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비거주 1주택 종부세 재검토…왜 ‘사는 곳’으로 세금 가르나

2026.08.24 16:59:08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차등안 재검토…12억 유지도 거론
거주 따라 달라지는 보유세…“자산가치 중심 과세 필요”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기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20여일 만에 기본공제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정부는 같은 1주택자라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기본공제를 달리해 실거주자는 보호하고 비거주자의 세 부담은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불리하게 취급할 경우 현실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안보다 공제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쟁점은 기본공제를 9억원에서 얼마로 조정할지에만 있지 않다. 같은 가치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납세자의 보유세 부담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리하는 것이 적절한 과세 기준인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상향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당정 논의 뒤 재검토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부동산 세제의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과 실제 거주 여부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종부세의 경우 현행 12억원인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를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는 14억원으로 높이고,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9억원으로 낮추도록 했다.

 

같은 가격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하는지에 따라 기본공제가 5억원 차이 나는 구조다. 정부는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낮추는 대신 비거주 주택과 고가주택 등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다.

 

하지만 발표 20여일 만에 여당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차등 과세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정부안은 조정 가능성이 열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협의에서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에 대해 거주와 비거주 구분을 두지 않는 방향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정부안인 9억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12억원을 유지하거나 실거주 1주택자와 같은 14억원을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제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예외 둬도 남는 문제…어디까지가 '불가피한 비거주'인가

 

정부도 모든 비거주 1주택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 당초 세제개편안에 일부 예외를 마련했다.

 

정부 세제개편안 상세본에 따르면 종부세 세액공제를 적용할 때 취학이나 근무상 형편 등으로 주거를 이전한 경우 일정 요건 아래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1주택자가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뿐 아니라 질병 치료, 부모 봉양, 가족 돌봄 등으로 자기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보유 주택을 임대한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임차해 생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외 범위를 넓히면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를 불가피한 비거주로 인정할 것인지 또 다른 경계가 생긴다.

 

김재경 세무회계 해봄 대표세무사는 "취학이나 직장 이동, 질병 치료, 부모 봉양 등은 자발적인 투기 목적이 아니라 생업과 복리를 위한 불가피한 사유"라며 "예외 사유를 계속 늘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률적인 실거주 잣대로 국민의 주거 형태를 재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거주 여부를 세밀하게 판별하는 과정에서 행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대표세무사는 "주민등록상 전입신고뿐 아니라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공과금 납부 내역 등 실증 자료가 필요할 수 있다"며 "과세 당국이 이를 일일이 검증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고 민원이나 과세 불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구분 없애도 형평성 문제…“자산가치 중심으로 설계해야”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애는 것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고가주택을 보유하면서 해당 주택에는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까지 실거주자와 동일한 기본공제를 적용받을 경우 세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반대쪽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거주자에게 얼마의 기본공제를 적용할 것인지보다 보유세에서 거주 여부를 어느 정도까지 과세 기준으로 반영할 것인지가 보다 근본적인 쟁점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표세무사는 종부세가 주택이라는 자산을 보유한 데 따른 담세력을 고려하는 세금인 만큼 거주 여부보다 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주택이 가진 자산 가치와 이에 따른 담세력을 고려하는 보유세의 성격을 갖는다"며 "동일한 자산 가치를 가진 1주택자에게 단순히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본공제를 큰 폭으로 낮추면 조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앨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고가주택 보유자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주택 가액에 따른 과세를 정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세무사는 "거주·비거주를 일률적으로 구분해 공제액을 깎기보다 주택의 본래 가격인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고가주택에 대한 누진 과세를 정교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세 법률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고려하면 보유세의 핵심 기준은 '어디에 사느냐'보다 주택가격 등 객관적인 자산가치가 돼야 한다"며 "매년 반복되는 보유세 단계에서는 자산 가치 중심의 명확한 과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조세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최종적으로 얼마로 조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9억원을 높이는 것만으로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자산을 보유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사는 곳'에 따라 달리하는 기준을 어디까지 유지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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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기자 lupin7@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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