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 시동] ② “비용 내고 세금 더 내라?”…‘자진신고 역설’과 유인책 부재

2026.09.11 10:35:19

중소기업 잠재 리스크 사전 차단 장점…‘컴플라이언스 방패’ 장점
확인비용 보전 장치 미흡…화주들 “통관 수수료 냈는데 또 비용?”
조사 드문 중소기업에 유인책 부족…“확인 뒤 추가 검증 가능성” 부담

 

<편집자 주> 정부가 수입업체의 자율적인 성실 납세를 유도하고 세관의 사후 심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를 도입한다. 2027년 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 본격 시행을 앞둔 이 제도는 사후 추징에 따른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줄이는 ‘사전 예방적 안전판’으로서 정책적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일선 통관 현장과 학계·법조계에서는 관세사 확인비용 지원 부재와 화주의 수수료 기피 관행, 성실신고 후 추가 검증 가능성 등 구조적인 걸림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1편 ‘제도 도입 배경과 정부 입장’에 이어 2편에서는 제도의 실질적인 효용과 함께 현장 안착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보완점과 업계의 목소리를 짚어본다.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정부가 직전 과세연도 수입액 3000만 달러 미만 중소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도’는 기업의 잠재적인 관세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행 수입통관은 신속한 통관을 위해 서류 심사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과세가격이나 품목분류(HS코드) 등에 오류가 있어도 통관 당시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이후 부과제척기간 내 기획심사나 관세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되면 수년 치 누적 세액과 가산세를 한꺼번에 부담할 수 있다.

 

성실신고확인제도는 관세사의 정밀 점검을 통해 신고 내용과 세액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이 같은 위험을 사전에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큰 병을 예방하듯 기업이 잠재적인 수입·통관 리스크를 미리 점검해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제도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운기 관세동우회 회장은 “납세자·관세사·세관이 역할을 분담해 자발적인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새로운 관세행정 체계”라고 평가했다.

 

신민호 서울관세사회 회장 역시 “조사 대상에 들지 않은 기업이 수년간 오류 상태로 방치됐다가 일시에 대규모 추징을 당하는 악순환을 줄일 수 있는 공익적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 ‘컴플라이언스 방패’…중소 외투기업에는 안전판

 

사전 예방의 효과는 특히 중소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은 자체 관세 전담 인력을 두거나 수출입안전관리우수업체(AEO) 공인, 관세평가 사전약정(ACVA)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관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반면 연간 수입액 2000만~3000만 달러 규모의 중소 외투기업은 대기업과 같은 수준의 전문 인력과 사전 관리체계를 갖추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한휘선 한국고시관세사회 회장은 “외투기업은 해외 본사의 엄격한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거액의 추징이 발생하면 국내 법인뿐 아니라 본사 차원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성실신고확인제는 본사에 세무 투명성을 입증하고 잠재적인 관세 리스크를 관리하는 ‘컴플라이언스 방패’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매년 관세사의 전문적인 검증을 거쳐 신고 내용을 점검하면 해외 본사에는 회계·세무 투명성을 보여주고 국내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관세 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외투기업에서도 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된다.

 

경기도 소재 반도체 관련 장비 제조 외투기업 F사(매출 1500억원·연간 수입액 220억원) 관계자는 “당사는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고 관세조사도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투기업으로서 이전가격 등에 대한 리스크가 상존하는데 성실신고확인제도가 시행되면 매년 가격 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받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관의 AI·빅데이터 기반 위험분석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과거 통관에서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경험칙에 의존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전 점검의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석문 무역코칭연구원장(전 서울본부세관장)은 “기술 변화나 성분 비율에 따라 품목번호가 달라질 수 있는 품목은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험분석이 고도화되면서 사전 점검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확인비용 지원 부족…화주들의 ‘무료 서비스’ 인식도 걸림돌

 

이 같은 정책적 순기능에도 현장 안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는 ‘비용 보전 장치의 부족’이 꼽힌다.

 

2011년 도입된 내국세 성실신고확인제도는 확인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등 납세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전적 유인책을 두고 있다.

