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현철 관세청 여행자통관2국장)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7월 1일부터 EU로 수입되는 150유로 이하 수입품에 대해 그동안 부여했던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품목당 3유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
EU 집행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에만 EU로 수입되는 150유로 이하 물품은 무려 59억개에 이른다. 특히 의류, 각종 공산품에 있어서 그 영향력이 크다.
유럽중앙은행 발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부 유럽국가에서 70% 이상의 소비자가 해외에서 150유로 이하의 물품을 구매했다. 심지어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소비자의 50% 가까이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3유로라는 액수가 언뜻 보면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실상은 다르다. 3유로 관세부과 기준은 150유로라는 총액기준과 HS Code 품목 기준, 심지어는 원산지 기준까지 함께 고려되므로 실제 부과되는 액수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들어 총액은 130유로지만 그 안에 품목이 다른 3개의 물품(화장품, 핸드폰 커버, 연필)이 들어있다면 각 물품당 3유로씩 총 9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EU로 수입되는 150유로 이하 물품의 평균 가격은 40유로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물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EU는 왜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150유로 이하 수입 물품에 대해 3유로의 관세를 매길까? EU가 내세우고 있는 표면적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내국기업과 외국 기업에 대한 대우의 공정성이다. EU는 외국 기업이 EU 기업에 비해 '불공정한 이익'을 가져간다고 판단한다.
둘째, 저가 제품의 특성상 위생, 보건 등 EU 시민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는 물품들에 대한 규제다. 작년에 EU 회원국 세관과 관련 검증기관이 150유로 이하의 가격으로 수입된 20,040개의 장난감과 소형 전자기기를 검사한 결과 무려 64%가 EU 안전기준을 위반했으며 화장품은 5,772개를 조사했는데 이 중 65%가 EU 보건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불법적인 저가 신고의 차단이다. 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한 검사율이 매우 낮은 것을 악용하여 높은 가격임에도 150유로 이하로 가격을 속이는 부정 무역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EU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와 통계를 깊이 들여다보면 명분과 실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5년도에 EU로 수입된 59억개의 150유로 이하 물품의 93%가 중국산이다. EU가 내세우고 있는 내국기업과 외국 기업의 공정성이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위 통계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또 환경보건 문제도 중국산과 관련이 있다.
화장품은 5,772개 중 65%가 EU 보건기준 위반이라는 EU의 통계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5,772개 중 위 EU 보건기준에 위반된 65%면 3천7백여 개에 이르는 데 이 화장품 중 63%인 2천3백여 개가 중국산이다.
결국 EU의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150유로 이하 수입 물품에 대한 관세 면제 폐지와 3유로 과세는 중국을 겨냥한 정책으로 읽힌다.
다만 1994 GATT 협정의 핵심적인 근간 중 하나 '비차별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150유로 이하의 물품에 대해 3유로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한 것뿐이다.
물론 중국의 저임금과 가공할 만한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3유로라는 비용을 굳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서도 적정가격을 유지할 수 있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워낙 EU로 수입되는 150유로 이하의 물품이 많은 탓에 관세 면제 폐지와 3유로 일괄 부과는 EU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중국산 견제 정책으로 유탄을 맞고 있는 우리 기업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K-뷰티(화장품)나 K-패션(의류) 의 유럽 내 수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금번 EU의 조치는 분명 우리 기업에게 악재다.
EU가 공식적으로 3유로 일괄 부과는 FTA와 같이 특혜 협정 체결 당사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긴 했지만, 실상은 3유로 면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우선 면제를 받기 위한 세부 조건이 까다롭다. EU의 계획에 따르면 FTA 체결국은 일반수입신고를 통해서 원산지증명을 받아야 3유로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수입신고 절차가 적용됨으로 과거에는 전혀 부과되지 않았던 각종 환경, 보건 규제도 받아야 한다.
3유로 관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통관 과정에서 생기는 각종 장벽을 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다행히 EU도 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통관현장의 혼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온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계기로 우리기업의 피해를 줄이면서 EU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우리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과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로필] 임현철 관세관
• 주인도네시아 대사관 관세관
• 주EU대사관/WCO(World Customs Organization) 관세관
•(현)인천공항세관 여행자통관2국장(부이사관)
<주요 저서>
• 관세를 알면 EU 시장이 보인다! EU 관세법 알아보기'(박영사)
• 논문 :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한 EU 대응조치 연구
• 논문 : EU 신이민난민법에 대한 고찰-통합국경관리와 난민정책의 통합
• 논문 : 외부안보위협에 대한 EU 대응 전략과 이에 따른 EU 회원국 세관의 역할 변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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