해 사용한 물 100% 이상 지역 수원지에 환원
미국 애리조나·오리건 주 등에 대규모 핵심 생산기지가 위치한 인텔은 이른바 ‘넷 포지티브 워터(Net Positive Water)’ 전략을 추진 중이다.
‘넷 포지티브 워터’는 사용한 담수의 100% 이상을 지역 유역에 돌려주는 프로젝트로 인텔은 전세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오는 2030년까지 ‘넷 포지티브 워터’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인텔이 공개한 기업 책임(CSR)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넷 포지티브 워터’ 달성률(환원율)은 2020년 약 71%, 2021년 약 80%, 2022년 약 107%, 2023년 약 99% 수준이다.
더불어 인텔은 자사의 제조시설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유역 생태계 복원을 위해 다양한 외부 비영리단체(NGO)와 협력해 ‘수자원 복원 프로젝트(Water Restoration Projects)’에도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 예로 애리조나 베르데 강(Verde River) 프로젝트 과정에서 국제자연보전연맹(TNC) 등과 협력해 계곡 주변 농가들이 물을 많이 소비하는 ‘홍수식(Flood)’ 관개를. 작물에만 물을 떨어뜨리는 ‘점적식(Drip)’ 관개로 전환하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인텔은 관개 효율을 40%에서 90%까지 끌어올렸다.
앞서 지난 2017년 대규모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애리조나 하위 솔트 강(Lower Salt River) 복원을 위해 인텔은 국유림재단(NFF)을 후원해 물을 과도하게 흡수하는 외래종 식물을 제거한 뒤 토종 식물을 심기도 했다. 애리조나 하위 솔트 강은 피닉스 광역권 내 물 공급의 60%를 담당하는 주요 수원지이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물 사용량 감축 위해 고효율 인프라 구축 추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물 재활용 규모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외 사업장을 합산한 DS부문의 수자원 재이용량은 2023년 1억1942만1000톤, 2024년 1억2525만7000톤, 2025년 1억3130만7000톤으로 최근 3년간 증가하고 있다. 초순수 회수량도 2023년 2200만4000톤에서 2024년 2302만5000톤, 지난해 2515만6000톤으로 각각 늘었다.
초순수는 수돗물이나 하천수를 20단계 이상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온, 미생물, 미립자를 완벽에 가깝게 제거한 물이다. 이미 한 번 공정에 사용된 초순수는 일반 하천수보다 훨씬 깨끗한 상태이기에 이를 회수해 다시 초순수로 만드는 것이 처음부터 불순물이 많은 일반 하천수를 끌어와 고도 정수 처리를 하는 것보다 각종 비용이 적게 든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제조사업장의 취수량을 2021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적극 실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효율 설비 도입, 세정공정 내 재사용수 확대, 냉각수 시스템 최적화 등을 통해 물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수자원 인프라 확충 및 공정 최적화를 통해 누적 수자원 절감량 6억톤을 달성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삼았다. 동시에 회사는 올해까지 반도체 생산 용량 단위(Gb eq)당 외부(하천·댐)에서 끌어오는 물의 양을 2020년 대비 35% 감축하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제조공정과 부대시설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물 재활용 기술을 적용해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사용하는 스크러버 장비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과정서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한다. SK하이닉스는 이를 개선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스크러버를 자체 개발했고 이를 현장에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해 근본적인 용수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또 공장 설비의 열을 식히는데 사용한 냉각탑 배수와 공정에서 나온 폐수를 버리지 않고 정화한 뒤 해당 용수를 스크러버 등 물이 필요한 다른 설비에 다시 공급하는 고도화된 재이용 시스템을 이천 등 주요 사업장에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이밖에 SK하이닉스는 외기조화기(OAC)와 같은 공조 설비에서 자연적으로 맺히는 응결수나,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저농도 폐수까지 철저히 회수해 다시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의 전체 국내외 생산사업장의 용수 재이용량은 2022년 4787만7000㎥에서 2025년 7358만7000㎥로 4년새 약 53.7% 늘었고 같은시기 재이용률은 35%에서 43%로 8%p 증가했다. 국내 사업장만 따로 보면 재이용률은 같은 기간 37%에서 47%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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