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암호화폐, 양도세 부과가 바람직…거래세 등은 부적합”

2020.01.31 18:02:48

법인세·사업소득세만 과세, 기본 조세원칙 위반
자금세탁 방지 위해 특정금융정보법 상 근거 마련 필요
‘초과누진세율’ 조세저항 커…주식처럼 비례세 적용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거래형태나 투자목적 등을 감안할 때 암호화폐 매각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

 

일부 기타소득세 논란이 나오지만, 암호화폐가 주식처럼 통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우발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김병일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31일 오후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서 열린 ‘암호화폐 과세의 합리적인 모습은?’ 세미나에서 “대주주에 대한 상장주 양도차익 과세제도, 파생상품 양도세 등과 유사하게 마련할 수 있어 큰 저항감 없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개최한 13번째 조세정책세미나다.

 


김 교수는 암호화폐 과세차익에 대해 ▲법인세·사업소득세 ▲기타소득세 ▲거래세 ▲양도소득세 등 각 과세방안에 대해 고민할 수 있으며, 현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과세가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법인세·사업소득세만 과세하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기본 조세원칙을 훼손할 뿐더러 암호화폐 거래가 일시적이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는 만큼 그 정당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보았다.

 

기타소득세는 암호화폐가 주식처럼 거래소를 통해 통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우발적인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거래세만 부과하는 방안은 소액주주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 하는 주식과 형평을 맞출 수 있고, 거래소를 통해서 이뤄지는 거래는 과세포착이 가능하겠지만, 사인 간의 거래 등 거래가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증권거래세법처럼 별도의 법률을 신설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되며, 그렇게 만들어도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논의가 암호화폐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에 안정적인 과세체계 구성을 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양도소득세 과세의 경우 주요국에서도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고, 국내의 경우 형사사건이지만 비트코인을 몰수대상으로 보아 자산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IC)에서 암호화폐를 비화폐성 자산이라고 규정했고, 한국회계기준원도 보유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무형자산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암호화폐는 인터넷상으로만 존재하고 유가증권이나 채권도 아니지만, 현실의 세계인 거래소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재산이며 자산에 해당한다”며 “개인이 암호화폐를 투자목적으로 보유하여 매각하는 경우 그 매각이익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총평균법·이동평균법 병행...주식처럼 비례세율 합당

 

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암호화폐 과세를 하기 위해 소득세법에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득세법에 기타자산으로 규정하거나 소득세법에 명시적인 근거를 두되 구체적인 요건은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지만, 특정금융정보법에서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 내지 개념을 정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자금세탁수단으로 악용되는 암호화폐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 교수는 “소득세법에서 암호화폐의 정의를 별도로 규정하는 것보다 특정금융정보법상의 암호화폐의 개념을 인용하면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법률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세대상을 계산 시 일정 기간 내 거래했던 암호화폐 매입가격의 평균을 산출하는 총 평균법을 택하되 이동평균법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동평균법은 새로 암호화폐를 살 때 새로 매입한 가격을 기존 암호화폐에 더해 평균 매입가를 구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총 평균법은 기간 도중에 과세소득액을 파악할 수 없는 등 경제적인 실태와 맞지 않을 수 있기에 납세의무자가 일정기간 계속 적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선택하는 길을 하나 더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율의 경우 주식 등과 같은 비례세율을 제안했다.

 

일본처럼 거래이익에 따라 5~45%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려면 암호화폐 거래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고, 거래소에 대해서도 자금세탁방지 및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없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조세회피를 부추겨 자산가들은 전문가 조력을 받아 조세를 회피하고 서민들은 납세하게 되어 과세의 불공평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주식, 파생상품 등 다른 자산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거래형태가 비슷한 주식처럼 비례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제안했다.

 

암호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있어 비상장사 주식 등 주식거래에 대한 과세방법과 유사하고, 초과누진세율보다 조세저항을 낮출 수 있고, 과세의 편의성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본적으로 20% 비례세율로 하되 과세표준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25%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의 경우에는 비례세율 20%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밖에 해외 거래소나 국내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경우에는 그 세율을 5%~10%p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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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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