 

반면 관세 성실신고확인제는 관세사의 확인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수입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별도의 지원책이 부족할 경우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황인욱 변호사는 “자료 준비와 관세사 수임료 등 비용을 수입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별도의 유인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세사들이 체감하는 수임 환경도 녹록지 않다.

 

A관세사는 “일부 화주들은 통관 수수료에 각종 사후 서비스까지 포함돼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별도의 비용 보전이나 충분한 유인책이 없다면 관세사가 거래 유지를 위해 확인 업무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화주가 제도 참여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자진신고의 역설’…돈 들여 오류 찾고 추가 세금까지?

 

제도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이른바 ‘자진신고의 역설’이다.

 

기업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 과거 신고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그 과정에서 과세가격이나 품목분류 등의 오류가 발견되면 추가 세액까지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 관세조사를 경험하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돈을 들여 과거 신고를 다시 들여다보고 추가 세금까지 부담해야 하느냐”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인천에서 15년간 통관·컨설팅 업무를 해온 B관세사는 “부과제척기간 동안 조사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기업이 비용을 들여 신고 내용을 다시 점검한 뒤 세금을 더 내려고 하겠느냐”며 “가산세 감면 등의 혜택만으로 거액의 추가 본세 부담 가능성을 감수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관세사 역시 “연 수입액 3000만 달러 미만 기업은 관세 전담 인력이 부족하고 보정신고 자체에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검사 축소나 보정기간 특례 등이 실제 기업이 체감할 정도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 수입업계에서도 냉랭한 반응이 나온다.

 

평택 소재 식품 수입업체 D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세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실제 조사가 얼마나 나올지 의문”이라며 “거래 관세사를 통해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현재로서는 비용 대비 혜택이 크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사의 확인을 받은 사안에 대해 세관이 어느 정도까지 그 결과를 인정해 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AEO 기업도 “우린 빠지나”…기존 우수업체와 형평성 논란

 

기존 AEO 공인업체와 새 제도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S사(매출 600억원·연간 수입액 150억원) 관계자는 “당사는 2019년 AEO 공인을 받은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정기적인 심사 대응과 컨설팅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알고 있는 제도 설계대로라면 AEO 업체는 성실신고확인제 적용 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기존 AEO 공인기업이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일이 없도록 두 제도의 혜택과 적용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관세청으로부터 우수업체로 공인받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관리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AEO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제도 참여 기업에 추가 혜택이 집중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확인받았는데 세관이 또 들여다본다면…‘이중 부담’ 우려

 

법적 의무와 책임 범위도 제도의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다.

 

확인서 미제출에 따른 과태료와 관세사의 부실 확인에 대한 책임이 예정된 반면, 기업이 관세사의 확인을 거친 사안에 대해 세관이 어느 수준까지 그 결과를 인정할 것인지는 기업과 관세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대목이다.

 

이미 통관을 마친 일정 기간의 수입 실적을 비용을 들여 다시 검증했는데도 동일 사안에 대해 세관의 추가적인 검증이나 과세 가능성이 폭넓게 남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성실신고확인의 실익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과거 2017년 도입됐다가 5년 만인 2021년 말 폐지된 ‘정기 수입세액 정산제도’가 다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고액 납세자인 대기업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업과 관세사가 자체적으로 세액 적정성을 검증했음에도 세관의 별도 검증 부담이 남을 경우 기업에는 관세사 확인비용과 세관 대응비용이라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세 성실신고확인제가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방패’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비용 지원과 인센티브뿐 아니라 “관세사의 확인을 받은 결과를 세관이 어디까지 신뢰하고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요구다.

 

기업이 비용을 들여 스스로 오류를 찾아 추가 세금을 내도록 요구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성실신고’라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참여를 꺼리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림] 제③편에서는 이제 막 시행 예정인 관세성실신고확인제도의 제도적 보완과 어떻게 하면 제도가 안착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아울러 과거 ‘정기 수입세액 정산제도’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행정적 확정력’ 부여 방안과 대형 관세법인 중심의 시장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업계 상생 대책, 관세청의 제도 보완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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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명 기자 cma0211@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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