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법정단체로 새 출발하며 국민 신뢰와 공인중개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인공지능(AI) 확산 등 부동산 중개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과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협회는 법정단체 출범을 단순한 권한 확대가 아닌 책임 강화의 계기로 규정했다. 불법·무자격 중개 대응과 안전한 부동산 거래환경 조성 등 법정단체로서 공공성을 높이는 것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컨벤션홀에서 ‘법정단체 출범 및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종호 협회장을 비롯한 협회 관계자와 회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영진·김종양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 27년 만에 되찾은 법정단체 지위…“권한 아닌 책임”
협회가 이날 가장 강조한 것은 법정단체로서의 새로운 역할과 책임이다.
협회는 1986년 법정단체로 출발했지만 1999년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임의단체로 전환됐다. 이후 법정단체 지위 회복을 추진해왔으며 관련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27년 만에 법정단체로 다시 출발하게 됐다.
최우선 부회장은 개회선언에서 “법정단체를 염원한 것은 단순히 협회의 권한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며 “공인중개사의 책임을 더욱 확고히 하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법정단체 전환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관련 제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이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올해 1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 부회장은 법정단체 출범을 종착점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그는 “법정단체가 됐으니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국민들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공인중개사가 있으니 안심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가 오랜 시간 법정단체를 원했던 진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40년이 공인중개사의 기반을 다져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40년은 국민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전문직,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정단체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종호 “AI 가장 강력한 무기로”…중개산업 변화 대응
법정단체 출범 이후 협회의 미래 전략에는 AI와 디지털 전환이 전면에 등장했다.
김종호 협회장은 이날 비전 선포를 통해 AI와 첨단기술의 확산에 대응해 공인중개사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관련 교육과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회장은 AI와 첨단기술로 공인중개업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장의 위험을 파악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거래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분 한 분이 AI를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한 디지털 마스터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전폭적인 교육과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공공기관과의 연계를 확대해 안전한 임대차 생태계 조성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중개산업 영역으로도 사업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불법·무자격 중개에 대한 대응과 공인중개사의 업무 영역 확대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불법·무자격 중개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권리금 중개를 공인중개사의 업무로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가 운영하는 부동산 거래정보망 ‘한방’ 역시 회원 중심 플랫폼으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정단체 출범에 따른 책임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고 협회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한편 안전한 부동산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협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여야도 “책임 커졌다”…전세사기·거래질서 개선 주문
정치권에서도 법정단체 출범으로 협회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공공적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축사에서 김종호 회장이 법정단체 출범을 “더 큰 권한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고 표현한 점을 언급하며 전세사기와 불법 중개 근절, 국민 재산과 주거 안정 보호에 협회가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도 법정단체 출범으로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책임이 부여됐다며 전문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전세사기 예방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과 국민 재산권 보호라는 협회의 공익적 의무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여야가 법정단체 전환에 뜻을 모은 만큼 현장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정책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협회는 이날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안전한 공동체, 11만 공인중개사가 열어가는 미래 부동산 가치’를 새로운 비전으로 내걸었다.
법정단체 출범으로 제도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이날 내놓은 선언을 실제 중개 현장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불법 중개 근절과 전문성 강화, AI를 활용한 중개 서비스 혁신, 안전한 임대차 환경 조성 등이 구체적인 제도와 서비스로 이어질지가 법정단체로 맞는 새로운 40년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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