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주가누르기 방지법’ 진짜 목적은 재벌 상속세 감세

2026.08.25 08:12:54

‘정부안’ 아무 것도 안 하고 할증과세 지켜
‘민주당안’ 저PBR 상속세 증세하고 할증과세 폐지
주가 핑계로 윤석열 정부 숙원 풀어주려는 민주당
할증과세 도입 원리는 실질과세…실제로는 할증 아닌 할인과세
‘주가 누르기’ 문제 원인은 지배구조…상속세와 별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주가누르기 방지법 관련 주 전선은 저PBR 기업 대책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재벌 일가들의 수조원대 상속세가 걸려 있다.

 

민주당 일각은 재벌가의 33년 숙원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를 내주는 대신 저PBR 기업 상속세를 늘려서 주가가 올리겠고 기대하고 있고, 정부는 저PBR 맹탕 상속세 법안을 내는 대신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지키려 하고 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란 최대주주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낼 때 주식가치의 20%를 할증해서 세금을 내는 제도를 말한다. 삼성 같은 곳은 이 제도로 수조원의 상속세가 붙고, 나머지 재벌들도 수천억의 상속세가 발생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는 과거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보수정당에서 추진했지만, ‘과거 민주당’의 반대로 이루지는 못한 것이었다.

 

반면 ‘현재 민주당 일각’이 ‘민주당 저PBR안’을 관철시킬 경우 재벌들의 33년 숙원을 풀어줌과 동시에, 옛 보수정당 이상이 될 수 있는 확고한 발판을 쌓게 된다.

 

‘민주당 저PBR안’의 주가 활성화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실제 관계가 있는지를 예단할 근거는 없다. 다만, 재벌 일가 개인들에게는 수천억 내지 조 단위의 이익을 주게 된다는 것, 그리고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확정적이다.

 

 

◇ 1. 맹탕 주고 할증과세 지켜낸 정부안

 

정부 주가누르기 방지법안은 맹탕 법안이 맞다. 적용대상을 최대한 줄여 시시비비에 걸릴 것을 최소화했다. 이유는 아래와 같으며, 이미 많이 알려졌기에 참고만 하고 넘어가면 된다.

 

① 적용대상이 거의 없다 : 원래 시장에서 기대되던 적용방식은 자산 대비 주가배율(PBR)이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최소한 회사 자산 정도는 주가에 반영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부안은 시가총액 하위 기업을 추려 대상기업을 대폭 줄여놨다.

 

② 기회의 창, 6년 6개월 : 상속 전 시점에서 6년 6개월 사이에 ①번의 하위리스트에서 한두 번 빠져나가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통 주가 관리는 사주 사망 전에 이뤄지는데, 6년 6개월 동안 주가가 낮게 유지하면, 세금이 낮게 유지된다.

 

③ 회피의 창, 국세청 평가심의위 : 뭔가 위원회를 만들면 공정할 거 같지만, 실제는 로비의 창구 내지 책임 회피 창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①+② 정도 되면 안 좋은 일이 많이 있겠지만, 이마저도 심의위에서 빼줄 수 있다. 민간위원이 과반이기에 관료들이 책임질 일도 줄어든다.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 일각이 요구하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는 들어주지 않았다.

 

 

◇ 2. ‘저PBR’ 빌미로 할증평가 내놓으라는 민주당 일각

 

그간 재계와 보수정당은 ‘최대주주 할증평가(이하 할증과세)’를 핵심 숙원으로 추진했으나, 과거 민주당의 반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랬던 민주당 일각에서 할증과세 폐지로 내놓은 명분이 ‘저PBR’ 상장사 주가 상승이다. 법안 구조는 간단하다.

 

① 대상 : 자산 대비 주가배율(PBR) 0.8배인 상장사

 

② 과세 방식 : 비상장사 주식평가 방법(순자산가치 기준)으로 평가

 

③ 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20% 폐지(상증법 제63조 제3항)

 

①번은 재벌 상속세 감세의 핵심 요건이다. 만일 ③번이 ①번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만 적용했다면, 재벌 감세 논란에 휘말릴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은 짐짓 저 PBR 해법을 꺼낸다면서 ③번 효과를 논의에도 없는 재벌 대기업 상장사들에까지 적용시켰다. 그 유명한 제일모직-삼성물산 사건도 이 법에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재벌 감세를 하면서 재벌 대기업은 ‘저 PBR 법’ 논의에서 쏙 빼는 양태를 취한다는 점에서 이 법이 상당히 고의적이란 것을 의심하게 한다.

