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12년 만의 4만달러 시대…국민소득 뛰는데 체감은 왜 더딜까

2026.09.08 13:11:17

기업소득 증가 속도, 노동소득 크게 웃돌아…가계소득 전이와 환율 지속성은 숙제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처음으로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과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낮아지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그러나 아직 국민소득 증가분이 가계의 임금이나 소비, 국내 투자로 충분히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과 달리 노동소득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제한됐고, 늘어난 소득 상당 부분도 소비보다 저축으로 향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목 GNI는 전분기 대비 8.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9.2%, 전년 동기 대비 26.4% 늘었다. 전년 동기 기준 증가율은 1979년 3분기 27.7% 이후 약 47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실질 GNI는 3.1% 증가해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이 좋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 1478원 밑돌면 ‘4만달러’…환율도 우군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1인당 GNI가 4만달러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지난해 1인당 GNI는 5257만원으로 전년보다 4.6% 늘었지만, 원화 약세 영향으로 달러 기준으로는 3만6963달러에 그쳤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의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 12.3%와 추계인구 등을 반영할 경우 원화 기준 1인당 GNI는 약 591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1478원 이하를 유지하면 달러 기준 4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평균 환율은 1471원대다. 특히 6월 평균 1527.3원이던 환율은 7월 1497.4원, 8월 1406.3원으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1330원대까지 떨어졌다.

 

김화용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올해 남은 기간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고 연간 명목 GNI 증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서 환율 안정세가 지속된다면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한국이 올해 4만달러선을 넘으면 2014년 3만달러에 진입한 이후 12년 만에 새로운 소득 구간에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기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은 국가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개국이다. 한국이 올해 4만달러를 달성하면 여섯 번째가 된다.

 

◇ 기업이익 48% 뛰었지만 임금 증가폭은 제한

 

국민소득을 끌어올린 가장 큰 동력은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이다.

 

2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장비를 중심으로 전분기보다 1.3% 증가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면서 수출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국민소득을 밀어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이익을 보여주는 총영업잉여는 2분기 전분기 대비 18.5%, 전년 동기 대비 48.2% 증가했다. 두 증가율 모두 분기 분배국민소득 통계가 공표된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수익성 개선은 화학제품과 운송장비 제조업, 도소매업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석유정제업에서는 정제마진이 개선됐고 화학제품은 의약품과 화장품 수출 증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기계·장비업에, 고부가 선박 수출은 조선업 실적에 영향을 줬다.

 

반면 임금 등 노동소득을 나타내는 피용자보수는 전분기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이익 증가 속도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1인당 GNI가 국민과 기업, 정부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지표인 만큼 4만달러 돌파가 곧바로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의 이익 증가가 향후 성과급과 배당, 세금 등을 거쳐 가계와 정부로 이전되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

 

김 부장은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정부 소득,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소득 늘었는데 저축률 ‘역대 최고’

 

아직까지는 늘어난 소득이 소비나 국내 투자로 충분히 흘러가지 않고 있다.

 

2분기 총저축률은 45.6%로 전분기보다 3.9%p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전분기보다 8.9% 늘어난 반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은 1.6%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197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득 증가 자체는 소비와 투자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실제 지출 확대까지는 아직 시차가 있다는 의미다.

 

실물지표에서도 회복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0.2% 늘었다. 건설투자는 0.1% 감소했다.

 

◇ 반도체 가격과 환율이 향후 변수

 

올해 4만달러 달성 여부를 둘러싼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달러 기준 GNI는 환율 영향을 직접 받는다. 원화 기준 국민소득이 같더라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달러 환산액은 커지고, 반대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감소한다.

 

따라서 올해 1인당 GNI가 4만달러를 넘더라도, 이를 경제의 실질적인 생산능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경기 역시 변수다. 최근 명목소득 증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크게 오른 데 힘입었다.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면 기업이익과 수출, 명목 국민소득 증가 속도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한은은 당분간 글로벌 AI 투자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장은 “향후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물량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좋은 실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3.3%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분기별 성장률이 전기 대비 평균 0.2~0.3% 수준을 기록하면 연간 전망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 1인당 GNI의 최종 결과는 내년 3월 발표되는 연간 국민소득 통계를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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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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