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우리 일상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편리함 이면에는, 명의도용, 스미싱, 보이스피싱 등 날로 고도화되는 금융사기 범죄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범죄는 비대면 거래의 취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되곤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금융회사가 비대면 거래 시 이행해야 할 ‘실명확인 의무’의 범위와 그 법적 책임은 중요한 사회적, 법적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최근 법원은 명의도용 비대면 대출 사건에서 금융회사의 책임에 관하여 엇갈린 판결을 내놓으며, 형식적인 절차 준수를 넘어 실질적인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더욱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관련 법규와 최신 판례를 중심으로 비대면 실명확인 의무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금융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비대면 실명확인의 법적 근거와 기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은 금융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금융회사가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며, 이는 비대면 거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구체적인 실명확인 절차와 방법을 담은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이하 ‘적용방안’)을 제시했으며, 이는 금융회사가 실명확인 의무를 준수했는지 판단하는 사실상의 표준이자 법적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적용방안은 명의도용 위험 감소를 위해 아래 필수 확인방법 중 2가지 이상을 중첩 적용하고, 보완 확인방법을 추가 활용하도록 권고한다.
| 1. 필수적 확인방법 (2가지 이상 중첩 적용)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② 영상통화 ③ 접근매체 전달 시 확인 ④ 타 금융회사에 개설된 기존계좌 활용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 (예: 바이오 인증) 2. 보완적 확인방법 (추가 적용 권고) ⑥ 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 (공인인증서, 휴대폰 인증 등) ⑦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 (신용정보사 정보와 대조 등) |
법원의 판단 경향: 형식적 요건 준수와 실질적 주의의무
법원은 금융회사가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는 정해진 절차를 준수한 이상 비대면 거래의 신속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형식적 절차 준수 여부를 넘어, 거래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도 추가적인 확인 조치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등 ‘실질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깊이 있게 심리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대면 거래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익을 얻는 금융회사에게 더 높은 수준의 위험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가령, 법원은 신분증 ‘원본’이 아닌 ‘사진 파일’을 이용한 비대면 인증의 취약성을 지적한다. 위·변조된 신분증 사본은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금융회사가 영상통화 등 추가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계좌 활용’ 방식은 명의도용범이 개설 직후의 계좌를 ‘기존계좌’로 사용하여 추가 대출을 받는 사례에서 허점을 드러낸다. 법원은 이처럼 대출 신청 직전에 급조된 계좌는 진정한 의미의 기존계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며, 계좌 개설 시점 등 이상 징후를 확인하지 않은 금융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에서 경고하는 ‘이상 징후’를 간과한 책임도 무겁게 다루어진다. 기존 고객 정보와 다른 정보가 입력되거나 단기간에 비정상적 거래 패턴이 탐지되었음에도, 금융회사가 별도의 추가 확인 절차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면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의 법적 책임과 시사점
금융회사의 실명확인 절차상 과실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등의 법리에 따라 권한 없는 자가 체결한 계약의 효력이 명의인에게 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설령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금융회사의 본인확인 소홀에 따른 과실이 있다면 「전자금융거래법」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근거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피해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하여 최종 책임 범위가 정해진다.
비대면 금융의 편의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금융회사는 창출하는 이익에 상응하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강화된 인증 절차 적용,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실질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법적·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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