 

②번이 제법 강력해보이지만, ②번은 이미 비상장사가 쓰고 있는 탈루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강력한 힌트를 주고 있다.

 

비상장사 상속 시장에선, 상속시점에서 부채를 늘리고 투자나 여러 가지 명목으로 충당부채를 쌓거나, 자산을 미리 손실 내지 상각 처리한다거나, 플랫폼 기업들이 잘 쓰는 사업부문 쪼개기를 하거나, 교환사채로 미세하게 깎거나 등등 대형 로펌들이 고안한 여러 방법들이 있다.

 

로펌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은 한 사건에 수십억도 쓸 수 있지만, 국세청은 몇 십분의 1 정도밖에 못 쓴다.

 

③번 상속세 감세가 주가 부양의 유인이 된다는 것은 입증된 바도 없고, 입증한 사례를 확인하지도 못했다. 거꾸로 큰 부작용만 얻을 수 있다.

 

 

◇ 3. 상속세 깎아주면 주가 오른다? 이상한 순환 논법

 

대주주 할증과세 전선을 이해하려면, 그 배경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대주주 할증과세 제도의 본 이름은 경영권 프리미엄 과세다.

 

지금은 저PBR 기업의 주가누르기 주가가 화제지만, 1993년 대주주 할증과세 제도가 세법에 들어왔을 때는 대기업, 재벌들의 주가 누르기가 화제였다. 주가 눌러서 상속세를 회피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의 해결법은 간단했다. ‘상속세 때문에 주가 누른다? 그럼 더 과세하겠다’였다. 그 명분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짚었다.

 

대주주들은 최대주주 지분 획득을 통해 경영권을 세습하지만, 이걸 외부에 팔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서 판다. 상속세에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자며, 대주주 할증과세 법안이 만들어졌다.

 

법 구조도 좋았다.

 

만일 경영권 프리미엄이 얼마인지 일일이 계산하고, 심의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만들었다면, 알 사람들은 다 피해가는 구멍 뚫린 법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대주주 할증과세 제도는 경영권 프리미엄 하단인 평가액의 20%를 기계적으로 과세하도록 했다.

 

피할 곳이 없어진 재계는 수십년간 폐지를 거듭해서 요구했다. 그래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러자 학계‧법조계‧세무시장 일각에서는 다소 이상한 주장이 나왔다.

 

‘상속세가 높아서 대주주가 주가 누르는 거니 상속세를 깎으면 주가는 부양된다’는 주장이었다.

 

이건 논리라고도 볼 수 없는 데 상속세를 얼마를 깎아주든 세금이 남아 있는 한 절세나 탈루 의욕이 사라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일각이 발의한 ‘저 PBR 법’도 허울을 벗겨보면 같은 논리다. 어떻게 보면 더 최악이다. ‘저 PBR 법’ 체제 내에선 저 PBR 기업이 어떤 길을 선택해도 상속세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저 PBR 법’에는 적용을 안 받을 경우 오른 주가만큼 상속세를 더 내야 하고, 적용을 받게 되면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상속세가 올라간다.

 

이에 대한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할증과세 폐지로 실제 세금 부담은 줄어들테니 기업이 더는 주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 이는 위에서 소개한 ‘상속세를 깎아서 주가를 부양하자’는 주장으로 돌아간다.

 

이를 정리해보면 ‘상속세를 깎아 주가를 부양하자-저 PBR 상속세가 오르면 주가가 오른다-하지만 상속세가 깎여 주가 부양 될 거다-저 PBR 상속세가 오르면 주가가 오른다’는 서로 일관성이 없는 비논리적 순환구조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비논리적 순환구조의 심각한 허점은 기대와 현상이 서로 맞지도 않지만, 이 발상은 한번 뜯은 선물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할증과세를 폐지해도 세금이 남아 있는 한 대주주는 무조건 세금 탈루 유혹을 받게 된다.

