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내 통관번호로 마약이?" 도용 급증…관세청 '일회용 인증제' 도입

2026.08.24 17:30:50

24년 2.4만 건 → 25년 7.1만 건…관세청, '일회용 인증제'로 직구 도용 원천 차단
28일부터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플랫폼’ 시범운영…OTP 2단계 인증 체계 가동
관세청 "플랫폼 개인정보 관리 요건 신설…과거 이력 보다는 시행 이후 엄격 적용"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관세청 알림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해외 화물이 본인의 개인통관고유부호로 수입 신고됐기 때문이다. 직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타인의 통관부호를 무단 도용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마약 등 불법 물품을 밀수하는 범죄가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관세청이 이러한 구조적 허점을 원천 차단하고 해외직구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오는 8월 28일부터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플랫폼’ 시범운영에 돌입하고, 통관 절차에 ‘일회용 인증번호(OTP)’ 제도를 전격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 신고 건수 1년 새 3배 폭증… "피해자가 모르면 못 잡는" 암수범죄 한계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직구 시 수입자를 특정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 대체용으로 도입된 식별값이다. 당초 정보 유출 시 재발급이 쉽도록 설계됐으나, 역설적으로 최초 발급 후 갱신 없이 수년간 방치되면서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됐다.

 

실제 관세청에 접수된 도용 신고 현황을 보면 실태는 심각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2만 4741건이던 도용 신고 건수가 2025년 7만 1440건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집계된 수치만 2만 9350건에 달한다. 직전년도 2년을 포함해 2026년도 7개월간의 개인통관고유번호 도용 신고 건수가 12만건에 달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암수범죄’의 특성을 띤다는 점이다. 도용된 부호는 주로 고가 물품 쪼개기 수입을 통한 관세 탈루나 마약·총기류 등 우범물품 밀수에 악용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관세청 알림을 확인해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과세 당국이 도용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 "부호 알아도 결제 못 뚫는다"…OTP 2단계 검증 체계 구축

 

오는 28일 가동되는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플랫폼’의 핵심 방어 기제는 ‘일회용 인증번호’다.

 

앞으로는 직구 결제 시 개인통관고유부호만 입력해서는 주문이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가 부호를 입력하면 쇼핑몰이 관세청에 유효성을 검증하고, 관세청이 부호 발급 당시 등록된 소비자의 이메일(또는 쇼핑몰 자체 문자 등)로 일회용 인증번호를 즉각 발송한다.

 

소비자가 이 인증번호를 구매창에 최종 입력해야만 비로소 주문과 통관 절차가 진행되는 2단계 인증(2FA) 방식이다.

 

적용 대상도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8월 28일 이후 신규 발급자나 주소 등 정보를 수정한 이용자, 부호를 갱신한 이용자는 즉시 OTP 적용 대상이 된다.

 

기존 발급자의 부호는 2027년 생일에 만료되며, 만료 전 갱신을 진행하면 즉시 강화된 보안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가 자신의 부호 관리(발급·갱신·해지)는 물론 관세 조회·납부·환급, 통관 진행 상황 조회를 단일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전자상거래 통관 포털’도 함께 구축된다.

 

 

 

 

◇ 쿠팡·아마존·알테무 주문정보 사전 통보…'협력인정업체' 선정은 내년 1월

 

플랫폼 도입에 따라 해외직구 주문 정보의 흐름도 바뀐다. 관세청은 쿠팡,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내외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를 직접 등록·관리하고, 이들로부터 구매자의 주문정보를 사전에 제출받을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특성에 맞춘 전용 수입신고서와 통관목록을 신설해 사전 거래정보와 실제 반입 신고 내용을 정밀 비교·검증함으로써, 저가 신고나 불법 물품 유통을 촘촘하게 걸러낼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물류업체 등을 거쳐 신고되는 정보가 실제 거래 내용과 다를 가능성이 있었다”며 “판매 포털에서 직접 거래정보를 받아 실제 거래에 가까운 데이터를 확보하고 신고정보와 비교·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래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고 자체 본인확인 체계를 완비한 업체는 ‘협력인정업체’로 지정된다.

 

협력인정업체를 이용할 경우 업체가 구매자의 본인확인 정보를 관세청에 제공하고 인증을 대신 처리하므로, 소비자는 개인통관고유부호와 일회용 인증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국내 쇼핑몰처럼 간편하게 직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협력인정업체는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관세청은 오는 8월 28일부터 약 3개월간 시범운영을 진행한 뒤, 직전 3개월간의 거래 내역 제출 실적과 개인정보 보호 관리 체계 등을 종합 평가해 협력인정업체를 내년 1월 전후로 선정할 계획이다.

 

◇ "과거 사고 소급 불이익 없어…향후 위반 시 자격 즉시 박탈"

 

특히 플랫폼 업체의 엄격한 개인정보 관리 역량이 주요 평가 잣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쿠팡 등 주요 이커머스 업계의 개인정보 관리 이슈와 관련해 협력인정업체 선정에 불이익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 관세청 전자상거래통관과 담당 사무관은 "협력인정업체 등록 요건 중 개인정보 유출 방지와 철저한 관리를 위한 요건을 고시에 담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전 발생한 과거의 사건까지 소급 적용해 불이익을 주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그런 문제가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며 "다만 고시 시행 이후부터 발생하는 개인정보 관련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해 조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정 이후라도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사고 등 고시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협력인정업체 자격이 즉각 탈락되도록 사후 관리 규정을 뒀다"며 "업체들이 보안과 개인정보 관리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쓰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사전 확보된 주문 데이터와 신설된 통관목록을 대조해 공급망 정보가 불투명한 고위험 화물 및 마약·총기류 등 우범물품에 대한 N차 집중 선별 검사도 지속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이진희 관세청 통관국장은 “전자상거래 전용 통관플랫폼을 통해 국민들이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걱정 없이 안전하게 해외직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세관은 마약, 총기류 및 수하인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우범물품에 대한 집중검사를 지속해 국경 안전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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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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