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2026년의 세계는 위기의 일상화 속으로 다시 진입하고 있다. 중동의 군사적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 질서의 기반을 흔드는 지정학적 균열로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은 인플레이션 경로를 뒤틀고, 안전자산으로의 급격한 쏠림은 신흥국 경제에 구조적인 자본 유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그 변화를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팬데믹을 거치며 세계 경제는 더 이상 효율만으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공급망은 비용이 아니라 정치와 안보에 의해 재편되고 있고, 전쟁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적 변수가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언제 안정이 돌아올 것인가가 아니라, 이 불안정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비용 절감과 속도, 최적화를 통해 성장해왔지만, 효율을 극대화한 구조는 충격에 취약하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공급망,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안정성에 치우친 금융 구조는 외부 변수 하나에 전체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를 만든다.
과거의 강점이었던 효율성은 이제 취약성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한국 경제의 방향은 분명해진다. 이제는 효율 중심 경제에서 불확실성을 견디고 활용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전환은 단순히 공급망을 다변화하거나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를 작동시키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문제다.
예를 들어, 에너지 문제는 더 이상 비용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는 핵심 안보 변수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중동 리스크가 반복된다면,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에너지 체계는 효율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분산이라는 기준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변화는 금융에서도 동일하게 요구된다. 지금까지 한국 금융은 안정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시스템을 지키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을 제약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고 설계하며 미래로 자본을 연결하는 기능이 핵심이 된다.
결국 다음 세대의 한국 경제는 더 많은 불확실성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산업과 기술을 통해 경제 질서를 주도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경제와 안보, 산업과 외교가 분리되어 작동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결국 모든 문제는 하나로 수렴된다. 한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구조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성을 전제로 설계되는 구조로 나아갈 것인가.
이 선택에서 국가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과거와 달라야 한다. 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함께 분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신호이며, 통제가 아니라 설계다. 실패를 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전쟁의 시대는 분명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시간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잘 버티는 경제에 머물 수 없다. 불확실성을 피하는 국가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설계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프로필] 김 용 훈
•(현)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현)한국재정정책학회 이사
•(현)한국질서경제학회 이사
•(현)조세금융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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