 

 

◇ 4. 대주주 할증과세, 상실의 대가

 

민주당 일각의 ‘저 PBR 법’, 할증과세가 폐지될 경우 부작용은 심각하다. 국민은 조단위 재벌감세로 인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9년 상속재산으로 신고한 유가증권 가액은 2.6조원이었다. 2020년에는 4.7조원이었는데, 2021년에는 무려 30.6조원으로 폭증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이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신고가액이 수십조 단위로 폭증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회장은 2021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6년에 걸쳐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시기 과세표준(상속재산-공제액) 500억 초과 그룹에서 납부한 세금(결정세액)이 2021년 1.2조원, 2022년 14.8조원, 2023년 6.5조원, 2024년 2.2조원, 2025년 2.1조원이다(2026년은 통계 미공개).

 

그 전에는 2019년 0.8조원, 2020년 1.8조원이었다.

 

과세표준 500억 초과 기업은 국내 대형 중견급 이상 기업들인데, 만일 할증과세를 없애버리면, 2022년에만 수조원 넘는 세금이 증발했을 것이다.

 

세간에선 재벌 상속세가 너무 과도하다며, 외국에 비해 명목세율이 높으니 할증과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외국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 과세(할증과세)를 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4년 2월 22일 발표한 ‘한국 상속세, 대주주 할증과세가 아니라 오히려 할인 과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세법상 규정은 없지만, 각각 개별 사례에 대한 시장 프리미엄 가격을 고려해 평가하도록 하며, 그렇지 않았을 경우 미 국세청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할 것을 요구한다.

 

일본의 경우 세법은 아니지만, 일본 국세청 재산평가기본통달 188-2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평가하는 규정을 가동하고 있다.

 

할증과세 수준이 과도하다는 주장 역시 기존 연구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위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서 제시한 ▲이창민 한양대 교수‧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우리나라 경영권 프리미엄 현황 분석’ 연구에선 평균 45% 이상 ▲기업지배구조원의 2017년 샘플 연구에서는 48%~56% ▲김석봉(2015)의 연구결에선 39%~53%으로 각각 측정했다.

 

세법상 할증과세 수준은 20%지만, 각 기존 연구별 시장 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은 39~56%을 오간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상속세법 할증률은 20%에 불과.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도한 할증 과세가 아니라 시장에서 형성된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할인 과세’”라고 설명했다.

 

 

◇ 5. 상법 개정 놔두고 봉창 두드리기

 

정부 ‘주가 누르기 방지법’, 민주당 일각의 ‘저 PBR 법’의 문제점은 동일하다.

 

세금으로 주가가 어떻게 되길 바란다는 점이다.

 

세금은 그 속성이 규제라고는 하지만, 기본 속성은 국가재정 및 사회재분배 영역이다. 얻는 만큼 과세하는 게 원칙이다. 할증과세도 그러한 장치 중 하나다.

 

반면, 주가 누르기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다. 여기는 세법이 아니라 상법과 자본시장 관계 법안들의 영역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고질병의 원인은 할증과세나 세금이 아니다.

 

기업이 반칙을 했을 때, 정부와 사법이 제재하지 않고, 대주주의 무분별한 탐욕이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을 방치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상법 및 지배구조 개혁도 아직 과제가 잔뜩 남아 있다.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들 ① 살아남기 위해 ② 혹은 돈을 더 벌기 위해 ③긴박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경영적 행위 등 불가피한 경영적 판단 내지 필요한 경영적 판단의 자유에 대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걸 하는 기업들은 추후 소송 제기를 대비해 로펌 컨설팅 하에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놓고 행동에 들어가기에 사법부에서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건 과도하다.

 

전체 주주 이익 추구는 주주 내 갈등으로 풀 수도 있는데, 대주주, 기관 투자자, 사모펀드, 일반 투자자 등 주주 내에는 다양한 주체가 있는데, 주주간 이익 상충 시 명시적 해법이 없다. 이 역시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는 구조다.

 

주주집단소송 제도가 있긴 하지만,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적용범위를 상생협력법으로 묶어놔서 오히려 대기업과 대형 로펌에 좋게 만들었다. 미국처럼 소송 보존 의무도 없고, 자료제출 거부시 관련 제재 규정도 없고, 사실상 무제한적 변호사 비밀유지권 보장으로 증거수집을 막을 수 있는 방패까지 쥐어줬다.

 

주식시장에 불이 났으면, 시장에서 불을 꺼야지 국가 재정에서 끈다는 건 엉뚱한 데서 봉창 두드리는 격이다. 이름과 맞지 않는 정책을 깔아놓는 건 설령 수정한다고 해도 정책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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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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