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가 6명에서 3명으로 좁혀졌다. 양종희 현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부문장 겸 WM·SME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다음 달 최종 심사를 받는다.
후보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내려야 할 판단은 더 까다로워졌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적과 주주환원 등 눈에 보이는 경영지표에서는 현직인 양 회장이 뚜렷한 성적표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남은 절차의 관건은 세 후보의 과거 실적을 단순 비교하는 데 있기보다 현재의 경영성과를 이어갈 적임자가 누구인지, 향후 KB금융에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조직관리 경험 등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경영 역량의 비중도 그만큼 커질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뒤 양 회장과 이 부문장, 권 전 행장을 최종 후보군에 올렸다. 이창권 KB금융 미래전략부문장과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외부 후보 1명은 이번 심사에서 제외됐다.
회추위는 리더십과 업무경험, 전문성, 도덕성을 비롯해 장·단기 건전경영 능력과 KB금융의 비전·가치관 공유 여부 등을 회장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 이재근·권광석, 서로 다른 방식으로 ‘양종희 넘기’
현재까지 공개된 경영지표는 양 회장에게 유리하다.
양 회장이 취임한 2023년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5948억원이었다. 이후 2024년 5조782억원으로 처음 5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에는 5조843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한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수익구조도 비은행을 중심으로 넓어졌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 계열사의 그룹 순이익 기여도는 44%까지 상승했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2025년 총주주환원율이 52.4%로 전년보다 12.6%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역시 연간 총주주환원 규모가 약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KB금융은 예상하고 있다.
회장 연임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적이 전부는 아니지만 현 경영진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자료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수익성과 사업 포트폴리오, 주주환원 지표가 동시에 개선된 상황에서 양 회장은 적어도 정량평가에서는 방어해야 할 성적표보다 내세울 성적표가 많은 후보에 가깝다.
결국 경쟁 후보 입장에서는 단순히 더 좋은 실적을 제시하는 방식만으로 차별화하기 쉽지 않다.
이재근 부문장이 맡은 사업 역시 현 KB금융의 실적과 맞물려 있다.
그가 총괄하는 글로벌 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 KB뱅크가 지난해 KB금융 편입 이후 처음으로 현지 회계 기준 연간 흑자를 냈다.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역시 그룹의 해외 수익원 가운데 하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국민은행장을 지낸 이 부문장의 강점은 은행과 지주를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결국 이번 경쟁에서는 이 같은 경력을 그룹 전체를 이끌 수 있는 경영 역량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다.
권광석 전 행장은 비교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 KB금융 내부 경영 실적을 두고 양 회장이나 이 부문장과 직접 경쟁할 수 없는 대신 우리은행장과 우리금융지주, 자산운용,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 등을 거친 경력이 평가 대상이 된다.
권 전 행장이 유일한 외부 후보로 최종 3인에 포함되면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마지막 단계까지 열려 있게 됐다. 다만 실제 외부 영입을 택하려면 현재 KB금융에 내부 승계보다 외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까지 뒤따라야 한다.
◇ 최종 면접은 ‘성과’보다 ‘경영 책임’ 무게 커질 듯
이 때문에 다음 달 2차 심층 인터뷰에서는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가 있다. 이 부문장이 국민은행장을 맡았던 시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주요 판매 은행 중 한 곳이었던 만큼 이후 고객 배상과 관련 비용을 부담했다. 사태 발생과 이후 대응을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지만 대형 금융회사를 이끄는 CEO의 책임 범위라는 측면에서는 회장 후보 검증 과정에서 살펴볼 수밖에 없는 이력이다.
권 전 행장 역시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의 경영성과뿐 아니라 조직 운영과 내부통제 능력 등이 함께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전 행장은 2020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해 한 차례 연임했지만 2022년 차기 행장 후보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연임이 불발된 구체적인 이유가 공식적으로 공개된 내용은 없다. 따라서 이를 이번 회장 선임의 부정적 요인으로 단정하기보다는 회추위가 과거 CEO 경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
양 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현직 회장인 만큼 경영 성과뿐 아니라 재임 기간 발생한 각종 현안과 내부통제 문제까지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결국 최종 심사는 ‘누가 더 많은 이익을 냈느냐’보다 각 후보가 성과와 위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세무조사는 아직 ‘인선 변수’ 단정 어려워
KB국민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도 회장 선임을 앞두고 맞물렸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에 조사 인력을 보내 회계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와 달리 특정 세무 사안을 들여다보는 비정기 조사를 주로 담당한다. 이번 조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지만 조사 대상과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정만 놓고 보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세무조사가 상당 기간 겹친다. 양 회장과 이 부문장 모두 KB금융 또는 국민은행 경영에 참여해온 내부 인사인 만큼 금융권에서 조사 진행 상황을 주시하는 이유다.
다만 현재까지 조사 내용은 물론 경영진 책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 특정 후보의 유불리나 회장 인선과의 연관성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경영진의 책임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사안이 확인될 경우 추가 검증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 세무조사 자체를 주요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
◇ 9월 11일 최종 1인…관건은 ‘왜 이 사람인가’
회추위는 오는 9월 11일 세 후보를 상대로 2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다.
최종 후보가 관련 법령에 따른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오는 10월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밟게 된다. 차기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남은 심사의 관전 포인트는 실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후보별 경영 역량과 향후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양 회장의 연임 명분이 뚜렷하다. 다른 후보들이 최종 선택을 받으려면 경영 역량이나 중장기 전략에서 양 회장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이번 경영승계절차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