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루 살면 실수요, 안 살면 투기?

2026.08.13 16:02:06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 기준을 내놨다. 여러 요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잣대는 ‘실거주 이력’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다른 집에 전세로 거주하는 일부 1주택자는 전세대출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대상은 부부 합산 1주택자로, 해당 아파트를 임대하고 있으면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보유 주택에 실거주한 이력이 없는 경우 등이다. 반대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해당 주택에 단 하루라도 실제 거주했다면 이번 비거주 1주택자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정부가 실거주 이력을 기준으로 예외를 둔 데는 실수요자를 규제에서 걸러내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자기 집에 살다가 직장 이전이나 부모 봉양 등의 사정으로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게 된 사람까지 투기 수요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의 거주 이력이 현재 대출의 성격까지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느냐다. 실거주를 계획하고 집을 샀지만 실제 입주하지 못한 채 해당 주택을 임대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한 경우에 대한 예외 장치도 마련했다. 주택매매계약 체결 이후 갑작스러운 근무지 변경 등 예기치 못한 사정이 생겼다면 금융회사 여신심사위원회를 통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점부터 판단은 다시 개별 심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어떤 사정을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로 볼 것인지, 차주가 이를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야 하는지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실거주 이력’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그 기준만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실수요자는 결국 금융회사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하루라도 실거주’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확인될지도 관건이다. 단순한 주민등록상 전입 이력이 아니라 실제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금융회사가 어떤 자료와 절차를 통해 이를 확인할지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규제의 목표는 비거주 1주택자 자체를 제재하는 데 있지 않다.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기적 대출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취지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과거에 그 집에서 살아본 적이 있느냐보다 지금 받으려는 전세대출이 실제 거주를 위한 것인지, 추가 투자 여력을 만들기 위한 것인지 제대로 가려내는 일이다. 하루라도 살아본 적이 있는지 여부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온전히 구분해 주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앞서 강조해온 것도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정교하게 가려내는 일이었다. 이번 대책에서는 그 구분의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로 ‘실거주 이력’을 제시했다.

 

기준이 단순하면 집행은 쉬워진다. 다만 행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반드시 정책적으로도 정확한 기준인 것은 아니다. 규제 대상과 제외 대상 사이에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같은 사유와 조건을 가진 차주라면 어느 금융회사에서 심사받더라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결국 관건은 ‘하루라도 살았느냐’가 아니라, 그 대출이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그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작동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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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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