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서울 밖 금융당국’ 가능할까…지방이전 셈법 복잡

2026.08.24 19:16:05

법적 지위부터 감독 효율까지 복잡…지역균형발전과 충돌
노조 공동 반발 속 이억원 “확정된 바 없어”…25일 정부안 촉각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의 2차 공공기관·행정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금융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안전망을 담당하는 기관이 이전 후보로 거론되면서 논쟁도 금융 기능의 재배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수도권에 있는 기관을 어느 지역으로 옮길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회사와 감독기관, 예보 등 금융 인프라를 어느 수준까지 분산할 수 있느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금감원과 예보 노동조합은 24일 처음으로 공동 행동에 나섰다. 두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2차 지방이전 대상에서 금감원과 예보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후에는 금감원 노조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별도의 결의대회를 열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반면 정부는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지방이전 여부를 묻는 질의에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구체안이 나오기도 전에 금융권의 반발이 가시화됐다.

 

◇ 한꺼번에 거론되지만…세 기관 이전 절차는 제각각

 

금융위와 금감원, 예보가 한꺼번에 ‘금융기관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세 기관의 법적 지위와 이전 경로는 같지 않다.

 

먼저 금융위는 중앙행정기관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위를 정부조직법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 이전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별도로 추진되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논의에서 다뤄진다.

 

예보는 금융위 산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으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현행 예금자보호법 제5조의2는 예보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명시하고 있다. 서울 밖으로 본사를 옮기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구조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예보를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과 함께 설립 근거법에 서울 소재지가 명시된 기관으로 분류했다.

 

금감원은 또 다르다. 금융위원회법에 따라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올해도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예보와 동일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다만 금융위원회법 제25조가 금감원의 주된 사무소 역시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울 밖으로 이전하려면 금감원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

 

즉 세 기관이 함께 지방이전 후보로 거론되더라도 추진 경로는 다르다. 금융위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문제이고, 예보는 공공기관 이전 대상 여부와 법 개정이 함께 걸려 있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본원 소재지가 법률에 명시돼 있어 별도의 법적·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 금융사 몰린 수도권…지방이전 땐 현장 대응 부담

 

법적 절차와 별개로, 지방 이전이 각 기관의 기능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금감원과 예보 노조는 특히 금융안정과 감독 기능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회사 본점과 예보가 상대하는 부보금융회사 상당수가 수도권에 있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정보기술 업체 등 금융회사를 둘러싼 전문 인프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금융사고나 금융회사 부실이 발생했을 때는 금융위와 금감원, 예보를 비롯해 금융회사와 관계기관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기나 금융회사 부실이 발생할 경우 기관 간 신속한 협의와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예보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예보의 보호 대상 예금은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을 합쳐 3322조원이다. 이 가운데 은행 예금은 2128조원이며, 노조는 은행 예금의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이후 예보가 금융회사 조사와 유관기관 협업 등을 위해 실시한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지역 출장이 1만8053건으로 70.8%였다는 수치도 근거로 제시했다.

 

금감원 역시 현장 접근성을 문제 삼고 있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감독기구가 검사 대상과 물리적으로 멀어질수록 현장검사와 금융회사와의 상시 협의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논리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금감원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앞서 금융회사와 자본시장 등 감독 현장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들며 감독기관의 현장 접근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물리적 거리만으로 금융감독이나 위기 대응 역량의 약화를 곧바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자보고와 원격 협업이 확대됐고 금감원 역시 지역 지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사와 부실 금융회사 정리처럼 현장 접근성과 기관 간 즉각적인 공조가 필요한 기능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분산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결국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만큼이나 금융감독 기능에 미칠 비용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수도권의 일자리와 공공기능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고 이전 지역을 새로운 산업·성장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정책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이전기관 임직원과 지역인재 채용, 기업 유치 등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가족 동반 이주나 정주 여건 등에서는 목표에 미치지 못한 지표도 확인됐다.

 

금융기관의 경우 단순한 이전 여부보다 어떤 기능을 금융시장 중심부에 남겨야 하는지를 더 세밀하게 나눠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이전보다 더 민감한 ‘사람’…전문인력 이탈 경고

 

노조가 금융안정과 함께 전면에 내세운 또 다른 변수는 인력이다.

 

금감원 노조가 직원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지방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한 비율은 85.6%였다. 이 가운데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는 응답은 69.7%였다.

 

젊은 직원으로 범위를 좁히면 비율이 더 높아진다. 만 40세 미만 응답자의 92.5%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고, 82.5%는 적극적으로 이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전문자격 보유자의 이탈 의향도 높게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회계사의 90.6%, 변호사의 94.2%가 지방이전 시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적극적인 이직 고려 비율은 각각 78.9%, 85.5%였다.

 

예보의 내부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예보는 지방이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는데, 근속 5년 미만 직원 가운데 계속 근무하겠다는 응답은 12%에 그쳤고 5급 실무직에서는 9.5%로 더 낮았다. 반면 20년 이상 근속 직원의 계속 근무 의향은 52.8%였다.

 

금감원과 예보는 검사와 제재, 리스크 분석, 부실 금융회사 정리 과정에서 회계사와 변호사, 계리사 등 전문인력 의존도가 높은 조직이다. 단순한 인원 감소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축적한 실무진이 빠져나갈 경우 인력을 다시 확보하고 업무 숙련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 같은 설문은 노조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라는 점에서 실제 이직률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이전이 확정됐을 때 실제 퇴사로 이어지는 비율은 근무 조건이나 이전 지역, 지원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지방이전 논의가 현재 구성원들에게 상당한 조직 이탈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노조가 맞벌이와 출산·육아 문제를 함께 꺼내 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우자의 직장과 자녀의 교육 문제로 가족 전체가 함께 이동하기 어려운 젊은 직원일수록 지방이전이 이직이나 주말부부, 경력 단절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 이전안 아직 미정…노조는 반대 수위 높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최종 방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확정됐거나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이전도 크게 두 갈래다. 금융위와 같은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예보 등 공공기관 2차 이전은 별도 체계로 진행된다. 때문에 금융위의 이전 여부가 정해진다고 해서 금감원과 예보의 이전까지 동시에 확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르면 25일 국무회의에서 중앙행정기관 지방이전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24일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예보 등 개별 기관의 최종 포함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정부안이 나오기 전에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향후 이전 논의에서는 지역균형발전뿐 아니라 금융안정 기능과 전문인력 유지에 미칠 영향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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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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