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전문가들이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논의 관련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설탕부담금 도입 명분은 가당음료가 건강을 나쁘게 한다는 것인데, 가격 내지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부담금 대신 가당음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교육이나 홍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 김갑순)와 한국납세자연합회(회장 최원석)는 7일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 무엇을 따져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34차 조세정책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김갑순 한국조세정책학회장(동국대 교수)은 “설탕부담금과 같은 일률적 가격 규제는 외형적 선의의 이면에 저소득층과 청년층의 소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 역진성과 예산 통제를 우회하는 재정 투명성 저해 등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서 자율적인 당류 저감 노력이 작동하고 있는 만큼 가격 통제보다는 비가격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당음료는 상대적 저소득층 청년층이 많이 마시는데,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면 이들이 고소득층에 비해 부담이 늘어나 저소득층 부담이 특히 더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담뱃세 인상 반대와 비슷한 취지의 논리다.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WHO·OECD의 권고와 해외 사례, 국회 발의 법안 등 국내외 동향이 활발한 시점에서 가당음료 설탕부담금 도입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각도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오늘 세미나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 부담금, 청소년‧20대 부담 집중
노정란 명지대 교수는 이날 ‘가당음료 설탕부담금의 실효성 및 정책적 한계’를 주제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24년) 9개년 원자료 실증분석 및 부담귀착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노 교수는 1인당 일평균 가당음료 섭취량은 2016년 116.9g에서 2024년 87.0g으로 25.6% 감소했으며, 총당류 섭취 내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이는 소비자가 부담금 없이도 가당음료를 줄여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당음료 소비층에 대한 연령·소득 교차분석 결과 12~18세 청소년은 2분위(소득하위)도 하루 평균 191.6g을 먹었지만, 5분위(고소득)도 194.3g을 먹었다. 19~29세가 되면 1, 2분위는 200.8g‧199.3g으로 늘었지만, 5분위는 171.0g으로 줄었다. 하지만 30~40대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109~121g로 줄었다. 이는 딱히 소득 수준에 가당음료 소비가 귀착된다기보다는 청소년‧20대 소비가 늘어나도 30대 이후로는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결과는 어렸을 때는 탄산음료, 직장인이 된 후엔 커피로 음료 선호가 바뀐다는 인상을 강화한다.
다만, 노 교수는 설탕부담금은 주 소비층인 아이들과 청소년층 부담이 늘어나니 청년 저소득층과 청소년층에 부담이 집중되는 정책적 역설이 확인됐다고 해석했다.
노 교수는 재정정치학적 딜레마도 지적했다.
설탕부담금이 조세가 아닌 국민건강증진기금 형태의 부담금(준조세)으로 귀착될 경우, 국회의 엄격한 예산 통제를 우회하고 국민의 조세 저항을 피하는 ‘재정환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소비 감소로 건강 목적을 달성하면 기금 수입이 줄어들고, 기금 수입이 유지되면 건강 개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디만, 노 교수의 주장은 세상의 모든 부담금‧기금에 대해 일반론적으로 할 수 있는 주장이고, 설탕부담금의 구체적 속성이나 특질로 인해 발생하는 고유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소비감소로 인한 기금 수입 감소의 경우도 반박의 여지가 있다. 설탕부담금 부과의 목적은 부담금을 많이 걷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당음료 소비가 계속되면 그 돈으로 건강증진 목적에 사용하고, 가당음료 소비가 줄어들면, 소비자가 건강이 나빠지지 않게 되니 건강증진 기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
노 교수는 “일률적인 가격규제보다는 영양성분 표시 강화(허성무 의원안 방식), 청소년 표적형 건강교육, 기업의 자발적 저당화 촉진 등 정보·시장 친화적 비가격 정책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는 이어진 토론에서 “OECD 기준 한국 성인 비만율은 5.1%로 최저 수준이며, 국민 당류 섭취량은 감소하는 반면 신체활동 부족(한국 성인 61% 미달) 등 비만 원인은 복합적이다”라며 “총열량 감소 실증 및 부작용 검증 없이 세금이나 부담금이라는 쉬운 규제부터 꺼내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시장의 자율적 당류 저감 변화를 돕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남혜정 동국대 교수는 “가당음료 소비 감소 추세 속에서 대체음료 소비로 인한 풍선효과 및 해외 실증사례의 가격 전가율 분석 등 다각적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며 “단순 화폐적 역진성 외에도 건강개선 편익 등 후생 효과를 함께 종합 검토하고, 영양성분 표시 개선 및 보건교육 등 비가격 정책과의 병행 체계가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오문성 경희대 교수는 “가격 인상이 건강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부담은 저소득층과 청년층에 역진적으로 집중된다”며 “해외 사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입을 서두르기보다, 시장 실패의 존재 여부와 조세가 아닌 부담금 방식의 타당성까지 검증한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현재 국회 발의안 중 가격규제(부담금) 방식(김선민·이수진안)은 풍선효과로 인한 건강개선 미입증, 청년·저소득층 부담 귀착, 준조세에 따른 재정통제 약화라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허성무 의원안과 같이 영양성분 표시 등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비가격규제를 우선하고, 자율적 제로·저당화 제품 전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시장친화적 정책조합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조세정책학회 측은 “설탕부담금은 건강정책과 조세정책이 교차하는 사안인 만큼, 도입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그 효과와 부담의 실질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세미나가 합리적인 제도 설계를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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