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기업간 M&A(인수합병) 과정에서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을 의무적으로 표명하도록 한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A 과정에서 이사회의 책임과 주주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주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개매수의 경우 대상회사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판단 절차를 거쳐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을 의무적으로 표명하도록 규정했다.
오기형 의원에 따르면 이는 현행법상 임의사항인 대상회사의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을 일정한 경우 의무화해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공개매수 조건과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충실히 검토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와함께 개정안에는 주요사항보고서 제출 대상에 관한 규정을 현행 ‘법인의 경영·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서 ‘법인의 주주·경영·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 확대했다.
이를 근거로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제안과 관련된 정보가 주주에게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작년 7월부터 올해 2월말까지 3차례에 걸쳐 상법을 개정함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기업 경영권 변경 등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M&A 상황에서 이사회가 인수제안을 충실히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주주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주가누르기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인 ‘베어 허그(Bear Hug)’ 방식이 주목받고 있으며 적대적 M&A 시장에서 공개매수제도 등을 매개로 시장의 가격발견과 외부 경영규율 기능을 정상화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베어 허그’는 주가가 지나치게 낮은 기업에 외부 투자자가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공개적인 인수 제안을 해 이사회와 최대주주가 이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적대적 M&A 전략이다.
즉 ‘주가를 계속 낮게 방치할 시 다른 투자자가 회사를 사겠다고 나설 수 있게 하겠다’는 방식의 주가누르기 방지책이다.
이날 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담긴 ‘한국형 베어 허그’는 저평가된 기업의 인수 희망자가 M&A 조건을 제시하면 이 조건을 주주들에게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이 공포돼 ‘한국형 베어 허그’가 시행될 경우 주가의 저평가 상태를 장기간 방치해온 기업들은 적대적 M&A를 받게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진지한 인수제안 (Bona Fide Offer)’에 대한 이사회의 검토·공시,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표명 의무화 등 M&A 공시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됐다.
‘진지한 인수제안’은 단순히 “이 회사를 사고 싶다”는 단순 관심 표명 및 허위·시세조종 목적이 아닌 실제 인수를 실행할 의사·능력·구체적 조건을 갖춘 실질적인 M&A 제안을 의미한다.
오기형 의원은 “그간 우리 자본시장은 저평가 기업에 대한 M&A 등 시장을 통한 외부 경영규율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도입된 만큼 중요한 인수제안 역시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충실히 검토하고 그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이 M&A 과정에서 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과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저평가 기업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투자자 보호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같은당 소속인 이훈기 의원, 김남근 의원, 임미애 의원, 강준현 의원, 박해철 의원, 이광희 의원, 박홍배 의원, 이재강 의원, 전진숙 의원, 박선원 의원 등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 중 ‘주가 누르기에 해당하는 상장주식에 대한 평가방법 개선’은 당·정간 논의 등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정기 국회 심사과정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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