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할당관세 악용 5468억원 적발…“물가안정 혜택 가로채”

2026.09.09 17:32:18

수입가격 부풀려 법인세 탈루·해외 송금…할당물량 부당 확보
보세구역에 최장 137일 물품 비축…292t 시장 공급 유도
보세구역 반입일부터 30일 이내 신고기한 20일로 축소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청이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품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관세’ 제도를 악용한 업체들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해 총 5468억원 규모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 관세청은 이 과정에서 탈세액 586억원을 확인하고, 보세구역에 장기간 쌓여 있던 물품 292t의 시장 공급도 유도했다.

 

관세청은 9일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수입업체 21곳을 대상으로 특별 관세조사와 수사를 벌인 결과, 10개 업체에서 가격조작·할당물량 부당 확보·물품 불법 비축 등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이날 인천세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적발 규모는 유형별로 가격조작 등이 4100억원, 바지업체를 이용한 할당관세 물량 부당 확보가 1020억원, 보세구역 내 물품 불법 비축이 348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바나나 수입업체 A사는 해외 본사와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할당관세율이 0%로 낮아지는 점을 악용했다.

 

A사는 기본관세율 30%가 적용될 때 정상적인 수입단가가 미화 10달러인 물품을 할당관세 적용 시에는 15달러로 높여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 부담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수입가격을 부풀린 뒤, 국내 자회사의 이익을 수입대금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과다 송금했다는 것이다.

 

회계장부에는 부풀린 수입가격을 매입원가로 반영해 영업이익률을 낮추고 법인세를 줄였다. 또 관세 인하 혜택을 받았음에도 인하분의 약 14%를 국내 도매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할당관세의 혜택이 소비자 가격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관세청은 판단했다.

 

A사는 해외 본사에 외화를 송금하면서 1년이 지난 수입신고필증을 허위로 은행에 제출하는 등 외국환거래법상 지급 절차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A사의 고가 신고액 200억원과 관련한 법인세 탈루 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규모 3900억원에 대해서는 과태료 85억원을 부과했으며, 고의적인 가격신고 행위에 대해서는 범칙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C사는 자신에게 배정된 물량보다 더 많은 할당관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바지업체를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C사는 바지업체에 할당물량 배정 참여와 저율관세 추천서 발급 신청, 수입신고 등을 대신하도록 하고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실제 거래가 없는 선하증권(B/L) 양수도 계약을 허위로 체결했다.

 

바지업체는 이 허위 계약을 근거로 할당관세 추천서를 발급받아 저율 관세로 수입통관을 진행했다. 통관 직후에는 해당 물품을 C사에 서류상 재판매했다. 관세청은 C사가 계약·통관·재판매 등 거래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면서 할당관세 혜택을 우회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C사는 추가 확보한 물량에 적용된 관세 인하 혜택을 취한 데 이어, 바지업체에 지급한 수수료 등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해 실수요자의 구매가격을 높인 것으로도 조사됐다.

 

관세청은 부족하게 납부한 세액 253억원을 과세 예고하고, 고의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범칙수사를 통해 처벌할 방침이다.  

 

 

할당관세 물품을 보세구역에 장기간 보관하며 시장 반출을 늦춘 사례도 적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할당관세 추천요령 등에 따르면 소고기는 추천서가 발급된 날부터 45일 이내에 보세구역에서 반출해 시장에 유통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물품을 최장 137일 동안 보세구역에 보관했다.

 

관세청은 반출기한을 지키지 않은 물량에 대해 할당관세 추천을 취소하고 관세 194억원을 추징했다.

 

냉동고등어·닭고기·설탕 등 신속한 유통이 필요한 품목을 대상으로는 보세구역 현장점검을 벌여 관세법 위반 과태료 398건도 부과했다.

 

관세청은 이러한 장기 보관 행위가 시장 공급을 늦춰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고 봤다. 일부 물품은 수입가격의 2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은 특별점검 기간 보세구역 현장점검 1572회를 실시하고, 장기 보관 물품의 반출을 392회 안내했다. 신고 지연에 따른 가산세 1021건, 총 14억원도 부과했다.

 

관세청은 이번 단속에서 확인된 위반행위를 토대로 할당관세 품목에 대한 관리와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현재 93개 할당관세 품목 가운데 신속한 시장 공급이 필요한 냉동돼지고기와 계란가공품 등 18개 ‘할당관세 집중관리품목’의 수입신고 기한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세구역 반입일부터 30일 이내인 현행 신고기한을 20일로 줄이고, 기한을 넘길 경우 신고지연가산세 한도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주무부처 장관이 물자 수급을 위해 반출을 요청하면 세관장이 보세구역 반출을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업체에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지난 8월 18일부터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관세청이 보세구역 내 수출입물품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명령·검사하고 과태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관세청은 통관과 반출 현황을 상시 점검해 물품 공급 지연 행위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고등어·오징어 등 수산식품과 주사기·주사침 등 매점매석 금지 품목에 대한 2차 특별조사를 진행 중이다. 8월부터는 햄버거·치킨·피자 등 외식물가와 관련된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3차 조사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관세 추천을 받은 업체의 추천을 제한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제도 개선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해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세구역 현장 점검 등 행정조사와 관세조사·수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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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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