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를 상대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13일 경쟁당국 및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펼쳐 자사 상표를 건 주유소에 타사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는지 여부 등을 중점 점검했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 제7호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구속 조건부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자사 상표를 사용하는 주유소에 타사 제품 취급을 금지하거나 자사 또는 특정 사업자의 제품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경우 ‘구속 조건부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정유사들의 ‘구속 조건부 거래 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관련 매출액의 4% 이내’에서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관련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어려우면 1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여기에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되는 ‘관련 매출액’은 법 위반 기간 동안 ‘구속 조건부 거래’로 직접·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관련 상품·용역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다.
예를 들어 연매출 10조원인 정유사일지라도 법 위반 기간 동안 ‘구속 조건부 거래’ 영향을 받은 관련 제품의 매출이 5000억원으로 인정된다면 해당 금액을 기초로 과징금이 산정되는 구조다.
따라서 정유사들의 ‘구속 조건부 거래’ 행위가 사실로 파악될 경우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범위와 기간은 물론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을 확정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는 불가능한 점 양해바란다”고 전했다.
◇ 공정위, 2009년에도 정유 4사 불공정행위 적발
공정위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과거에도 ‘구속 조건부 거래’로 제재를 받았다.
2009년 2월 3일 공정위는 전원회의 의결을 통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 국내 정유 4사가 자영주유소에 자사 석유제품을 전량 구매하도록 한 행위를 ‘구속 조건부 거래’ 중 ‘배타 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배타 조건부 거래(Exclusive Dealing)’는 사업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자신 및 자신의 계열회사와만 거래하고 경쟁사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상품·서비스를 공급하거나 구매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미한다.
당시 국내 정유 4사는 ‘전량공급조건거래’가 경쟁사업자의 주유소 유통망 접근을 제한하는 등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량공급조건거래(전량구매계약)’는 거래 상대방이 필요한 상품의 전량을 특정 사업자에게서만 공급받도록 함으로써 경쟁사업자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배타 조건부 거래’의 한 유형이다.
국내 정유업계 내에서는 정유사와 자영주유소간 공급계약으로 특정 정유사의 제품을 전량 구매하도록 하는 행태가 문제가 된 바 있다.
공정위 의결서에 의하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은 당시 국내 전체 자영주유소 1만2139개 중 86%인 1만390개와 ‘전량공급조건거래’ 계약을 체결해 수입사 등 잠재적 경쟁사들의 자영주유소를 통한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
또한 국내 정유 4사는 자영주유소 등이 ‘전량공급조건거래’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해지·손해배상 등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에쓰오일의 경우 당시 계약서에는 소요제품 전량을 에쓰오일에서 구매하고 타 정유사 상표를 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과 위약벌 조항까지 포함돼 있었다. 아울러 SK그룹은 SK에너지와 함께 SK네트웍스까지 자영주유소 등과의 ‘전량공급조건거래’ 계약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공정위는 국내 정유 4사를 상대로 ▲상표권 등을 이유로 주유소의 의사에 반해 전속·전량공급을 강제하지 말 것 ▲전량공급계약을 체결해도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을 1년 초과하지 말 것 ▲다만 정유사가 주유소 건설을 위한 시설자금·시설을 지원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시 그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1년 초과 계약 허용 ▲향후 3년간 반기별 전량공급 거래현황을 공정위에 보고할 것 등의 시정조치를 내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영업부서 이메일·메신저, 주유소 공급계약서 및 부속약정, 시설지원계약서, 영업사원 지침, 위약금·계약해지 관련 문건 등 중요 증거자료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확보한 증거를 기반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간 계약 과정에서의 주유소의 자발적 선택이 존재했는지 여부, 실제 경쟁사의 유통망 접근이 차단됐는지 여부, 주유소가 받은 불이익 규모 등을 중점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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