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 후유증이나 만성 통증 치료를 받다 보면 환자들이 가장 허탈해하는 순간이 있다. 분명 컨디션이 좋아져 치료를 끝낼까 고민하던 찰나, 예전 부위가 다시 쑤시거나 뻐근해지며 통증이 재발할 때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왜 또 아프죠?”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회복 지연에 있지 않다. 한의학에서는 이 지긋지긋한 통증의 회귀를 체내에 숨어 있는 어혈(瘀血)과 습(濕)의 불완전한 해소로 진단한다.
교통사고나 강한 외상을 입으면 인체 내부에는 미세한 조직 손상과 함께 정체된 피 덩어리인 어혈이 남는다. 치료 초기에는 휴식과 처방으로 겉으로 드러난 염증과 근육 긴장이 풀리며 통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혈관과 경락 깊숙한 곳에 박힌 어혈과 끈적한 습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들은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기온이 떨어지거나, 비가 오거나, 몸이 피로해져 면역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기혈의 흐름을 막아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낫는 듯하다 다시 아픈 현상은 조직 회복이 불완전하다는 몸의 신호이기도 하다. 근육과 인대 같은 연부 조직은 겉모습이 아문 뒤에도 내부 탄력과 강도를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통증이 없다고 느낀 환자가 무리한 움직임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아직 다 아물지 않은 부위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단순 진통제로 통증 감각만 차단하면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통증은 더 크게 재발할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는 반복되는 고리를 끊기 위해 축어(逐瘀)’와 ‘거습(祛濕)’ 원칙을 적용한다. 침과 부항으로 정체된 혈류를 소통시키고, 뜸 치료로 온기를 불어넣어 조직의 자생력을 높인다. 당귀수산처럼 어혈을 소탕하는 한약은 혈관 내 노폐물을 배출시켜 재발 원인을 뿌리 뽑는다. 율무와 소목 같은 습을 제거하는 약재를 더하면 조직 회복을 돕는다.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통증이 줄었다고 무리한 운동을 시작하기보다는 충분한 수면과 체온 유지로 기혈 순환을 지켜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막힌 기운을 움직이되, 습한 환경과 냉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반복되는 통증은 몸이 보내는 마지막 호소다. “속병이 아직 다 낫지 않았다”는 신호다. 이를 무시하지 않고 기혈과 체내 환경을 바로잡을 때, 비로소 ‘진짜 회복’을 누릴 수 있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