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고령층과 치매환자의 재산관리부터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까지 신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부동산이나 담보권 등 신탁 가능한 재산의 범위를 넓히고, 비금전재산 신탁에도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강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탁업 혁신 5법’을 대표발의한다.
법안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한국주택금융공사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신용보증기금법 등 5개 법률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보유 자산의 형태도 다양해졌지만 현행 신탁제도는 신탁할 수 있는 재산과 업무 범위가 제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수익증권 발행이 금전재산신탁에 한정돼 있어 부동산이나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개정안은 우선 신탁재산 범위에 채무와 담보권을 추가한다. 이에 따라 잔여채무가 있는 부동산과 신디케이트론 담보권도 신탁을 통한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신탁업자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길 수 있는 업무 범위도 넓어진다. 병원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특허법인 등이 신탁재산 관리와 관련된 업무 일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의료·회계·세무·특허서비스와 재산관리를 연계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과 무체재산권 등 비금전재산을 맡긴 신탁에도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한다. 신용도나 담보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존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중소기업 등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대신 투자자 보호 장치는 강화한다. 수익증권 발행계획 등록과 발행한도 설정, 판매주체 제한을 적용하고 수시공시와 신탁보고서, 수익자집회, 투자설명서 등 발행과 판매·운용 단계별 규율도 새로 마련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주식의 경우 위탁자나 수익자의 지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면 현행 15% 의결권 행사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신탁을 통한 주식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대상도 확대된다. 현재 사망보험금청구권에 한정된 신탁 대상에 치매보험금청구권을 추가해 치매로 직접 재산관리가 어려워진 경우에도 보험금을 생활비나 의료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신탁업자의 의무와 감독 기준도 정비된다. 모든 수익자를 공평하게 대우하고 전문성을 갖춰 신탁재산을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업무를 위탁받은 전문기관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이 검사·처분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한다. 전문인력과 물적설비, 사회적 신용 등 업무 수행 요건도 한층 엄격해진다.
나머지 4개 법률 개정안에는 비금전재산 신탁 수익증권의 전자등록과 신용보증기금 유동화수익증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 발행 관련 특례를 정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신탁을 일부 자산가만의 수단이 아니라 어르신과 치매환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종합재산관리 수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신탁이 국민의 생애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재산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신탁업 시즌 2’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