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해외 부동산펀드 등 고위험 펀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부동산 가격 하락 때 선순위 대출채권자가 담보권을 행사해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산이 매각될 수 있는 상품 구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9일 주요 부동산펀드 자산운용사 8곳과 금융투자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고위험 펀드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이 해외 부동산펀드의 상품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지난해 일부 펀드에서 투자금 전액 손실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 부동산펀드와 리츠(REITs)는 현지에서 선순위 대출을 받고 국내 투자자가 후순위 지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임대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부동산 감정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대출 약정상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수 있다. 이후 선순위 대출기관이 담보권을 행사하면 부동산이 강제매각되면서 후순위 투자자가 원금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을 수 있다.
금감원은 앞으로 해외 부동산펀드를 심사할 때 이처럼 선순위 채권자가 펀드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구조인지 중점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고위험 펀드에는 복수의 심사 담당자를 지정해 집중심사하는 체계도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자산운용감독국 내 특별심사팀을 신설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기초자산을 검증하는 현지실사 절차도 강화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전액손실 사태 이후 주요 운용사를 점검한 결과, 해외 현지업체가 작성한 실사자료 가운데 건축물의 물리적 하자나 현지 규제 준수 여부 등 개별 자산의 위험요인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사례가 확인됐다. 투자지역과 시장 현황을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평가 결과가 충분히 문서화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일부터 해외 부동산펀드를 출시하는 운용사는 현지업체의 실사 결과를 직접 점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내부통제 부서도 해당 점검에 대한 평가 의견을 내고 대표이사와 준법감시인 등이 이를 확인·서명하도록 했다.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펀드 손익성과 그래프와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 분석 결과도 증권신고서에 첨부해야 한다.
이달 말부터는 고위험 펀드의 투자위험 공시 기준도 한층 강화된다.
금감원은 오는 30일부터 해외 부동산펀드·해외 리츠, 주가연계펀드(ELF)·파생결합펀드(DLF), 레버리지·인버스 펀드, 커버드콜, 목표전환, 금현물, 해외 재간접 등 10종의 고위험 펀드에 ‘핵심위험 표준안’을 적용한다.
간이투자설명서 첫 페이지에는 원본손실 위험 1개와 상품별 특수위험 3개 등 총 4개의 주요 위험을 기재해야 한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원본손실과 자금차입, 배당금 미수령, 환율변동 위험 등이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제시된다.
특히 후순위 지분 방식의 부동산펀드는 임대수익과 별개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경우 선순위 대출채권자의 담보권 행사에 따라 투자금 일부 또는 전액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운용사의 과거 손실 이력도 공개 대상이 된다. 같은 유형의 상품 가운데 손실률이 20%를 초과했던 사례가 있으면 펀드명과 투자지역·자산, 손실 발생일, 손실 규모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는 “해외 부동산펀드를 포함한 고위험 공모펀드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발생 가능한 주요 위험요인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할 필요가 있으므로, 상품 설계·제조 단계부터 투자자 관점에서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등 ‘투자자 우선 원칙’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향후 해외 부동산펀드의 현지실사 자체점검 보고서 작성 여부와 핵심위험 표준안 반영 여부 등을 심사 과정에서 점검하고, 고위험 상품에 대한 시장 동향과 운용업계의 준비 상황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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