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청이 LG그룹 대주주 일가의 탈세 혐의를 적발하고도 법 제도 미비로 7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1일 이러한 내용의 서울지방국세청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LG 일가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미리 협의한 거래수량과 가격으로 주식을 장내거래했다.
그러면서 양도소득세를 신고할 때는 불특정 다수인 간 일반 경쟁매매인 것처럼 신고했다.
국세청은 LG 일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으로 보고 양도소득세 340억7500만원의 세금을 물렸다.
그러나 증여세를 물리지는 않았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인 간 재산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거나 고가로 사들였을 경우 시세보다 큰 이익을 본 측에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거래를 가장해 차익만큼 재산을 넘겨줬다는 이유에서다.
이 규정을 LG 일가에 적용할 경우 거둘 수 있는 증여세는 74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증여세를 매기지 않았다. 장내거래된 상장 주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상증세법 35조 1항에서는 장내거래된 주식은 공정한 경쟁매매로 보고 증여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주주 일가의 거래규모가 수백억원 대라고 해도 전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돈의 흐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다른 투자자들이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 일가끼리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고, 매매가도 일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일가간 1:1 거래를 하려면 장에서 거래하지 않거나 장이 끝난 후 매매하는 방식을 쓰게 된다.
그러나 기술 등의 발달로 장내에서도 장외처럼 다른 사람이 거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증권사 직원의 협조를 받아 일가간 양도와 매매가 초단위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수법은 저가 또는 고가 매매로 차후 양도소득세를 추징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거액의 증여세는 회피할 수 있다. 실제 LG 일가가 그랬다.
LG 일가뿐만 아니라 최근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A기업 대주주 일가는 약 64억원을, B기업 일가는 59억원의 증여세를 회피했다.
국세청도 이러한 사정은 알지만 법규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감사원은 이러한 편법 증여를 막도록 기획재정부에 법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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